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결정 소규모 정비안, 구청장 취임 후 통합 방식으로 전환
주민들, 거센 반발…고도제한 등 이해관계 복잡해 사업 지지부진
종로구청 "통합 방식 지지 더 많아…소규모는 도로 등 제한사항 많아"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이제는 반포기에요. 종로구청이 멀쩡한 서울시 계획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바람에 언제 재개발을 할 수 있을지 모르니깐요."(창신동 내 주민 A씨)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 남측 일대 재개발을 놓고 주민과 종로구청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종로구청이 소단위 정비사업을 갑작스럽게 통합 재개발로 방향을 바꾸면서 재개발은 한없이 미뤄졌고 재산권 행사마저 제한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 골목길. 재개발 추진위 간판을 통해 소규모 재개발 방식을 추진했음을 알 수 있다. /사진=미디어펜 서동영 기자


23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창신동 남측 일대 재개발이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다. 종로구청이 창신1~4구역 재개발의 정비계획을 소규모 방식에서 통합개발 방식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주민과 토지소유주 등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신1~4구역은 서울 종로구 창신동 남측 일대 10만㎡ 이상의 일반상업지구다. 흥인지문(동대문)에서 동묘앞역에 이르는 한양도성 내에 자리하고 있다. 오래된 건물들로 인해 지역이 낙후되자 서울시는 재개발을 고심하다가 지난 2022년 4월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결정을 고시했다. 창신1·2구역을 소단위로 쪼개고 3·4구역은 일반정비 방식으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2022년 7월 정문헌 종로구청장 취임한 이후 종로구청은 사업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종로구청은 창신1~4구역 전체를 하나로 묶는 통합 재개발을 통해 강남 코엑스 같은 대규모 상업시설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알렸다. 그러다 통합 재개발은 유지하되 하나가 아닌 4개 구역으로 묶어 진행한다고 수정했다.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통합 재개발 방침을 반대하고 있다. 문화재(흥인지문)으로 인한 고도제한, 쪽방촌, 복잡한 권리관계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면 통합 재개발은 어렵다는 것이다. A씨는 "서울시도 과거 통합 방식을 추진하다가 오랜 용역 끝에 소규모 재개발로 결정한 것"이라며 "그런데 구청장이 정비사업 입안권자라는 이유만으로 갑작스럽게 통합 재개발로 바꾸면서 사업 진행이 어려워졌다"고 비판했다. 

주민들은 통합으로 정비사업을 진행할 경우 용적률 차이, 토지지분 등에 따른 분담금으로 인한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재개발 동의서를 다시 받기 위한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개발이 지지부진해지면서 토지 소유주들은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피해도 있다고 호소한다. A씨는 "땅에 건물을 지어 올리려고 했더니 구청에서 재개발을 이유로 불허해 멀쩡한 땅을 놀리고 있다"며 "새 건물은 못 짓고 팔자니 가격을 크게 후려쳐야 해 그럴 수도 없다"고 불만을 토해냈다. 

창신동 내 상가 건물을 보유 중인 B씨는 "정부가 통합 방식 재건축을 장려하는 1기 신도시만 해도 단지별로 이해관계가 달라 다툼이 일고 있다"며 "아파트도 통합이 쉽지 않은데 토지와 건물 크기 등 사정이 제각각인 재개발은 오죽하겠냐"며 종로구청이 불가능한 통합재개발 뜻을 접고 서울시 원안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어 "서울시가 막대한 시간과 돈을 들여 고심 끝에 결정한 소규모 정비사업안을 구청이 왜 바꾸려는지 이해가 안 된다. 결국 구청장의 다음 지방선거를 위한 치적쌓기 의도"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종로구청은 소규모 방식을 원하는 이들은 일부에 불과하고 주민 대부분은 통합 방식을 원한다고 주장한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시행사 등 소수 소유주가 소규모를 외치지 대다수는 통합 방식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2023년 2월 새로운 재개발 지침을 내려 높이 등이 규제가 완화되고 인센티브를 줘 통합 재개발이 가능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통합 방식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한 소규모 방식으로는 도로 등 여러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관계자는 "재개발을 하면 차량 진·출입이 가능하도록 도로를 확장해야 한다"며 "소규모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6구역과 1-7구역의 경우 따로 재개발하면 동대문역 4~5번 출구로 인해 도로 확장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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