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문형배·이미선 임기연장법' 등 상정해 심사 절차 돌입
국힘 "헌재를 사법 흥신임로 만드나...재판관 임기 연장, 위헌"
野 "韓대행, 마은혁 임명 지체…헌법 위반 책임 묻는 건 당연"
與 "탄핵 돌입 시 정부와 문형배·이미선 후임 지명 협의할 것"
[미디어펜=진현우 기자]다음달 18일로 종료되는 진보 성향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임기를 연장하는 법안이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다. 

민주당은 해당 법안을 추진하면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미루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해서도 탄핵을 재차 경고하고 나섰다. 헌법재판소 평의가 지연되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기각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법사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상정해 본격적인 심사 절차에 돌입했다. 복기왕·권향엽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은 채 헌법재판관 임기가 만료될 경우, 후임자 임명 시까지 재판관의 임기를 자동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헌법 제112조와 헌법재판소법 제112조는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6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복기왕 민주당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공백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국민의 권리가 침해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법안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 3월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경찰들이 근무를 서고 있다. 2025.3.10./사진=연합뉴스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헌법재판관들 간 평의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관들간 이견 조율이 잘 안된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퇴임일인 4월 18일 이후로 선고가 미뤄질 수 있다는 의견마저 나온다.

이때문에 민주당은 재판관 임기 연장 법안을 들고 나왔지만, 국민의힘은 헌법에 규정된 임기를 억지로 연장시키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회의에서 "법을 고쳐 재판관 임기를 연장하겠다는 발상은 명백한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원하는 헌법재판소는 나치 판사들처럼 이재명 대표 단 한 사람을 위한 사법 흥신소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법사위 야당 간사인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헌법재판관 공백 사태에 대해선 헌재가 헌법재판소법을 스스로 효력 정지하면서까지 위험성을 예고했다"며 법안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법사위는 곧 퇴임하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대통령 몫인 점을 감안해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후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못하는 법안도 이날 전체회의에 함께 상정했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 이 같은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개정안엔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6조 1항을 개정해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 또는 직무정지 등으로 권한을 대행하는 자는 국회에서 선출하는 사람 3명,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사람 3명에 대해서만 임명할 수 있다'는 조항이 명시됐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다음 달 1일까지 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경우 한 권한대행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을 위한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 '전격시사'과 인터뷰에서 "한 권한대행은 복귀하자마자 마 후보자를 임명하는 것이 헌법상 책무인데 이를 위반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이 계속 지체되고 있기 때문에 헌법을 위반한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아래에서 가운데)가 3월 31일 서울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열린 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피켓 행동에 나서고 있다. 2025.3.31./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한 권한대행 탄핵 절차에 돌입할 경우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후임자를 지명하게 되는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부와 여당이 협의해서 (지명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헌법재판관 임기 관련 법안 처리 시도는 최근 '5대 3'으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기각될 수 있다는 설이 돌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중도·보수성향으로 분류되는 정형식·김복형·조한창 헌법재판관이 각하 또는 기각 의견을 내고 있어 진보 성향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평의를 쉽게 종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9일 야권의 탄핵 촉구 집회 발언에서 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을사오적의 길을 가지 말아라"고 경고해 논란이 일기도 핬다.

황도수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헌법에 명시된 헌법재판관 임기를 연장하는 법안은 위헌 소지가 높을 뿐더러 민주당 내 이해관계에 의한 법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야당에서 탄핵심판 흐름이 당초 인용 쪽에서 반대로 돌아가니까 쓸 수 있는 수단은 다 쓰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