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지난해 폭염 등 기후변화로 인해 배추 한 포기 가격이 2만 원이 넘을 정도로 품귀현상을 보였다. 수확량이 줄어들면서 여름철 배추 수급은 차질을 빚었고,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그마저도 품질이 썩 좋지 않았다.
문제는 이 같은 기후변화 현상이 지속화되고 고온에 각종 병해충이 늘면서 생산량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기후변화에 민감하고 저장성이 낮은 여름철 배추의 수급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는 없는 상황이다. 이에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7∼9월 배추 2000톤을 도매시장에 공급키로 하는 등 대책을 내놓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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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스트선충으로 생육이 불량한 배추./사진=농진청 |
배추는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호냉성 채소다. 때문에 7~10월에 출하되는 여름배추는 해발고도 600미터가 넘는 고랭지에서 주로 재배한다. 최근 들어서는 폭염 등 기후변화, 연작장해, 토양 병해충 피해 증가 등으로 여름배추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2020년 고랭지 재배면적이 5056ha에서 점진적으로 줄어 2023년에는 3995ha로 감소했고, 여름배추 생산량 역시 2020년 22만1822톤에서 2023년 17만2201톤으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2010년대부터 외래종인 씨스트선충 감염이 확산하면서 생육 저하와 배춧속이 차지 않는 결구 불량 등으로 상품성 있는 여름배추 생산이 어려워지면서 재배를 포기하거나 휴경하는 농가가 늘고 있는 것이다.
2011년 강원도 태백에서 국내 처음 ‘사탕무씨스트선충’이 발생한 뒤, 2017년 정선에서 ‘클로버씨스트선충’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국내에는 총 2종이 유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씨스트선충은 국가가 관리하는 검역 병해충으로 공적 방제 대상이다. 2024년 공적 방제 면적은 10년 전보다 약 4배 증가한 219ha에 달했다.
이에 농촌진흥청이 강원도 고랭지 배추밭에 토착한 외래 유입 해충 ‘씨스트선충’의 토양 내 밀도를 단계적으로 낮춰 여름철 배추 수급을 안정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국립농업과학원이 씨스트선충 밀도가 높았던 강원 지역 배추 농가를 대상으로 현장 실증한 결과, 훈증성 약제로 토양을 소독한 재배지의 씨스트선충 밀도는 약 80% 감소했다. 또 다른 방법으로 백겨자, 기름무와 같은 풋거름작물을 재배하고 토양과 함께 갈아엎으면 선충 밀도가 53%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했다.
농진청은 완전박멸은 어렵더라도 이 같은 씨스트선충 밀도 저감효과가 입증된 만큼 토양소독과 풋거름작물 재배를 올해부터 의무화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휴경을 했던 농가에 새로운 방식을 통해 방제를 할 경우 휴경없이도 배추를 재배해 생산성을 높이게 할 계획이다. 공적 방제 대상 농가는 반드시 방제 의무를 이행해야 하며, 이에 불응하면 식물방역법 제36조 및 제50조에 의거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방제 효과를 높이기 위해 미방제 농가가 농촌지도사업에 있는 지원사업을 신청할 경우 해당 시군농업기술센터나 농가에 불이익을 부과하는 내용도 검토하고 있다.
또한 농가 중심의 방제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약제, 종자 대금, 방제기구 사용료 등 방제비 24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씨스트선충이 발생한 강원 5개 시군(태백·삼척·정선·영월·강릉) 배추 재배지와 주변 농가를 대상으로 밀도 조사를 진행했다. 이를 토대로 올해 공적 방제가 필요한 316개 농가, 551.3ha를 선정했다.
농진청은 올해 공적 방제 대상 재배지에서 씨스트선충 방제를 완료하게 되면, 약 1만4000톤의 여름배추 추가 생산을 예측했다. 재배기간 동안 기상, 병해충 등 다른 문제 요인이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씨스트선충 밀도에 따른 재배지별 생산성 차이를 고려한 결과다.
방제 적용 시 씨스트선충 저밀도 발생지는 평균 생산량의 60~80%이며, 고밀도 발생지는 평균 생산량의 50~60% 정도 수확이 가능해지는 것을 감안해 생산량이 지난해 대비 약 5.5배가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폭염에 대비해서는 살수장치와 저온성 필름을 보급해 최대한 수확량 증대로 이어질 수 있게 조치할 방침이다.
한편, 농진청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강원도 여름배추 주산지 5개 시군 배추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개선된 씨스트선충 방제법 설명회와 교육을 마쳤다.
도 농업기술원과 시군농업기술센터가 함께 방제협의회를 열고, 농가 방제 지원 및 점검계획 등도 논의했다. 시군농업기술센터에서는 4월 중순부터 훈증성 약제 165톤과 풋거름작물 종자 20톤을 배부한다.
농진청은 본격적으로 방제가 진행되는 5월부터 정기적으로 도 농업기술원과 시군농업기술센터를 방문해 각 농가 방제 추진 실적과 물품 지원 상황 등을 점검하고, 현장을 방문해 방제 지도 및 기술지원을 벌일 방침이다.
시군농업기술센터는 관내 농가의 방제 추진 여부를 파악하고, 지역별 작목반 협조를 얻어 방제 시기별로 현장을 확인(모니터링)해 농촌진흥청과 결과를 공유한다.
방제 종료 시점인 11월 이후에는 정밀 진단기관과 공동으로 각 재배지의 씨스트선충 밀도를 검정해 개선된 방제법 효과를 평가하고, 내년도 사업에 반영할 계획이다.
지난해 씨스트선충과 함께 문제가 됐던 일반 병해충 ‘반쪽시들음병’ 방제 지도와 기술지원도 병행한다. 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이 추진하고 있는 ‘고랭지 채소 생산 안정 지원사업’ 등을 통해 미생물 퇴비 보급을 확대할 예정이다.
농진청 고령지농업연구소는 영농교육 및 간담회를 통해 여름배추 방제 기술 홍보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 농가 현장 실증을 추진해 미생물 퇴비를 지속 처리했을 때의 반쪽시들음병 방제 효과를 분석하고, 8~9월 중 현장 평가회를 열어 방제 기술을 보급할 계획이다.
권재한 농촌진흥청장은 “농진청은 봄배추 저장기간 연장 신기술 보급, 고랭지 토양 병해충 문제 해소, 배추 정식·수확 작업 기계화 체계 확산을 통해 여름철 배추 수급 안정을 뒷받침할 계획이며, 생산 여건이 좋은 준고랭지에 여름배추 재배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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