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5% 자동차 관세 여파…미국시장 내 차값 인상 전망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인센티브 절감·지역별 가격 인상 고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달부터 외국산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가격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당장은 가격을 동결하고 있지만 이르면 6월부터 차량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생산 조정, 재고 활용, 인센티브 축소 등을 통해 관세 충격을 완화하려 하지만, 장기적으로 소비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3일부터 모든 수입 자동차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주요 자동차 브랜드들은 가격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으며, 하반기부터는 시장에 실질적인 가격 변화가 반영될 전망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제공


◆ 포드, 여름부터 가격 인상…폭스바겐도 인상 가능성 시사

포드자동차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를 인하하지 않을 경우 5월 생산분부터 차량 가격을 인상할 방침이다. 앤드루 프릭 포드 내연기관 및 전기차 부문 사장은 딜러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큰 변화가 없다면 우리는 향후 차량 가격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는 5월 생산분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음 달 생산분은 6월 말이나 7월 초에 매장에 도착할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할인 행사가 종료되면 실질적인 가격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포드는 이미 출고된 차량의 가격은 인상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독일 폭스바겐도 6월부터 미국 내 판매가 인상될 가능성을 열어놨다. 폭스바겐 북미법인의 키엘 그루너 대표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우리는 5월 말까지 소비자와 딜러에게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는 확신을 주고 싶다"며 "관세 정책이 계속되면 6월부터는 가격 인상이 있을 수 있다. 공급업체, 딜러, 소비자에게 관세로 인한 비용을 분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도 오는 6월 2일까지 미국 내 차량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사장)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관세 때문에 특정 모델 생산을 중단하거나 가격을 대폭 인상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기회가 된다면 인센티브를 줄이거나 지역별로 가격을 조금 인상하는 방식은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본 완성차 브랜드들도 관세 충격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준비 중이다. 닛산은 미국 내 생산 확대를 통해 관세 부담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토요타는 당분간 차량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토요타는 미국 내 재고 활용과 원가 절감을 통해 비용 부담을 자체적으로 흡수한다는 방침이다. 

◆ 재고 소진되면 도미노 인상…소비자 부담 본격화 우려

자동차업체들은 당장은 확보해 놓은 물량과 단기적인 할인 정책 등을 통해 가격을 동결하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관세 부담이 누적되면서 미국 시장에서 자동차 가격은 도미노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완성차 업계는 최대한 관세 충격을 흡수하려는 전략을 쓰고 있지만, 자동차 뿐 아니라 주요 부품까지 고율 관세가 적용되면서 단가 자체가 상승하고 있어 결국 비용 전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관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경우, 미국 내 자동차 평균 가격이 약 11%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단순한 가격 인상을 넘어, 소비 심리 위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높은 금융금리에 차량 가격까지 오르게 되면 구매 포기나 대기 수요 증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특정 인기 모델이나 수입 비중이 높은 차량은 먼저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는 브랜드나 차종의 경우보다 빠르게 가격 인상이 단행될 수 있어 향후 몇 달간 시장 전체가 가격 조정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부 브랜드가 5월 생산분부터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이르면 6월 말부터는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격 변동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이 일단은 가격 동결을 이야기 헸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라며 "차량을 구매하려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매 시기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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