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핵심 분야 기술 유출 매년 증가에 '산업기술보호법' 개정
국가핵심기술 보유 확인제 신설·불법 인수합병 시 강제 조치 등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전 세계적으로 첨단 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와 자국 기술 우위 보전을 위해 수출 통제 및 기술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산업기술 해외 유출이 매년 늘어나자 정부가 기술 유출 시 벌금 최대 65억 원을 부과하는 등 제재를 강화한다.

   
▲ 산업통상자원부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내용의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마련해 다음 달 1일부터 5월 12일까지 입법예고를 실시한다고 31일 밝혔다. 

주요국은 '기술패권 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와 자국 기술 우위를 지키기 위해 수출통제 및 기술보호 조치들을 대폭 강화 중이다. 우리나라도 2006년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국가 중요기술을 산업기술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는 등 보호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국가핵심기술을 포함한 산업기술 해외 유출이 23건에 이르는 등 우리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 유출이 지속 증가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산업기술 해외유출 건수는 2020년 17건에서 2021년 22건, 2024년 23건으로 매해 증가했다. 
 
이에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핵심기술 보호체계 대폭 개선과 위반 시 벌칙 강화 및 기업 지원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19개 조문 39개항을 개정하는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의결돼 지난 1월 공포됐고, 오는 7월 22일 시행 예정이다.

개정법에 따르면 먼저 기술 유출 우려가 크고 보호 필요성이 큰 경우 기업 신청이 없더라도 국가가 직권으로 기업에게 국가핵심기술 판정을 받도록 하는 국가핵심기술 보유 확인제를 신설한다. 기존에는 기업 등 신청이 있어야 국가핵심기술에 대한 판정이 가능했다.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된 기업 등은 보유기관으로 등록해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국가핵심기술 보유기업을 정부 승인 없이 불법으로 인수·합병하는 경우 정보수사기관 조사와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심의를 생략하고, 산업부 장관이 즉시 중지·금지·원상회복 등 조치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미이행하는 경우에는 1일 1000만 원 이내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해 제도 실효성을 제고한다. 기술안보센터를 지정해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지원과 정책업무 지원 기능을 강화했다. 

벌칙규정도 강화한다. 국가핵심기술 해외 유출 시 기존 최대 15억 원의 벌금을 최대 65억 원까지 확대한다. 처벌대상은 현행 목적범에서 고의범으로 확대해 유출된 기술이 해외에서 사용될 것을 알기만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핵심기술 해외유출을 소개·알선·유인하는 브로커의 경우에도 기술 침해행위로 처벌하도록 하고, 산업기술 침해행위에 대한 손해배상한도를 기존 3배에서 5배로 상향하는 등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기술유출범죄를 예방하고 불법적으로 취득한 이익을 환수하기 위한 제재를 강화했다. 

법규를 준수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은 강화한다. 국가핵심기술 보유기업들의 기술 수출 승인 절차를 개선해 기업의 일반적인 경영활동으로 기술유출 가능성이 낮은 수출에 대해서는 수출 심의 절차를 면제 또는 간소화한다. 개별법에 따라 기술확인서를 발급받은 경우 산업기술확인을 받은 것으로 간주해 유사 행정 절차 단축을 통해 기업 불편을 해소한다. 

또 보안 기술 지원에 국한된 정부 예산 지원 범위를 보안시설 구축을 위한 비용까지 확대해 기술보호 역량이 취약한 중소·중견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기업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산업부는 산업기술보호법 개정 후속조치로 법 시행에 맞춰 법률에서 위임한 사항들을 규정하고 현 제도 운영상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시행령 및 시행규칙도 개정했다.

산업부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다양한 의견수렴과 함께 관계기관 협의, 법제처 심사 및 국무회의 심의 등 절차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하고 오는 7월 22일 '산업기술보호법' 시행 전까지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개정안에 대해 의견이 있는 경우 5월 12일까지 국민참여입법센터를 통해 의견을 제출하거나 산업부 기술안보과로 직접 제출하면 된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