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주제, 스타셰프와 함께 하는 한식토크 열려
다채로운 한식의 맛 체험, 핑거푸드 한식마켓
전통 넘어 창의·현대적 재해석, 글로벌 미식 기대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여러 해 한식의 세계화를 주창하던 정부가 글로벌 미식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K-Food를 서울에서 선보이며 잔치를 열고 한국의 맛을 전파했다.

   
▲ 손종원, 조서형 셰프와 함께하는 한식토크./사진=미디어펜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23일부터 25일까지 서울에서 ‘2025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행사를 기념하고, 그 일환으로 한식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다채로운 한식 이야기와 한식마켓을 통한 홍보의 장을 펼친 것이다.

‘2025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행사는 영국의 외식 전문 미디어 회사가 주최하는 아시아 50대 레스토랑을 선정해 시상하는 국제적인 행사로, 2년 연속 서울에서 개최돼 한식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내노라하는 세계적인 셰프들이 자웅을 겨루려고 한국으로 대거 몰린 셈이니 글로벌 미식의 중심이 한국으로 이동한 듯했다.

25일 오후, 한식 잔치가 열린다는 서울 충무로에 자리한 ‘한국의 집’에는 소문을 듣고 각계각층의 사람들로 북적였다.

한식을 주제로 한 토크콘서트에는 미리 신청을 통해 초청장을 받아든 사람들이 속속 입장했고, 무대에는 TV에서나 보던 스타셰프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요리예능 TV프로그램인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 중인 손종원 셰프와 ‘흑백요리사’에서 이름을 알린 조서형 셰프가 마이크를 잡았다.

손종원 셰프는 본업으로 파인다이닝을 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한식의 맛에 푹 빠졌다고 했다. 한식의 아이덴티티를 3가지로 규정했는데 된장, 고추장 등 장류와 여러 종류의 김치, 멋스럽게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나물을 중요한 요소로 꼽았으며, 요즘은 과거 한 때 수도였던 개성지역 음식에 심취해 있다고도 밝혔다. 식재료 본연이 주는 맛을 잘 살리는 매력에 끌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한식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에는 어려워했다. 전통적인 구절판이나 신선로를 소개해야 할지, 양념치킨이나 김밥, 만두를 내세워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된다면서 “모든 새로운 것은 전통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질의응답에서도 한국식 나물에 대한 관심이 이어졌다. 나물 요리에 빠질 수 없는 들기름이나 참기름이 상대적으로 저평가 돼 있다며 아쉬워했고, 말린 나물을 다시 불려 요리하는 한국식 요리 문화에서 비롯된 나물의 독특한 식감을 해외 셰프들이 궁금해하고 놀라워한다고도 전했다.

조서형 셰프는 제철의 식재료와 음식끼리의 조합을 중요시한다고 했다. 전국의 시장을 누비며 식재료를 구하고 전국의 맛집에서 터득한 비법을 새로운 요리로 탄생시키는 즐거움이 무엇보다 크다고 말했다.

요즘처럼 봄철에는 매끈한 단맛의 원추리와 달콤한 채즙의 갯방풍, 토핑요리에 제격인 돈나물, 대표 봄나물 쑥과 봄 조개류 등이 색다른 요리법을 만나 다채로운 맛으로 재탄생시키는 행복을 강조했으며, 이런 그에게 ‘식재료 탐험가’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조 셰프의 맛 공식도 소개됐다. 일명 ‘간설파마후참깨’라는 공식이 한식의 맛있는 양념의 대명사처럼 됐는데, 비교적 어린 나이로 요리에 입문할 당시부터 외우던 기본 양념이라고 했다. 

오는 5월 가정의 달에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요리 한 가지를 소개해달라는 질문에는 “먼저 식사를 대접할 당사자의 취향을 물어보는 것이 좋다”면서 모두 즐길 수 있는 한솥요리나 불고기 요리에 늘상 곁들이는 채소를 봄나물로 바꿔 토핑으로 올리면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한식 체험을 즐길 수 있는 한식마켓이 한국의 집 마당에 차려졌다. 서울의 유명 음식점 셰프들이 직접 선보인 일품요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 한식마켓을 준비한 셰프군단들./사진=미디어펜


스타셰프 군단들을 비롯한 맛의 은둔 고수들까지 참여해 준비한 요리의 맛은 한식임을 증명하듯 식재료부터 요리법까지 한국적 요소를 담아내려 노력한 손길이 느껴졌다.

20년을 넘게 맛있는 김치를 연구해 온 김치명인의 배추김치부터 산마늘김치, 당귀김치, 고들배기김치, 산초장아찌, 매실장아찌, 더덕장아찌, 달래김치, 고수김치 등 갖가지 김치가 그 종류에서부터 특별함을 전했다.

