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수자원·수재해 전용 영상·통신 위성 개발
해외 위성자료 의존 탈피, 비·야간 관측 한계 돌파구
접경지 급습 방류, 홍수 골든타임 확보 등 물안보 강화
위성기술 수출모델 실현, 기후테크 시장 선도 기대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2027년이면 우리가 쏘아 올린 위성으로 우주에서 물관리를 하는 시대가 될 전망이다. 위성에서 전해지는 영상·통신 등 광범위한 관측을 토대로 한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정확도를 높이고 신속한 대처능력을 보유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이상기후에 따른 대규모 홍수·가뭄·녹조 등 물관련 재해 예측의 중요성은 중요해진 반면, 기존의 관측으로는 실시간 정확한 예측이 힘들어지고 분석도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다.

   
▲ 수자원 영상 위성, 세계 최초 수자원·수재해 감시 전용 중형급 위성의 탑재체 형상./자료=K-water


특히 한반도의 지형은 해안선이 복잡하고 국토가 연결된 북한의 공유하천 관리를 위한 원격 탐사 자료를 확보해 분석해야 하는 만큼 더욱 상세한 실시간 정보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접경지역의 예고 없는 방류 등으로 물안보 문제를 안고 있고, 2022년 태풍 힌남노 내습에 따른 피해사례처럼 물재해 영향이 커 홍수 예·경보의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선제 대응 역량 강화가 절실하다. 

이에 환경부 주도로 세계 최초의 수자원·수재해 전용 위성을 개발, 물관리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우주 프로젝트를 국가 연구과제(R&D) 예산 2008억 원을 투입해 2021년부터 본격 진행 중이다. 

세계기상기구(WMO) 자료 등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미국 나사(NASA) 등이 운영 중인 기후감시 위성은 있지만, 수자원에 특화된 전용 위성은 아직 없다고 알려졌다. 

프로젝트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위성 본체를,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이 탑재체(레이더)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환경부 대행사업으로 위성정보를 활용한 수재해 감시 지상운용체계 및 활용체계 구축을 담당한다.

1단계로 환경부 R&D 프로젝트로 중형급 수자원 전용 위성이 개발되고, 2단계로 수자원공사 자체 예산을 투입해 초소형 군집위성을 연계 운영해 한층 더 정밀한 수자원 감시체계가 구축될 계획이다.  

현재 물관리는 우리나라 보유 위성의 기술규격 한계 등으로 불가피하게 핀란드 등 해외 위성자료를 비용을 지급하고 구매해 활용하고 있거나 무료 공개된 위성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수자원·수재해 감시에 최적화돼 있지는 않고 위성마다 해상도와 관측 주기가 달라 분석에 제약이 있다. 한반도 촬영을 위한 방문주기도 길어 6~12일씩 걸리는 등 감시나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에 보유 중인 위상은 주로 카메라 등 가시광선에 기반해 영상을 얻기 때문에 악천후나 야간 등의 상황에서는 관측이 제한적이고 물을 탐지하는 데는 더욱 힘들어 지류 하천 정밀 감시와 실시간 대응은 어렵다.

   
▲ 현재 수자원 위성센터에서 모니터링 분석을 통해 댐 주변의 수체탐지 지도를 볼 수 있다./사진=K-water


♯ 2027년 수자원 위성이 발사되면…구름·비·어둠 상관없이 매일 관측

예정대로 2027년 중형급 위성이 발사돼 궤도에 오르면 탑재된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영상레이더를 통해 구름·비·어둠을 뚫고도 24시간 관측이 가능해진다. 

수신감이 크고 정보의 누락이 없으며, 무게는 경량화해 속도감이 있고 넓은 방위각으로 반응도 빠른 게 특징이다. 

입체감 구현에도 뛰어나 홍수·가뭄 등의 지형 변화와 수질 이상을 척척 감지해낸다. 하루 2회 한반도 재방문 관측이 가능해지며, 위성이 한 번에 관측할 수 있는 지역의 폭을 뜻하는 관측폭은 120㎞로, 촬영 시 한 번에 강원도 면적과 유사한 1만4400㎢를 촬영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수자원공사가 개발한 4기(K-waterSAT)의 초소형 군집형 수자원 전용 위성과 연계하면 좁은 지역을 고해상도로 이틀간 3회 관측이 가능해 녹조·적조 등을 적기에 직관적으로 파악이 가능해지며, 댐·수도 등 국유시설과 북한 등 접경지역의 연속 정밀 관측이 가능해 재난과 안전, 수자원 정보, 정밀항법보정 등에 활용된다.

