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상호관세, 2일 발표…즉시 발효"
무역흑자 8위 한국, 상호관세 1차 타깃 가능성
[미디어펜=김연지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부터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25%의 고율 관세와 교역 상대국의 무역 장벽에 대응하는 상호관세를 공식화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발표 즉시 시행되며 유예기간 없이 적용돼 업계에 큰 충격을 줄 전망이다. 

일본, 독일, 멕시코 등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의 주요 완성차 브랜드 전반에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상호관세의 주요 타깃으로 거론되고 있어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한국시간 3일 오전 5시)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발표 즉시 효력이 발생하며, 유예기간 없이 전격 시행된다는 점에서 업계의 충격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제공


상호관세는 특정 국가의 무역장벽에 대응해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보복적으로 부과하는 정책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철강, 알루미늄,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적용하며 보호무역 기조를 보여왔다. 이번 조치는 그 범위를 자동차를 포함한 전 산업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한국은 대미 수출 규모가 크고 무역흑자 폭도 상당한 국가로 거론돼 왔기 때문에 상호관세의 1차 타깃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을 상대로 8번째로 많은 무역흑자를 기록했으며 미국을 포함한 북미 시장으로 향하고 있는 수출의 비중이 큰 구조여서 타격이 클 전망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관세 발표는 내일 있을 것이고 즉시 발효될 것"이라며 "대통령은 꽤 오랫동안 이를 암시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일(2일) 진행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적인 조치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개선하고 대규모 무역 적자를 줄이며, 궁극적으로 미국의 경제와 국가 안보를 보호할 것"이라면서 "내일을 시작으로 (미국이) 갈취당하는 시대는 끝난다"고 강조했다.

◆ 관세 발표 직전…3월 자동차 판매량 '반짝' 급증

자동차 관세 부과가 임박했다는 소식에 미국 내 자동차 시장에서는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소비 심리가 확산하며 3월 판매량이 이례적으로 급증했다. 소비자들이 트럼프발 관세로 인한 차량 가격 인상을 우려해 구매를 앞당기면서 일종의 '패닉 바잉'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단순한 판매량 증가를 넘어 향후 수요 위축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기대보다 불안감이 더 커지는 분위기다. 또 업계는 관세 적용 시 차량 가격이 평균 5000~1만 달러 이상 오를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중산층 이하 소비자들의 차량 접근성을 크게 떨어뜨릴 전망이다. 

   
▲ 지난 1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토머스 킹 JD파워 데이터·분석 부문 사장은 "관세에 대한 전망이 이미 업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고 있다"며 "3월의 판매 강세는 잠재적인 관세 관련 가격 인상을 피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구매를 가속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미국 내 주요 브랜드들의 3월 판매량은 급증했다. 블룸버그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포드자동차의 지난 3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같은 기간 토요타는 7.7%, 혼다는 13% 증가했다.

현대차와 기아도 3월 한 달 동안 미국 시장에서 '반짝 특수'를 누렸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총 17만2669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13.4%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현대차는 9만4129대(13.7%↑), 기아는 7만8540대(13.1%↑)를 판매했으며, 제네시스 브랜드도 7110대를 판매했다. 모두 3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 실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3월의 판매 호조는 결국 '앞당긴 소비'의 결과로 볼 수 있다"며 "실제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고, 고금리와 경기 둔화까지 맞물려 소비심리가 급격히 냉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특히 북미 시장에서 판매 비중이 높은 SUV, 픽업 등 대형차 중심 브랜드일수록 관세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고율 관세가 부품 수급 망에도 영향을 주게 되면 생산 차질과 원가 상승, 공장 재조정 등의 후속 리스크도 불거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관세 여파…수요 위축·현지 생산 확대 불가피

자동차 업계는 고율 관세가 적용될 경우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브랜드를 중심으로 수요 위축과 경쟁력 상실이 현실화할 것으로 우려한다. 특히 북미 시장에 SUV, 픽업 등 중대형 차량을 주력으로 공급하는 기업일수록 차량 가격이 수천 달러씩 오르면서 판매량 감소로 직결될 수 있다.

이 같은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완성차 업체들은 생산기지를 미국 내로 이전하거나, 현지 공장 가동률을 높이는 등 전략 수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브랜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기조에 대비해 미국 내 전기차 및 내연기관차 생산 확대에 착수한 상태로 향후 이 같은 흐름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는 한국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이다. 25%의 자동차 관세에 이어 상호관세까지 적용되면 국내 수출 기업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1분기 누적 기준으로 현대차·기아는 미국시장에서 총 41만9912대를 판매해 작년 동기 대비 10.7% 성장했다. 미국 시장에서 1분기에 40만 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이처럼 기록적인 실적 뒤에는 관세 불확실성이 만든 일시적인 수요 쏠림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 관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약화는 향후 판매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백악관은 상호관세 발표 이후에도 미국과 협상 의지가 있는 국가에 대해서는 대화의 문을 열어두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정부와 업계가 미국과의 전략적 협상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고율 관세는 단기적인 수출 감소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훼손과 딜러 네트워크 재편 등 장기적인 리스크를 수반한다"며 "환율, 금리, 생산원가 등 복합적인 변수를 고려한 판매 전략과 공급망 재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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