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정유업계가 국제 유가와 정제마진이 동반 하락하면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초기만 하더라도 국내 정유업계는 관세 효과로 인해 가격이 저렴한 캐나다산 원유를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현재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유가 하락과 석유 수요 감소까지 부추기고 있어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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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석유화학단지.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는 배럴당 64.91달러로 이달 초 75.97달러보다 11.06달러(14.6%) 하락했다. WTI(서부텍사스산원유)는 지난 8일 배럴당 59.1달러까지 하락하면서 4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국제 유가 하락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관세 정책으로 인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고, 지난 9일에는 80여 개국을 대상으로 관세가 발효돼 시행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글로벌 경기 침체는 물론 원유에 대한 수요도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제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 현재는 중국을 제외하고 상호관세를 유예한 상태지만 여전히 국제 유가는 낮은 수준이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국내 정유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제 유가 하락이 지속될 경우 국내 정유업체들은 재고평가손실을 볼 수 있어서다. 기존에 높은 가격으로 들여온 원유가 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정유업체들의 손실로 잡힌다.
국내 정유업계는 트럼프 당선 초기만 하더라도 기대감이 컸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에 관세를 도입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캐나다산 원유를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가격이 싼 캐나다산 원유를 도입하면 국내 정유업계는 원가가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현재는 오락가락한 관세 정책으로 국제 유가 하락을 부추기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수익성 악화를 불러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에는 두바이유는 배럴당 85달러 수준을 보였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정제마진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정제마진은 정유업계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로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판매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운영비, 운임 등을 제외한 값이다. 통상 4~5달러 수준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현재 정제마진은 손익분기점보다는 높은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물동량이 감소할 경우 정제마진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효과를 내심 기대했지만 현재는 트럼프 당선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소리가 나온다”며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수출입이 줄어들 수 있고 이는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이어져 정제마진 하락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정유업계는 당분간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서서히 회복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에 따라 국제 유가가 재차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따라 국내 정유업체들도 수익성에 영향을 받고 있다”며 “트럼프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대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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