'신현수 보다 이성윤' 수용 관건
중앙지검·대전지검·수원지검 '정권 수사팀' 주목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표명으로까지 이어진 '인사 패싱' 파문이 진화되지 않은 가운데, 차·부장검사 등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논의할 검찰인사위원회가 임박했다.

법무부는 이르면 19일, 늦어도 22일 개최를 예고했다. '인사 패싱' 파문과 관련해 '불통 장관'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박범계 법무장관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중간간부 인사에서 관전포인트는 지난 검찰총장 징계 파문과 맞물린 서울중앙지검 간부들의 항명 사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등 정권 연루 사건을 맡고 있는 수사팀의 교체 여부다.

   
▲ (좌측부터) 문재인 대통령, 박범계 법무부 장관,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윤석열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임기 5개월 남긴 윤석열 검찰총장 패싱은 기정사실이고, 구체적으로는 '친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의사를 박범계 장관이 얼마나 수용하고 청와대와 조율하느냐에 달려있다는게 법조계 관측이다.

신현수 민정수석의 경우 이번 파문에 결국 '항명' 차원에서 그만둘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다. 최종 인사권자로서 실제 책임을 지고 입장을 밝혀야할 문재인 대통령이 침묵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올해 첫 중간간부 인사에서 법무부는 소폭으로 '핀셋 인사'를 단행하되, 전국 최대 규모인 서울중앙지검에는 대대적인 물갈이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현재 공석인 중앙지검 1차장검사를 비롯해, 1차장검사 산하의 형사 1부 및 형사5부가 꼽힌다. 2~4차장검사 또한 마찬가지다. 3차장검사 산하의 공공수사2부, 4차장검사 산하의 경제범죄형사부도 주목을 받고 있다. 각각 검언유착, 이용구 법무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옵티머스펀드 사건을 맡고 있다.

중앙지검 외에는 월성 원전 사건을 맡은 대전지검 형사5부,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을 수사하는 수원지검 형사3부 또한 관심이다. 검찰총장 징계를 주도한 법무부 박은정 감찰담당관, 김태훈 검찰과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박 장관이 중간간부 인사를 통해 수사팀을 교체할 경우 수사가 장기화되어 동력을 잃을 공산이 크다. 지휘라인인 지검장은 유임시켰지만 담당 실무자인 부장검사를 바꿔 사실상 수사를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청의 한 현직 부장검사는 19일 본보 취재에 "이번 인사에서 문재인-박범계가 차·부장검사 인사를 밀어불일 경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것"이라며 "민정수석 패싱에다가 인사위 패싱 논란까지 겹치면서 이번에 인사위를 급조해 여는 모양새인데, 정권 수사를 어떻게든 막겠다는 의도를 재차 드러내면 이번 파문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이러한 후폭풍 때문에 민정수석 의중을 일부 반영해 청와대 잔류 명분을 준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결국 대통령에게 달린 것이다. 대통령이 민정수석에게라도 직접 비공개로 입장을 밝히고 양해를 구하지 않는한 섣불리 봉합되긴 힘들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침묵을 이어가는 가운데, 겉으로 드러난 박 장관과 신 수석 간의 갈등은 봉합 없이 현재 진행 중이다.

박 장관은 19일 신 수석과 통화해 갈등을 봉합할 의사를 비추었지만, 말로 끝날지 실제 행동에 옮길지는 미지수다. 신 수석은 이번 주말까지 휴가를 갖고 숙고할 방침이다. 거듭 사의를 표명한다면 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