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철강 25% 관세 부과로 대미 수출 어려움 커져
현대제철 시작으로 포스코도 지분 투자 등 투자 움직임
동국제강그룹은 투자에 신중한 입장…비용 부담 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철강업계가 미국의 철강 관세를 넘기 위해 현지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제철이 8조5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확정한 데 이어 포스코도 현대제철에 지분 참여 등 다양한 방안을 두고 미국 현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지 생산에 나설 경우 미국 관세에 영향을 받지 않고 판매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동국제강그룹은 미국 투자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생산된 철강 제품./사진=포스코 제공


14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모든 철강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미국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달 1일부터 25일까지 미국으로의 철강 수출액은 2억3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9% 감소했다. 철강업계 내부에서도 관세 발효 전보다 미국 수출이 어려워진 것을 체감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아직 관세가 발효된 지 1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라 섣불리 확답하기는 어렵지만 전보다 어려움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2~3개월 후에는 확실하게 수출량을 비교하면서 관세 영향을 확인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의 관세 영향이 서서히 나타나면서 국내 철강업계 내에서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미국 현지 투자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미국 투자를 확정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연간 270만 톤의 철강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전기로 제철소를 신설하기로 했다. 투자 규모는 8조5000억 원이며, 2029년부터 상업생산에 들어가 본격적인 납품이 가능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투자로 현대자동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 신규로 가동되는 HMGMA에 안정적인 자동차강판 공급이 가능해진다. 현대제철은 현지 생산을 통해 미국 관세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으며, 현대차·기아를 넘어 현지 완성차업계에도 제품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 역시 미국 투자가 점차 구체화되는 모양새다. 포스코는 미국 투자를 검토 중인데 현대제철의 미국 전기로 제철소에 지분 투자도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제철은 투자금이 8조5000억 원에 달하는 만큼 외부에서도 자금 확보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포스코가 지분 투자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포스코 역시 미국이 수출 핵심 시장이지만 신규 투자를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해 부담이 클 수 있어 지분 투자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포스코 측은 여전히 여러 방안을 놓고 검토 중에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 지분 투자는 물론 신규 투자, 현지 철강업체들을 활용하는 방안 등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현대제철과 달리 동국제강그룹은 미국 투자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현재 생산을 위해서는 수조 원의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에 섣불리 투자에 나서기는 부담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장세욱 동국제강그룹 부회장도 지난달 정기주주총회에서 미국 투자는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장 부회장은 “현재 미국 투자에 대한 계획은 없다”며 “정권, 정책의 변화 등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투자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지만 동국제강그룹은 이달 들어 미국 휴스톤에 오피스를 개설하고 현지 거점을 늘리면서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확대는 포기하지 않고 있다. 로스엔젤레스(서부)와 뉴욕(동부)에 이어 남부에도 오피스를 마련하면서 현지 대응력을 높여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동국제강그룹 관계자는 “럭스틸 등 컬러강판은 제품 자체로도 미국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판매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며 “미국 현지 투자는 현재로서는 쉽지 않고, 다른 지역에서 수출 확대에 나서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미국은 인건비가 높아 트럼프 대통령 이후 관세가 사라지면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팔 곳이 없다”라며 “관세가 없어지면 미국 내에서도 수입 제품에 가격경쟁력이 밀리게 된다. 2~3년 정도 버티는 게 더 이득이 클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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