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서 3대개혁 중 '하르츠 개혁 언급' 노동개혁 화두 제시
윤 "노사 불문, 불법 용인 않겠다" 강조했지만…민노총 폭력·민주당 비토, 큰 난제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기자 12명으로부터 질문을 하나씩 받아 총 13번의 답변을 밝혔다. 이중 3번의 답변을 노동 문제에 할애하면서 노동개혁에 대한 윤 대통령의 관심을 보여주었다.

윤 대통령이 이번 기자회견에서 내세운 노동개혁 화두는 유연성 확보와 양극화 해결이었고, 방법론으로는 법과 원칙 속에서 자율적 대화 통한 선진적 노사관계 구축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독일의 하르츠 노동개혁을 언급하면서 '의미있는 개혁 완수'라고 밝혔고, 국민 여론을 토대로 정부·국회·시민사회의 초당적·초정파적 합의를 통해 풀어갈 뜻을 내비췄다.

   
▲ 윤석열 대통령이 8월 17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을 갖고,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우선 윤 대통령은 회견 모두발언을 통해 "관행으로 반복된 산업현장의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노사를 불문, 불법은 용인하지 않으면서 합법적인 노동운동과 자율적인 대화는 최대한 보장하는 원칙을 관철했고 앞으로도 이 원칙은 반드시 지켜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노동개혁 주요 이슈와 그 방법으로 "법과 원칙 속에서 자율적 대화와 협상을 통한 선진적 노사관계를 추구하고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이중구조 문제 역시 합리적 대안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산업 구조가 변했기 때문에 지금의 노동법 체계가 과거 2차 산업혁명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법체계라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산업구조 하에선 거기에 적용할 노동법 체계도 바뀌어야 한다"며 "노동 공급이 기업 수요에 따라 유연히 대응하지 못하면 경쟁력이 떨어지고 결국 우리나라 전체의 국부,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소득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노동 유연성 및 양극화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와의 질의응답에서 "노동이 현실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공급되어야 한다"며 "동일기업 내 정규직과 파견 근로자, 대기업과 소기업 사이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분절, 이는 노동 보상의 공정성 측면에서 개선해야 될 문제임이 틀림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한 보완으로 "노동시장 개혁에 따라 일시적으로 불이익 있는 분들을 위해 여러 가지 적극적인 노동정책이나 사회 안전망을 배려하는 것도 노동개혁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사청지회는 8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조합원의 고용보장 등을 요구하는 단식농성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와 같은 윤 대통령의 노동개혁 어젠다와 해법에 대해 재계와 노동계는 크게 반대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하지만 민주노총 등 기존 거대노조의 불법 폭력 점거시위와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의 비토가 큰 난제로 꼽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본지의 취재에 "근본적인 노사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기존 법 체제를 지켜가면서 풀어야 한다는게 제 1 원칙"이라며 "그래서 대통령 또한 정부가 법과 원칙을 노사 불문하게 일관적으로 유지한다는 원칙을 재차 천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관계자는 "불법 점거하는 등 노조 일각에서 강경 투쟁하는 것은 건드리면 터질 수 있는 폭탄"이라며 "일종의 시한폭탄인데 이것이 터지지 않도록 상황 자체를 적절히 잘 관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즉각적인 공권력 투입 보다 노사 당사자가 진지하고 실질적으로 협상에 임할 환경을 정부가 조성해야 한다"며 "금융권과 법원까지 나서서 합리적이고 비폭력적인 해법을 위해 애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다만 그는 "민주당이 국회 다수를 잡고 있지만 거시적으로 국민 노동시장 환경을 개선하는 입법에는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기존 법의 맹점이나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해선 야당도 다 생각이 있고 합의를 이룰만한 절충점이 있다고 본다, 결국 시간과 협상의 문제"라고 전망했다.

   
▲ 8월 1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들이 하이트진로 본사를 점거 1층 로비와 옥상에서 점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윤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노동 문제 해결에 대해 "어떤 일관된 원칙을 예측 가능하게 꾸준히 지켜가면서 문화가 정착되어 가면서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정부의 일관된 원칙을 노동시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계속 정부가 입장 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입장이 향후 그대로 지켜질지 주목된다. 정부가 앞으로도 노사 갈등에 대한 해법을 어떻게 제시하고 마련할지 관심이 쏠린다. 아직까지 노동 문제에 있어서 폭탄은 터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