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PE(프라이빗에쿼티) 등 5개사 선정
비은행 부문의 적극적인 M&A에 주목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공적자금 투입 23년 만에 '완전민영화'에 성공했다. 정부 입김에서 벗어난 우리금융은 향후 확대된 자율경영권을 바탕으로 '종합금융그룹' 재건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비은행 핵심 계열사인 보험사와 증권사 부재가 사업 포트폴리오상 약점으로 꼽혀왔던 만큼, 이들 계열사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우리금융지주 제공.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22일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매각 낙찰자 결정' 의결을 거쳐 유진PE(프라이빗에쿼티)가 지분 4%가 낙찰돼 사외이사 추천권을 부여받았고, KTB 자산운용(2.3%), 얼라인파트너스컨소시엄(1%), 두나무(1%), 우리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1%) 등 5개사가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8일 열린 본입찰에는 이들 후보와 하림그룹, 호반건설, 한국투자금융지주 등 9개 투자자가 참여했다. 이번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매각은 2019년 발표한 '우리금융 잔여지분 매각 로드맵'에 따른 공자위의 후속 조치다.

총 매각물량은 9.3%이며, 모든 낙찰자들의 입찰가격은 1만3000원을 초과했다. 이는 공자위가 지난 9월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매각을 공고할 당시에 예정했던 최대매각물량 10%에 근접한 물량을 당시 주가 1만800원 대비 높은 수준이다.

공자위는 이번 매각과 관련해 "공적자금 약 8977억원이 회수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잔여지분(5.8%)을 1만193원 이상으로만 매각하면 우리금융지주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전액 회수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지난 2001년 4월 세워진 국내 최초 금융지주사다. 정부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공적자금을 투입했던 한빛은행, 평화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하나로종합금융 등 5개 금융사를 묶어 우리금융지주를 세웠다. 

설립 당시 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 지분을 100% 소유했다. 정부는 이후 꾸준한 지분 매각을 통해 11조 1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회수했고, 잔여지분은 15.13% 수준으로 줄었다. 이번 매각을 통해 예보의 보유지분은 5.8%로 낮아졌다.

이번 매각 절차가 완료되면 예보가 아닌 민간 주주가 최대주주가 된다. 공적자금 투입 23년 만에 우리금융의 숙원이던 완전 민영화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완전 민영화를 통해 자율경영권을 확보한 우리금융은 향후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공격적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약점으로 꼽히는 비은행 부문의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그룹의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아주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을 인수했지만, 수익구조 다각화를 이뤄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비은행 핵심 계열사인 보험과 증권사 부재는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한다. 실제 우리은행의 비은행 부문 순이익 비중은 불과 10% 수준으로 KB금융 45.5%, 신한금융 43%와 비교해 크게 차이가 난다.

그룹 수익 대부분이 은행에 편중돼 있다는 점은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를 두루 갖추고 있는 타 금융지주의 경우 불확실한 금융환경 속에서도 균형 있는 실적을 견인할 수 있는 반면 은행에 의존도가 높은 우리금융의 경우엔 얘기가 다르다.

이같은 문제를 가장 잘 간파하고 있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비은행 계열사 인수를 통한 그룹 포트폴리오를 다변화를 강조해왔다. 손 회장은 지난 5일 주재한 '자회사 경쟁력 강화회의'에서 "지주 출범 후 지난 3년 가까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그룹체제가 확고히 안착됐다"며 "그룹 4년 차인 내년에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와 기존 비은행 자회사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해 비은행 부문을 그룹의 강력한 성장 동력으로 만들자"고 당부했다.

금융권에서도 지난 2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내부등급법 승인 획득으로 자본 여력이 커진 우리금융이 비은행 부문 M&A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금융은 그동안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표준등급법을 적용받아 왔다. 이 경우 M&A 등 위험 채권 발행에 부담이 생기고 위험자산이 많은 금융회사를 사들이기 어려워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완전 민영화 이후 가장 먼저 비은행 부문의 적극적인 M&A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를 통해 은행에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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