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산업' 조선·에너지·산업기계 비전 제시…50주년 맞이 새출발 알려
'신사업에 진심' 정기선 체제 본격 출항…신사업 투자 급물살 타나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창립 50주년을 맞이한 현대중공업그룹이 HD현대라는 이름으로 새출발에 나서며 100년기업을 향한 새로운 항해에 들어간다. 

나아가 HD현대는 오너 3세 정기선 사장의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그를 중심으로 그룹의 정체성 역시 바뀔 전망이다. 이를 통해 HD현대는 기존의 낡은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미래지향적인 모습으로 환골탈태를 꿈꾼다.  

   
▲ 지난해 말 경기도 판교 GRC에서 열린 HD현대 50주년 비전 선포식에서 정기선 사장이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 것”이라며 새 기업문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사진=HD현대 제공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12월26일 50주년 비전 선포식과 함께 HD현대로의 새그룹명 변경을 공식화했다.

HD현대는 '인간이 갖고 있는 역동적인 에너지(Human Dynamics)'로 '인류의 꿈(Human Dreams)'을 실현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조선업으로 시작한 현대중공업그룹이지만 새로운 그룹명에는 이런 이미지를 말끔히 벗어던졌다. 

중공업 이미지 자리에는 이시대를 이끄는 혁신과 끊임없는 도전으로 인류의 미래를 개척한다는 미션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3대 핵심 사업으로 채워진다. 

조선해양 부문은 '바다의 무한한 잠재력 실현', 에너지 부문은 '지속 가능한 미래 에너지 생태계 구현', 산업기계 부문은 '시공간적 한계를 초월하는 산업솔루션 제공'을 새로운 비전으로 삼고 미래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이는 기존 틀에 박힌 이미지를 깨버리겠단 HD현대의 결심에서 이뤄졌다. 조선업에서 출발한 HD현대가 현재 인공지능(AI), 로봇, 수소 등 분야도 아우르고 있어 다양한 산업을 포괄하는 광의의 이미지가 필요했던 것이다.

HD현대 관계자는 "과거의 심볼은 범현대 기업 다수가 사용하고 있어 HD현대만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며 "HD현대의 수익을 새 CI의 브랜드 인지도 향상 및 대외 이미지 제고에 사용해 계열사들의 사업기회 확대, 우수인재 확보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선 사장의 신사업 육성에 기저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사업 육성에 확고한 뜻을 보이고 있는 정 사장인 만큼 HD현대의 미래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기존 주력 사업인 제조업을 유지하며, 이를 발전시켜 나가는 후계자로서의 역할수행에도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정 사장 취임 후 HD현대의 신사업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어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은 자율운항 전문회사 아비커스다. 정 사장은 아비커스를 깜짝 방문해 임직원들과 저녁 식사를 즐길 정도로 남다른 애정을 보이고 있는 곳이다. 

이런 아비커스는 지난 2020년 12월 HD현대 사내벤처 1호 기업으로 출범 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 지난 2020년 12월 HD현대 사내벤처 1호 기업으로 출범 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아비커스. /사진=미디어펜


지난해 6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자율운항 기술을 통한 대형 선박의 대양횡단에 성공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SK해운과 장금상선 등 국내 선사 2곳으로부터 대형선박의 자율운항 솔루션(HiNAS 2.0)'을 수주해 세계 최초로 2단계 자율운항 솔루션을 상용화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자율운항 선박 회사 협의체인 '원씨(One Sea)'에 가입하는 등 미국·유럽·일본의 자율운항 선박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HD현대의 이런 변화는 단순한 그룹명과 사업분야의 확장뿐 아니다. 기존의 본사를 벗어나 IT기업의 텃밭 경기도 판교에 새 둥지를 텄다. 선포식도 이곳 글로벌 R&D센터(GRC)에서 했다. 

GRC는 연면적 5만3000평, 지상 20층, 지하 5층 규모를 갖췄다. HD현대, 한국조선해양, 현대제뉴인, 현대오일뱅크 등 총 17개사가 입주했으며, R&D 엔지니어링 인력 등 50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게 된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미래 기술경영의 중심 역할을 수행할 GRC는 그룹의 기술력을 한 곳으로 모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그룹의 제품 개발 관련 기초연구를 포함해 미래 신사업을 창출하는 신기술 확보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그룹명으로 시작하는 HD현대와 미래사업 추진력에도 힘이 실릴전망이다. 앞으로의 50년을 책임질 핵심 신사업의 토대를 다지기위해 HD현대는 향후 5년간 총 21조 원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한다. 

HD현대 먼저 스마트 조선소 구축과 건설 분야 자동화, 무인화 기술 개발을 핵심으로 하는 스마트 건설기계 인프라 구축, 스마트 에너지사업 투자 등에 12조 원을 투자한다. 친환경 R&D 분야에는 총 7조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조선사업 분야에서는 친환경 선박기자재, 탄소 포집 기술, 수소·암모니아 추진선 등 수소 운송 밸류체인을 구축한다. 나아가 건설기계 분야는 배터리 기반의 기계장비를 개발한다. 나아가 에너지 사업 분야에서는 탄소감축 기술과 친환경 바이오 기술 개발 분야에 집중할 전망이다.

자율운항 선박과 연계된 디지털 분야에는 총 1조 원이, 제약·바이오 분야 진출 기반을 다지기 위한 혁신기업 M&A나 유망 업종 지분 투자 등에도 1조 원이 투입예정이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