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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구내식당 개방 우려…직원 ‘선택권’ 존중되나
이서우 기자 | 2021-04-08 18:02
"먹는 것도 사내 복지 일환...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공정위 취지 때문에 능력 부족한 업체 선정할 순 없어"

[미디어펜=이서우 기자] 정부의 압박으로 대기업들이 ‘구내식당’ 운영권 입찰을 외부에 개방하게 됐다. 급식업계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키워준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취지가 실현될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이 단체급식을 받고 있다./사진=공정위 제공


8일 급식업계는 ‘단체급식 일감 개방’과 관련 공정위로부터 세부적인 지침은 아직 받지 못했다면서도, 시행 이후 제도적 개선과 보완이 필요할 것이라고 입 모았다.


공정위는 지난 5일 삼성·현대차·LG·현대중공업·신세계·CJ·LS·현대백화점 등 8개 대기업 대표를 불러 ‘단체급식 일감 개방 선포식’을 열었다. 수의계약 방식으로 그룹 내 급식업체에 몰아주던 구내식당 일감을 외부에 개방하기로 했다. 경쟁입찰을 통해 대기업이 아닌 지방 중소급식업체에도 클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8개 대기업집단의 연간 단체급식 식수는 약 1억7800만 식 규모다. 내년에 약 1000만 식 규모로 일감을 개방한다. 


우선 LG는 전면개방 원칙 하에 단체급식 일감을 순차적으로 개방하고, CJ는 65% 이상(367만식) 개방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은 우선 중소 규모인 김포·송도 아울렛 직원식당을 지역업체에 개방한다. 신세계는 현재 42개 사업장(21%)을 중소기업 등에 개방했으며,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구내식당 경쟁입찰을 할 경우 급식업체 간 ‘저가’ 출혈경쟁이 벌어지거나, 음식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등 다양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작 구내식당 이용 주체인 ‘직원들의 의견’이 급식업체 선정에 얼마나 반영될 것인지도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먹는 것도 사내 복지 일환인데 서비스를 제공받는 주체인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한다”며 “지금도 입찰 때 임직원 품평회를 하는데 그간의 구내식당 운영 이력이나 경험이 점수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대기업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인구감소,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확대 등의 영향을 받아 단체급식 식수는 줄었는데, 급식업체들의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며 “이는 각 회사들이 구내식당 급식의 질을 높이고 있다는 방증인데, 중소업체들은 기존에 형성된 단가에 맞춰 식재료 등을 수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입찰을 했는데 대기업에서 다른 대기업으로 업체만 바뀔 수도 있는 것 아니냐. 그렇다고 공정위 취지 때문에 운영능력이 부족한 중소업체를 선정할 순 없는 일”이라며 “오지나 외곽에 있는 생산기지 등은 수익성이 낮아 중소업체가 들어가서 운영하기 어렵다. 업계 1위인 삼성웰스토리도 그 정도 규모 있는 회사라 계열사에 서비스 개념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복수의 관계자들은 “단체급식은 식단만 짜는 게 아니라, 반찬부터 야채나 과일 등 매일 식재료를 수급하는 게 중요하다”며 “물류와 유통망을 갖춰야 하는데 중소업체들이 대기업 사업장 규모에 맞는 식재료를 적정 단가에 맞춰 공급하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중소기업에 입찰 기회가 돌아가더라도, 정작 혜택은 중견 또는 외국계가 독차지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2012년 기획재정부는 공공 기관 구내식당 운영에서 대기업을 제외하기로 했다. 역시 중소 급식 업체의 참여를 확대한다는 취지에서였다. 당시 한화호텔&리조트·삼성에버랜드·아워홈·신세계푸드·CJ프레시웨이·현대그린푸드 등 총 6개 사가 해당 기업으로 지정돼 신규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기업이 빠진 자리를 중견기업으로 분류된 동원그룹 계열의 동원홈푸드, 풀무원의 이씨엠디, 외국계 회사 아라마크의 한국법인인 아라코가 차지했다. 중견기업들이 중소기업들과 경쟁하는 구도가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정위에 따르면 전체 4조3000억원에 달하는 단체급식 시장은 상위 5개 업체인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씨제이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가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단체급식 업체는 계열사 및 친족기업과의 수의계약을 통해 안정적으로 일감을 확보하는 식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렸고, 이런 거래관행이 25년 가까이 이어져 왔다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웰스토리 매출은 1조9700억원 수준이다. 전체 매출 3분의 2를 급식 사업에 의존하고 있다. 급식 사업 가운데서도 삼성그룹 관련 매출 비중은 약 38%다. 


[미디어펜=이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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