   
▲ 갖가지 종류의 김치들과 색다른 음료, 나물비빔밥과 봄곰탕./사진=미디어펜


청양고추와 표고버섯을 첨가해 매콤한 토마토주스와 방아잎과 배에 레몬즙으로 만든 새콤상큼한 음료가 입맛을 깨웠다. 경북산 찹쌀 100%로 만든 원주에 국내산 바질을 콜드블루 형식으로 재해석한 스파클링의 풍미도 새로웠다.

통영식 나물과 고추장 대신 해산물 베이스의 두부비빔장으로 맛을 낸 나물비빔밥은 최적의 간으로 감동을 주었고, 봄을 맞아 쑥, 원추리, 울릉도 전호나물을 활용한 곰탕은 맑고 깨끗한 봄맛을 선사했으며, 봄 제철 해산물인 거제 해녀가 채취한 돌멍게, 울릉도 햇미역, 완도 톳, 여수 키조개관자, 울진 단새우 등을 한 그릇에 담아 표현한 요리는 한국의 봄바다 그 자체였다.  

   
▲ 맛과 향을 살린 찬면과 장작불에서 구운닭, 샐러드 김밥./사진=미디어펜


냉면 형태의 차가운 면은 녹두와 백태를 넣어 맛과 향을 살리고 동치미로 맛을 배가시켜 참관객들의 관심을 받았다. 또 샐러드 식재료로 만든 김밥과 장작불에 구워 기름이 쏙 빠진 구이용 통닭에 느끼함을 잡는 토핑이 한 수인 닭요리는 바비큐의 장점을 극대화시켰다. 

미식의 마무리 디저트류도 진귀했다. 누룩소금 카라멜과 바닐라 마블케이크에 홍시 크렘을 더한 조각 케이크는 풍성한 맛을 선사했다. 농장의 토종쌀과 올리브 사료를 먹고자란 제주산 우유로 만든 프랑스식 리오레에 비타베리 딸기, 하얀머랭, 진달래 꽃잎을 얹어 화전모양의 멋을 낸 토종쌀 히오레는 쌀이 씹히는 듯한 식감에 과하지 않은 단맛이 일품이었다.

   
▲ 한식마켓 프리미엄 한식 한상차림./사진=미디어펜


그야말로 오감이 빛을 발하는 시간이었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있다’고 했던가. 형형색색 갖가지 음식들은 어떤 맛으로 어떤 음식과 어울리는지를 먹잘알이 아니더라도 느낄 수 있는 체험의 장이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송미령 농식품부장관과 한식진흥원장도 한식마켓에 참여했다. 송미령 장관은 셰프들의 미식 설명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고, 특히 젊은 셰프들이 창안해 낸 아이디어들을 높이 샀다.

미식을 함께 체험한 송 장관에게 베스트 요리를 뽑아달라고 하자, 송 장관은 너무 많아 어느 하나를 지목하기는 어렵지만 아이디어 측면에서 볼 때 샐러드 재료로 만든 김밥과 봄나물을 얹어 맷을 낸 봄곰탕을 들었다.

송 장관은 이번 행사의 의미에 대해 “한식의 맛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고 싶다”고 했다. 최근 한류의 영향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는 한식의 인프라를 굳건히 하고, 이를 통해 한국산 농산물 수출 증가, 음식관광, 이를 연계한 지역관광까지 이어지면 농산업의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겠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또한 송 장관은 한식과 전통주의 페어링을 통한 주류 시장의 확대도 기대하는 눈치다. 프랑스의 와인이나 일본의 사케와 견줄만한 우리 전통주 시장을 만들어보자는 의미 있는 도전장을 꺼내들기도 했다.

   
▲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이 한식마켓을 찾아 식재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시식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최근 베트남과 싱가포르 출장을 다녀온 송 장관은 이번 출장길에서도 한식문화에 대한 현지인들의 관심과 애정을 느꼈다면서 과거에 비해 한식당의 숫자가 많이 늘었고, 한식을 찾는 계층도 한국인들보다 현지인들이 더 많은 추세라며 높아진 한식의 위상을 실감했다고 했다.

다만 송 장관은 현지에서 조달이 어려운 한우 등 부족한 원재료 탓에 한식의 맛을 제대로 알릴 수 없는 어려움에 대한 아쉬움을 전하며, 우리 농산물 수출을 늘리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식의 맛을 즐기는 외국인 보도진./사진=미디어펜


   
▲ 한식 홍보행사가 열린 한국의 집 마당에서 프리미엄 한식 메뉴를 즐기는 참석자들./사진=미디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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