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헬기 부재 작전 체계 부재…중·대형 헬기 비중 과해
기재 연령 높은 헬기 80%…다양화 및 신기재 도입 시급

국내에서 대형 상불로 인해 올해 초 미국 LA 산불보다 더 큰 피해를 입으면서 산불을 끄기 위한 유일한 수단인 헬기 운용 및 대처 능력과 헬기의 도입 및 기종에 대한 문제점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매년 겨울과 봄철 극심한 가뭄으로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산불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지만, 산불에 대한 국민적 관심 부족 및 이를 끄기 위한 수단과 체계가 미흡한 점은 반드시 개선돼야 할 점이다. 미디어펜은 앞으로 다시는 같은 재난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우리나라의 헬기 운용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최근 경북 지역에 발생한 최악의 산불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가운데, 헬기 운용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된다. 국내 도입된 산림청 헬기 등은 산불 피해 진압에 적합한 기종이 아닐 뿐 아니라, 도입 과정 및 작전 개념의 부재로 인한 대처 부족 등이 대표적 문제라는 지적이다.

   
▲ 헬기가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없음.)/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역대 최악의 산불…미연에 방지할 수 없었나

10일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8일까지 피해 신고 결과 피해액은 1조425억 원, 복구액은 2조6533억 원에 달한다. 경북 의성에서 시작돼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인근 지역으로 확산된 이번 산불 피해는 4만5160㏊로 집계됐다. 산림 피해가 전체 피해의 약 70%를 차지하며 서울 면적의 약 79%에 달하는 규모다.

인명 피해도 잇따랐다. 28명이 사망했으며 3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주택은 4203채, 국가 유산은 31곳이 소실됐다. 이재민 또한 1만8401명이 대피하면서 삶의 터전을 잃은 상태다.

이번 피해에 있어 일각에서는 초기 대처 미흡을 비롯해 헬기 운용의 문제점이 드러난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통상 산불은 산불 강조 기간인 12월부터 익년 5월까지의 상시 공중감시를 필수로 한다. 또한 화재가 발생할 경우 기종에 따른 작전 및 지휘에 따라 대처에 나선다.

해외 국가들의 경우 소형 헬기를 통한 선제 진화 후 중·대형 순의 진화 매뉴얼을 운용한다. 화재가 잦은 미국의 캘리포니아도 해당 방식을 통해 화재를 진압한다.

헬기 운용은 크기별로 상황에 맞는 임무를 수행한다. 소형 헬기의 경우 기간 중 상시 공중 감시와 산불 발생 시 초동 진화를 맡는다. 이후 중형 헬기는 소형 헬기의 초동 대처에 이어 담수를 마치고 출동한다. 중형 헬기의 담수량은 약 2000~3000ℓ에 달한다.

이후 대형 헬기는 가장 많은 담수량(3000ℓ 이상)을 바탕으로 마지막에 출동하는 구조다. 초기 대처가 중요한 만큼 담수량이 적은 소형 헬기의 출동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다만 문제는 이번 산불에 출동한 헬기는 모두 중형 혹은 대형 헬기로 구성돼 초기 진화에 적합한 운용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헬기들의 기재 연령이 과도하게 오래됐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제기된다.

◆상황에 맞는 기재 부족…작전 체계 부실로 이어져

   
▲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이틀째인 지난달 23일 의성군 산불 발화지점 인근 야산에서 산림청 헬기가 산불 진화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번 산불 진화에 동원된 헬기는 각 지역별로 상이하나 대부분 기령이 과도하게 노후화됐다. 경북 영주시에서 임차한 S-58T의 경우 63년에 달한다.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북도로부터 제출받은 ‘2025년 산불진화헬기 운영 및 안전관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경북 도내 21개 시·군에서 임차해 운영 중인 19대의 산불헬기의 평균 기령은 35년이다. 기령이 20년이 넘은 노후 기종이 80%인 것이다.

S-58T 외에도 △상주시와 문경시에서 사용된 S-67은 기령 55년 △포항시에서 사용된 S-61N의 기령은 51년 △예천군과 안동시에서 사용한 S-76은 각각 42년, 38년의 기령이다.

이와 함께 문제로 제기되는 것이 소형 헬기의 부재다. 소형 헬기는 산불 진화에 있어 초동 대처 및 진화 인력을 정상에 올리는 역할을 맡는다. 담수량이 적다는 단점이 있으나 초동 대처에서 가장 빠른 운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도가 높다.

산불 진화는 정상에서 인력을 투입해 위에서 아래로 진화하는 작업이 초기 진화에 유리하다. 하지만 이번 산불 피해의 경우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 진압하는 방식으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실제 미국의 경우 소형 헬기부터 대형 헬기까지 상황에 맞춘 작전을 통해 단계적 투입을 우선시 한다. 지난 2020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동시 다발적 화재에서 미국 산림청(USFS)은 1차로 8대의 소형 및 중형 헬기를 투입해 고지대 초기 확산을 막았다. 이후 산불 확대가 이어지자 대처를 위해 대형 항공기로 대응에 나섰다.

특히 대형 헬기는 산불 진화보다는 지휘 임무를 맡아 공중 지휘통제 기반으로 작전 헬기들을 조율했다는 점이 이번 경북 산불 대처와 차이를 보인다. 경북 산불에서 대형 헬기가 직접 산불 진화에 나선 것에 반면 적절한 기종을 운용해 지휘 통제 시스템을 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내에도 소형 헬기를 보유하고는 있으나 중형과 대형 헬기의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 이로 인해 작전 체계가 부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형 헬기의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나, 전문가들은 보유하고 있는 기종을 다양화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결국 작전 개념의 부재가 중요한 문제 중 하나였던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조종사 출신의 한 전문가는 "미국의 경우 소형 헬기의 기동성을 바탕으로 (산불 진화)요원들을 탑승시켜 신속하게 현장에 내려주고 산 정상 혹은 직접적인 산불 진화 작업을 투입한다"며 "소형 헬기가 작전을 수행하는 동안 중형 혹은 대형 헬기가 직접적인 산불 진화 방식을 사용하고 더욱 필요하다면 고정익(비행기)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산불을 끄기 위한 대형 헬기도 중요하지만, 소형 헬기 그리고 중형 헬기 등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임무를 다양하게 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