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올해 국내 100대 상장기업이 선임한 여성 사외이사 비중이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또 사외이사로 선임된 교수 중 이공계 출신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됐다.
한국ESG평가원은 올해 정기주총에서 선임된 100대 상장기업의 신임 사외이사 총 200명에 대한 연령과 성별, 재선임·겸직 비율, 전·현 직업 등 인적 사항을 전수분석한 ‘2025년 선임 사외이사 구성현황 분석’ 보고서를 9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00대 기업이 선임한 여성 사외이사 비중은 2023년 25%, 2024년 28%였고, 올해는 31%로 지속적인 상승 추세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개정된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자산 2조 원 이상의 상장기업은 특정 성별로만 이사회를 구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적어도 1명 이상의 여성이사가 필수조건이 된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위반 시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에 100% 시행되지는 않고 있지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평가에서 감점을 받지 않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평가원은 “2022년 이전에 희소했던 여성 사외이사가 올해 30%를 넘어선 것은 괄목할 변화”라며 "수요가 늘어난 만큼 여성 사외이사 풀의 확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국내 100대 상장기업에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의 절반 이상은 교수(학계)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교수 전공별로 경영학이 31%로 가장 많았고, 경제학(25%), 이공계(24%), 법학(15%) 순이었다. 이공계 교수 출신 사외이사 비중은 2023년 20%에서 2024년 22% 등으로 추세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경영학 전공 비중은 2023년 32%, 2024년 40%로 높아졌다가, 올해에는 31%로 다시 낮아졌다.
법무법인 소속의 사외이사 비중은 2023년 36%에 달했으나, 2024년 16%로 크게 하락했고, 2025년에는 13%로 더욱 낮아졌다. 그 빈자리를 대부분 교수가 채우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이공계 교수의 진출이 활발한 상황이다.
사외이사의 과거 직업 역시 교수의 비중이 40%로 가장 높았다. 현직 교수들의 과거 직업도 대부분 교수이기 때문에 교수 비중이 높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어 민간기업인(19%), 관료(18%), 법조인(14%) 순으로 많았다. 2024년 기준 민간기업인 출신은 11%에 그쳤으나 올해는 관료·법조인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손종원 한국ESG평가원 평가부문장은 “관료·법조인 출신 사외이사는 일종의 로비스트 역할을 함으로써 대관업무 및 법률 리스크 해소에 도움을 주는 역할이고, 전문경영인 출신 사외이사는 회사 경영과 직결되는 의사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사외이사 본래의 역할에 보다 충실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며 “민간기업 전문경영인 출신의 사외이사 비중이 크게 높아진 것은 긍정적 변화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번 정기주총에서 선임된 100대 기업 사외이사 총 200명의 평균 연령은 60.3세로 지난해 61.1세에 비해 0.8세 낮아졌다. 최고령은 BNK금융지주의 이광주 이사(74), 최연소는 카카오의 박새롬 이사(35)였다.
60대가 전체의 54%를 차지했고, 70대가 8%로 60세 이상의 사외이사 비중이 62.5%로 지난해(65.1%)보다 줄어들었다. 다만 70대 비중이 4.7%에서 8%로 증가한 것은 이사회 운영의 미래지향적 혁신성과 진취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 활성화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라고 평가원은 지적했다.
또 총 200명의 신임 사외이사 중에서 32%에 해당하는 64명이 다른 회사의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명의 금융지주사 사외이사를 모수에서 제외할 경우 겸직 비율은 37%로 더 높아진다. 하이브의 경우 선임한 4명의 사외이사 모두가 겸직 상태로 확인됐고, 지주사 SK와 NC소프트도 선임한 2명의 사외이사 모두가 겸직이었다.
평가원은 겸직의 비중을 계산할 때 사내 등기이사로서 실질적으로 경영하는 회사의 경우에는 겸직에서 제외했고, 본업과 다른 회사에서 사외이사 또는 감사로 활동하는 경우에만 포함시켜 계산했다며 겸직 상황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주총에서 선임된 200명의 사외이사 중 재선임 된 사외이사의 비중은 54%로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의 비중을 상회했다. 이 비율은 2023년 50%, 2024년 52%에서 지속 상승 추세를 보였다.
사외이사의 임기는 2020년 상법 시행령의 개정으로 최장 6년을 초과할 수 없게 됐다. 경영진과 유착해 감시와 견제 기능이 약화되고 독립성 유지가 어려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평가원은 “사외이사 임기 제한으로 앞으로 신규 선임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재선임 비중이 오히려 높아진 것은 정책 방향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창협 한국ESG평가원 평가위원은 “교수 출신이 사외이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대관 업무에 기여하는 관료·법조인 출신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며 “다만 교수 중 이공계 출신이 증가하고, 전문경영인 출신이 추세적으로 늘고 있는 등 긍정적인 변화도 일부 감지된다”고 진단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