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국민의힘이 권성동 '원톱' 체제를 종식하고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 전환을 선택했다. 이준석 대표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로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출범시킨지 불과 21일만이다. 그러나 당 내에서는 '비대위 구성 절차'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등 정당성 논란도 일고 있어 출범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지난 1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을 '비상 상황'으로 규정하고 비대위 체제 전환에 총의를 모았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모두 발언에서 “당이 비상 상황에 직면했다"라며 “의총 전 릴레이 간담회를 했는데, 현재 혼란을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은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이라는 다수의 목소리를 들었다"라고 밝혔다.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당이 비상 상황인지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모았다. 극소수의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가 비상상황이라는 의견에 동의했다”라며 "실제 비대위 발족과 관련된 의결은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에서 이뤄진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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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 사퇴를 한 가운데 8월1일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그러면서 “당헌당규 96조에 따르면 비상 상황일 때 비대위를 가동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당이 비상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서 당 내에서 일고 있는 비대위 구성의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2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당헌·당규 96조를 해석하자면, 당 위기상황을 당대표가 없을 때도 있고 최고위원회가 기능을 못할때 '등'이라고 되어 있다. '등'이 라는 게 있지 않나"라며 "우리가 종합적으로 위기 상황이라는 것만 의총에서 의결해 주면 위기상황인 거다. 우리가 스스로 위기로 인식하면 위기인 거 아니겠나"라고 절차상의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당헌 96조'에는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안정적인 당 운영과 비상 상황의 해소를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그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권 원내대표 사퇴론과 관련, "전혀 그런 얘기는 없었다"라며 "의원총회에서 권성동 원내대가표 원내대표와 (당 대표)직무 대행을 둘 다 하는 게 버겁다는 게 중론었다. 원내대표가 흠결이 조금 있긴 하지만 원내대표는 그대로 하시고 비대위 체제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대표와 원내대표 모두를 한꺼번에 흔들면 당이 어떻게 중심을 잡겠나. 한 가정으로 보면 엄마와 아빠를 한번에 없애는 거다. 하나는 있어야 집안을 추스르지 않겠나"라며 "권 원내대표가 사퇴하면 당이 무너진다. 비상상황이라는데 의견을 모았으니 비대위 체제로 간다고 의결을 했다"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2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상임전국위원회·전국위원회 소집 안건을 상정해 가결했다.
이날 회의에는 권성동 원내대표, 배현진·윤영석 최고위원, 성일종 정책위의장 등 4명이 참석했다. 배현진·윤영석 최고위원은 최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사표 수리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날 최고위에 참석했다. 비대위 반대 입장을 보인 정미경·김용태 최고위원은 불참했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권성동 원내대표 주재 비공개 최고위 이후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 정원 7명 중 4명이 참석해 상임전국위원회, 전국위원회 소집 건을 가결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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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배현진·윤영석 최고위원이 8월 2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마치고 원내대표실을 나서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하지만 이미 사퇴 의사를 밝힌 최고위원들이 의결에 참여하는 게 맞는지를 두고는 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비대위 구성과 관련된 절차적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제기하면서 "권성동 원내대표가 스스로 의결정족수가 무너졌다고 해놓고 이미 사퇴한 배현진 의원 등을 불러서 의결한다는 건 말이 안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총에서 의원들이 '다른 방법이 없으니 비대위 체제로 한번 가보자'는 의견을 모으긴 했지만 황당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라며 "'얘기해 봐야 메아리 아닌가'라는 인식도 있었다. 많은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비대위 전환을 두고 '황당하다 저런 해석이 어디 있나'라는 반응이었다"라고 전했다.
이준석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오늘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합니다'라고 7월 29일에 육성으로 말한 분이 표결 정족수가 부족하다고 8월 2일에 표결하는군요"라며 "절대반지를 향한 그들의 탐욕은 계속된다”라고 비대위를 추진하는 당 지도부를 겨냥했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반지'는 권력투쟁의 상징물이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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