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추억의 갈피를 만드는 사진. 사진은 글보다 생생한 모습으로의 기록이다. 사진은 기쁘든 아프든 슬프든 생생한 모습의 시간 여행이다. 그 사진에 대한 단상이 알알이 깨지는 듯한 충격. 

시간이 지나면 사진은 때로는 잊고 싶은 기억,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숱하게 봐온 드라마에서도 어쩔 수 없는 관계 단절의 상태가 되면 가슴에 안고 그리움에 울부짖는가 하면 기억에 몸서리치듯 찢어발기기도 한다. 함께 하고픈 사람만을 남겨 둔 채 두 동강 세 동강 내기도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 중 사진 일부분을 확대한 것이 ‘조작된 것’이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사진에 대한 새로운 잣대(?)를 제시했다. 재판관들의 놀라운 해석이다. 머리와 가슴이 따로 놀아도 이건 새롭다. 현실 인식과 공감을 뛰어넘는 경이로움에 딴 공간 딴 세상을 맛본다. 

   
▲ 2015년 1월 당시 성남시장이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오른쪽) 대표가 뉴질랜드에서 찍은 사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이 후보 왼쪽),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왼쪽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이기인 페이스북 캡처

문제의 사진은 이 대표와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이 함께 한 사진으로 여러 명이 찍은 단체 사진이었다. 그중 증거의 확실성을 위해 일부를 클로즈업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그 일부를 클로즈업했기에 조작이란 판단을 내렸다. 희한한 일이다. 사진의 원본이 존재하는데 조작이라니.

국어사전에서 조작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어떤 일을 사실인 듯이 꾸며 만듦’이라고. 원본이 존재하는 사진은 꾸밀 수도 사실을 왜곡할 수도 없다. 일부를 잘라내고 아니면 다 잘라내고 자신만 남기더라도 원본은 존재한다. 그 사진 속 하나만 잘라냈다고 조작일 수는 없다. 

묻고 싶다. 초중고 아닌 대학 시절까지 졸업이든 소풍이든 수학여행이든 단체 사진은 어딜 가나 있었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과 AI로 인한 사진 합성의 문제가 대두되기 전까지는. 그들은 이런 사진을 찍지 않았을까? 

사진의 추억은 나쁜 쪽으로 악용하는 게 문제이지 추억조차 만들지 못하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 추억을 간직하는 건 사람마다 다르다. 괴롭힘을 당한 학생은 그 당사자의 얼굴에 소심하게 먹칠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어느 누군가는 그 사진을 오려내고 도려낸다. 끔찍한 기억을 벗어나기 위해. 이건 순기능이 해결하지 못한 악기능의 후차적인 문제다. 사회가 미처 알고 있지 못한 열리지 않는 일기장 속의 얘기처럼.  

이런 단상에 코미디 같은 해석을 덧붙인 판결이 사회 관계망에 오르내리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이재명 대표의 사진에 대한 이번 재판부의 판결은 그야말로 이해 불가다. 조각난 기억과 사건을 얽고 엮어서 전체를 봐야 하는 게 사법적 판단 아닌가? 그런데 되레 조각조각 찢은 판단이라니.

모든 혐의는 차치하고 사진만 보자. 열 명이든 스무 명이든 어디를 가든 단체 사진은 추억과 함께 기록처럼 남기는 우리였다. 추억이든 자랑이든 아님 어느 누구의 목적을 위한 홍보용이든. 더하면 함께, 우리, 동지, 뭔가로 결속을 위한 다짐, 약속 또는 맹세다. 이것만큼 확실한 증거는 없으니까.  

역시나 이번 판결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주정차 위반 과태료 통지서도 사진을 확대해서 보내는데 법원이 확대 사진을 조작이라고 했으니, 과태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거냐", "트리밍을 통해 그 본질이 크게 변했나? 글쎄, 판단은 대법이 하시겠지" 등 때 아닌 사진 논란은 클로즈업과 트리밍에 대한 관심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건의 시간을 되돌려 보면 이렇다. 문제의 사진 논란의 발화점은 2021년 대선 당시 성남시의원으로 국민의힘 이재명 비리 국민검증특위 소속이었던 이기인 개혁신당 최고위원 최고위원이다. 이 최고위원은 항소심 재판부가 "원본 일부를 떼어낸 거라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사진을 최초로 공개한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 대표에 대한 증거용이었다.

당시 이 최고위원은 이 대표와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 등을 포함한 10명이 함께 찍은 사진을 클로즈업해 이 대표와 김 전 처장 등 4명만 도드라지게 보이게 만들었다. 이후 해당 사진은 여권을 비롯한 정치권으로 확산되며 논란이 됐다. 

검찰은 이 사진을 '2015년 외국 출장 중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친 적이 없다'는 취지의 이 대표의 발언이 허위라는 근거로 제시했다. 이 대표는 이런 발언을 한 적이 없으며 "해외 출장을 갔는데 어떻게 모르냐고 하지만, 하위 직원이라 (김 처장은)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사진에 대해 "원본은 해외에서 10명이 한꺼번에 찍은 것이므로 골프 행위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볼 수 없다", "원본 일부를 떼어낸 거라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 대표의 "조작됐다"는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모르쇠' 이 대표에 재판부가 '조작 공범'으로 등장했다. 하급심을 뒤짚은 판결도 모자라 공감 제로 '조작' 판결로 사법부의 신뢰에 금이 갔다.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기소의 근거가 된 단체사진을 항소심 재판부가 '조작'으로 규정하면서 재판부에 의혹의 눈초리가 쏠리고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트리밍(잘라내기)과 클로즈업(확대) 사진이 조작됐다는 판단에 AI시대에 386컴퓨터 세대의 판결이라고 꼬집었다.

'사진'은 지난 26일 이재명 대표에게 내려진 선거법 위반 사건의 '전부 무죄' 판결에 대한 조각이다. 백현동 부지의 국토부 협박도 석연치 않다. 항소심에서 전부 무죄를 받은 이 대표는 개선장군이 된 양 의기양양하다. 아직 넘어야 할 고개와 걸어가야 할 가시밭길이 멀고 험하기만 한데.

이번 판결로 '사법의 정치화'가 도를 넘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의 탄핵 망국병은 브레이크 없는 고장 난 열차처럼 폭주하고 있다. 최상목 경제 부총리와 복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해서도 탄핵 겁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국무위원 전원 탄핵설 등 별별 설들이 떠돌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폭격과 산불로 초토화된 국토와 국민의 안전은 뒷전이다. 

이건 정치가 아니라 정치 폭력이자 국정마비에 이은 국정농단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 기각 여론과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엇갈리고 있다. 권력욕의 망령에 눈 멀어 춤추는 선동의 굿판을 걷어야 한다. 당장 멈춰야 한다. 국민의 눈초리가 점점 매서워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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