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포항제철소 침수·화물연대 총파업 '삼중고'
"글로벌 수요 부진 지속 예상"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둔 철강업계가 올해 삼중고에 시달리며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경기침체와 함께 태풍 힌남노 여파로 인한 생산차질과 화물연대 총파업 등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바람 잘날 없는 한해를 보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불황 기조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 포스코 포항제철소 1열연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는 모습./사진=포스코 제공


26일 금융정보엡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철강업계 1위인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4분기 연결제무제표기준 예상 영업이익은 8407억 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4.50% 급감한 수치다. 

같은 기간, 2위인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8.01% 감소한 3242억 원을, 동국제강은 18.62% 줄어든 1531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실적부진은 고환유르 고유가 사태와 맞물려 글로벌 경기침체가 주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3분기 당시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면서 수입원자재 가격이 상승했고, 경기침체로 철강수요가 둔화되며 철강사들의 실적부진을 겪었다. 

철강사들은 철강재 생산에 필요한 철광석과 제철용 연료탄 등의 원재료를 수입해 오기 때문에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하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새로운 악재로 전기료 및 기름값도 인상됐고, 지난 9월 유례없는 태풍 '힌남노' 여파로 포항 제철소 전체가 침수되면서 생산마저 차질마저 겪었다. 특히 후판 생산을 주도하는 압연공정이 생산 차질을 빚으면서 수급 불균형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국내 생산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포항제철소가 정상화까지 최소 3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철강사들은 후판 가격을 부득이하게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조선사들과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이에 더해 화물연대의 총파업은 철강업계의 출고지연으로 이어지며 고충을 가중시켰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피해규모를 1조50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포항제철소 정상화가 늦춰질 경우 최대 2조4000억 원 규모의 생산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내년 철강업황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선을 보낸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여파가 지속되면서 경제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철강 수요 부진 역시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내년에도 쉽지 않은 한해가 예상된다.

세계철강협회(WSA)는 내년 글로벌 철강 수요를 18억1500만 톤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중 중국의 내년 철강 수요는 올해와 비슷한 9억1400만 톤으로 추산한다. 이같은 전망이 현실화 된다면 실적 개선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이 지난 13일 '탄소국경세'로도 불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도입하기로 잠정 합의하면서 향후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탄소국경세는 EU 지역 내에서 생산되는 제품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제품을 수입할 때 탄소 초과분에 대해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국내 철강업체 타격이 불가피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EU 철강 수출 규모는 5조6000억 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철강업황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었다"며 "글로벌 수요 부진에 따른 제품가격 약세가 지속되고 있어 업계 고심이 크다"고 말했다.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철강 업황의 의미있는 상승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이는 글로벌 긴축 기조 지속에 따른 상품 가격 약세와 중국의 철강 가동률 상승에 따른 수급 둔화 가능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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