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고려아연이 영풍·MBK 연합의 경영권 장악을 재차 막아냈다. 영풍은 27일 의결권 제한에 대해 주식배당으로 대항했지만 고려아연 측도 재차 주식을 매입해 대응하면서 영풍·MBK 측의 의결권을 다시 제한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현 경영진을 중심으로 신사업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영풍·MBK 연합은 의결권 제한이 여전히 부당하다는 입장이어서 법적 다툼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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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서울 몬드리안 호텔에서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사진=고려아연 제공 |
◆고려아연 뜻대로 간 주총…‘이사 수 상한’ 안건 가결
고려아연은 28일 서울 몬드리안 호텔에서 제51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제51기 연결 및 별도 재무제표에 대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등이 표결에 부쳐졌다.
특히 이날 주총에서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중 이사 수 상한 설정이 향후 경영권 향방을 가를 핵심 안건으로 꼽혔는데 고려아연이 뜻대로 됐다.
고려아연은 이사 수 상한을 19명 이하로 설정하도록 안건을 부쳤다. 이는 과도한 이사 수에 따른 이사회 운영의 비효율성과 불안정성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면서도 영풍·MBK 측의 이사회 장악을 막기 위한 안건이다.
지난 1월 27일 열린 임시주총에서 이사 수 상한 설정 안건은 가결됐으나 영풍 측이 법원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되면서 재차 상정된 안건이다. 이 안건이 통과돼야 고려아연 측은 영풍·MBK 측의 이사회 장악을 막을 수 있었는데 71.11%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영풍·MBK 측은 이번 주총에서 17명의 이사 선임을 제안하면서 이사회 장악을 시도했으나 불발에 그쳤다.
이사진들도 고려아연 측 이사가 5명, 영풍·MBK 측 이사가 3명이 채워졌다. 고려아연 측 이사로는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 권순범 사외이사, 김보영 사외이사, 제임스 앤드류 머피 사외이사, 정다미 사외이사가 선임됐다.
영풍·MBK 측에서는 강성두 영풍 사장, 김광일 MBK 부회장, 권광석 사외이사가 선임됐다. 기존에 이사로 있던 장형진 영풍 고문을 포함해 영풍·MBK 측 이사는 총 4명이다. 이사회가 총 18명의 이사로 구성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풍·MBK 측의 계획은 실패한 것이다.
이에 고려아연은 현 경영진을 중심으로 3대 신사업인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안정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은 신재생에너지, 이차전지 소재, 자원 순환을 미래 신성장동력을 점찍고 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영풍·MBK 측은 그동안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최윤범 회장이 진행해 온 신사업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면서 신사업 추진에 제동을 거는 모습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영풍·MBK 측이 이번에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했으면 현 경영진들은 신사업 추진 등에서 힘을 잃었을 것”이라며 “홈플러스 사태처럼 회사를 망치는 상황이 또 벌어질 수 있어 업계 내에서도 MBK의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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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가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고려아연 제공 |
◆고려아연, 극적으로 영풍 의결권 제한…법적 분쟁은 ‘불가피’
이번 고려아연 주총에서도 영풍의 의결권 제한을 놓고 이견이 발생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1월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이 영풍 지분을 10.3%를 취득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했다. 이후 호주 자회사이자 주식회사인 썬메탈홀딩스(SMH)가 SMC가 보유한 영풍 지분을 현물 배당받는 방식으로 새로운 상호주 관계를 형성해 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했다.
하지만 영풍 측에서도 대응에 나섰다. 영풍은 지난 27일 정기주총에서 1주당 0.04주의 주식배당을 결의했다. 이로 인해 SMH의 영풍에 대한 지분율이 10% 미만으로 하락했고, 상호주 관계가 성립되지 않게 되면서 의결권 제한이 적용되지 않게 됐다.
이에 고려아연도 곧바로 반격 카드를 꺼냈다. SMH가 고려아연 주총 시작 전에 영풍 측의 주식을 추가로 매입하면서 10% 이상의 지분을 확보했고, 결국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채 정기주총을 속행했다.
결국 고려아연의 신속한 대응이 영풍·MBK 측의 이사회 장악을 막을 수 있었던 요인으로 평가된다.
다만 영풍 측에서는 곧바로 법적인 다툼을 예고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풍 측 대리인은 이날 주총에서 “법원의 영풍 의결권 제한 가처분 신청 기각에 대해 항고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위법한 행위에도 불구하고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라는 점은 확고하다”라고 발언했다.
한편, 이번 주총에서도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현 경영진에 힘을 실어줬다. 현 이사회에서 제안한 ‘이사 수 상한 설정’에 대해서는 찬성했으며, MBK·영풍이 제안한 이사 추천 후보들 대다수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특히 MBK 김광일 부회장과 영풍 강성두 사장의 고려아연 이사회 진입을 모두 반대하며 적대적M&A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명확히 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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