이같이 위성을 통한 얻어진 기술과 정보, 활용력은 해외전략국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수자원 관측을 주도하게 된다. 이는 물산업으로도 이어져 특화된 기술과 시스템 모델을 개발해 수출로도 한몫하게 된다.

다양하게 모아진 연계 데이터들은 녹조의 발생원인 파악 등 물관리뿐 아니라 자산관리, 산림 식생 분석 및 탄소배출(ESG) 분야 첨단 원격 관측 기술 확장, 지표면 모니터링, 지진·산불 등 재난 피해·예방 분석 등에도 쓰이게 된다.

♯ 수자원 위성센터 가보니…반짝이는 위성들, 통합물관리 위한 눈이 되다  

   
▲ 수자원 위성센터에서 시뮬레이션 한 지구를 둘러싼 위성들./사진=K-water


한국수자원공사 K-water연구원 내 수자원 위성센터에 들어서니 우주 상공에 점점이 떠다니는 위성들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광활한 우주에서 지구를 가까이 둘러싼 상공의 위성을 확대해보니 약 3만6000여기의 점들로 색색의 빛을 반짝거리는 듯했다. 

그중 초록점은 현재 위성으로 가동돼 활발히 데이터를 수신하는 임무 중이고, 회색점은 임무를 마치고 유유히 떠다니며, 흰색점은 목적은 불분명하지만 위성으로 작동하고, 노랑점은 운영은 가능하지만 지구와의 교신은 어려운 기능이 쇠퇴한 위성, 빨간점은 사실상 죽은 위성으로 파악된다는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들 위성 중에 지구로 보내온 정보를 활용해 이곳 센터에서는 홍수·가뭄·안전·환경 4개 분야로 구분해 수체탐지·토양수분·댐안전·토지피복도·녹조농도·부유물 등 8가지의 주요 모니터링을 거쳐 분석자료가 제시됐다. 

모니터링을 통한 국가 분석자료들은 수자원 위성센터 외에도 군, 지자체 등 44개 관련 기관들이 위성 정보와 재난재해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함께 공유하면서 협력체계로 운영된다.

그간 수자원공사는 이 같은 시스템을 통해 지난해 홍수 때 북쪽 압록강 지역에서의 물방류에 위성을 통한 접경지역 모니터링 고도화로 즉시 대응했고, 미호천과 논산천 등의 물범람 등으로 인한 가옥 침수를 조사했으며, 소양강댐 댐변위 분석, 국내 녹조 농도·가뭄현황 모니터링, 수도부지 무단점용 모니터링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분석 능력을 키워왔다.

해외에도 정보를 활용한 분석자료를 제공해 점차 물 분야 기후대응 국제협력으로 글로벌 기후테크 시장까지 진출하는 교두보도 마련했다. 모로코 지진피해 분석과 대홍수로 인한 리비아 댐 붕괴에 따른 피해 분석, 메콩지역 수자원인자 기초자료 생성 등을 제공해왔으며,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재건에도 참여하게 됐다.

수자원 위성은 미래 물문제 대응을 위한 핵심 기술 자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산업 국제 정보분석기관인 글로벌워터인텔리전스(GWI) 역시 미래 10년간 기후변화 피해의 69%가 물 관련 문제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연구소 옥상에 설치된 안테나실에서 관계자가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사진=K-water

   
▲ 새롭게 조성 중인 수자원 위성센터 조감도./자료=K-water


현재 수자원공사는 세종시 집현동에 수자원 위성 지상운영센터를 건립 중이다. 개발 중인 수자원 위성의 정보를 수신해 분석하고 홍수·가뭄 등 수재해와 수질, 수자원 상황을 실시간 감시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예정이다.

연구원에는 전문 인력 20여 명이 모니터링과 분석을 운용하고 있는데, 위성 개발이 마무리되고 발사된 후에는 이에 걸맞게 50~60명의 전문가가 정보 분석에 합류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김병기 수자원공사 K-water 연구원장은 “위성을 활용한 초정밀 재해 감시 및 대응 기술은 기후위기 시대에 국제협력을 이끄는 전략기술”이라며, “환경부와 협력해 기후재난을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기후테크 역량을 확보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