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정부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계기로 2004년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개발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한 이후 20년이 지났다. 그간 총 4차례의 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했으며, 총 178조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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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차 삶의 질 기본계획 주요 내용 인포그래픽./자료=농식품부 |
올해부터는 제5차(2025~2029년) 계획이 수립돼야 할 시점으로, 지난 24일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개발 위원회’를 개최해 다섯 번째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개발 기본계획을 심의·의결했다.
그간 농어촌은 정주 만족도와 인프라는 개선됐지만 국가 전체적 인구감소 전망과 청년층의 도시 쏠림,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농어촌 소멸이 우려되는 게 현 상황이다. 인구 과소지역의 경우 소매점, 병·의원, 식당 등 공공 및 생활서비스 부족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인구 2000명 미만 읍·면이 2023년 기준 392곳으로 27.8%에 달하며 전국 행정리 중 73.5%가 소매점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4차례의 기본계획에서 보건·의료, 교육·문화 등 각 분야별로 부족한 인프라가 구축될 경우 도·농간 삶의 질 격차가 해소돼 농어촌에 사람이 돌아올 것이라 기대했지만, 농어촌 지역 일자리 부족 등에 따라 청년들의 도시 쏠림현상은 심화되고 공공·생활서비스 전달 기능은 개선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이번 기본계획은 그간의 기본계획과 달리 농어촌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뒀다. 21개 부처·청이 합동으로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농어촌 주거여건 개선 및 생활인구 확대 △공공․생활서비스 사각지대 최소화 등 3대 전략에 따라 12대 주요 과제 및 180개 세부 과제 추진을 계획에 담았다.
주요정책으로 농어업․농어촌 자원을 활용한 지역별 특화산업 육성을 촉진하기로 했다. 지자체가 육성하고자 하는 특화산업을 중심으로 기업 유치를 촉진할 수 있도록 농촌특화지구 내 입지 규제를 풀고, 소멸 위험 농촌지역을 혁신 거점으로 바꾸는 (가칭)자율규제혁신지구 제도에 대해 법제화를 추진한다.
농촌융복합산업자의 성장 지원 프로그램(스케일업)을 확대하고,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 등을 개선하며,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에 참여했던 주민 주도의 활동조직이 농촌융복합산업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유도한다.
특히 지역 내 앵커기업에 통합 프로그램을 지원해 학계·연구계와 전후방산업 업체를 네트워킹하는 농산업혁신벨트 구축을 추진한다. 어촌·도시·지역 특성에 맞는 바다생활권 경제·생활 거점 조성과 양질의 수산일자리도 창출한다.
지역경제활성화펀드 결성을 늘리는 등 민간 투자를 활성화해, 농어촌 자원을 통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그로 인해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찾는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농어촌의 강점인 어메니티(농어촌다움) 기반 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한다.
추진되는 프로젝트로는 외국인이 농어촌에 찾아오도록 K-미식벨트(농식품부), 동서트레일(산림청) 등 부처별 광역단위 사업을 연계한 K-농산어촌 관광벨트를 확대한다. 세계중요 농어업유산(7곳→14곳)을 관광 자원화하는 (가칭)케이-헤리티지(K-Heritage)도 일환이다.
또 자연휴양림, K-관광섬(7개), 복합해양레저관광도시, K-마리나루트 등 권역별 해양레저 허브 조성 등 관광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고, 여행사-주민이 협업해 농촌 테마관광 상품을 개발·운영하는 농촌크리에이투어도 지원하며, 농업․산림․해양자원을 통한 치유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인력, 인프라 및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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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차 삶의 질 기본계획 주요 내용 인포그래픽./자료=농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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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혁신을 이끌 인력도 양성한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지역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로컬크리에이터(1000개사)를 육성하고, 푸드테크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계약학과(9개교) 운영, 예비 창업자 대상 기술사업화 교육, 기업 인턴십 지원(매년 300명)도 추진한다.
특히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청년들이 농어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농지, 마을어장·양식장, 어선 및 초기 정착자금 등을 맞춤형으로 지원하고, 한국농수산대학교 졸업생 대상 법률·세무 컨설팅 등 경영역량 강화, 농업인 유형별 기술교육도 실시한다.
정부는 농어촌 정주 인구로는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생활인구를 확대하는 정책에 힘을 쏟기로 했다.
정주 인구 유출은 막고 신규 인구 유입을 늘리기 위해 농어촌 주거여건 개선을 확대한다. 기존의 공간을 재구조화하고 인근 난개발 시설을 이전하거나 철거해 공간을 재생하는 방식이 동원될 예정이다.
농어촌의 빈집도 확충하기 위해 ‘빈집정비 특별법’을 제정하고 체계적인 관리와 공급을 늘려나가기로 했다. 신규 인프라로는 지역활력타운 및 청년 보금자리 조성 확대, 청년 바다마을(3곳), 고령자 복지주택 공급물량 확대(3000가구), 지리정보시스템(GIS) 기반 어촌 정주 인프라 관리시스템 구축 등이 추진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의 은퇴 등으로 농어촌 인구 유입 수요는 지속될 전망이고, 농어촌의 쾌적한 환경, 도시 대비 저렴한 토지 비용, 4도3촌 생활 문화 확산 등은 기회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
생활인구·관계인구 확대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으로는 농촌 체류형 복합단지 신규 조성, 농어촌 원격근무(워케이션) 활성화 및 프로그램도 확대, 세컨하우스 민간 거래 활성화, 귀농어·귀촌 관련 플랫폼 및 귀어학교 운영,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 행복농촌 서포터즈 운영 등을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농어촌으로 생활인구를 유입시키기 위해 쾌적하고 안전한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한 대책도 세웠다.
생활폐기물 수거 인프라 확충, 마을 순회 영농부산물 파쇄지원단 운영, 해양쓰레기 저감 및 폐어구 수거 확대, 갯벌 생태계 복원 및 생태관광지역 확대, 범죄예방활동 강화, 스마트 해양안전교통망 구축, 해양교통 관제구역 확대 등이 추진되며, (가칭)‘농업·농촌분야 기후위기 대응법’도 마련한다.
이와 함께 농어촌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복지 사각지대를 메울 보건의료 서비스 여건 개선, 돌봄서비스 강화 등의 정책과 함께 사회안전망 확충, 교육여건 개선,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 다각적인 생활서비스 발굴 및 확산 등을 다방면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그간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농어촌서비스 기준과 목표를 올리고 이에 기초가 되는 통계의 정확도를 높이는 한편, 평가단위도 시군단위에서 읍면단위로 세분화하기로 했다”면서 “취약지구의 경우는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컨설팅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농어촌 주민이 삶의 질 향상을 체감할 수 있도록 정부-지자체-농어촌 주민 간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세부과제를 추진,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고 활기찬 농어촌을 만들어 인구소멸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