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 패러다임 변화 조짐…R&D 비용 감소도 기대
대웅제약, JW중외제약, SK바이오팜 등 자체 AI 플랫폼 통한 R&D 강화
[미디어펜=박재훈 기자]미국 FDA(식품의약국)이 최근 동물실험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신약 개발에 있어 신기술 도입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 AI(인공지능)을 비롯해 오가노이드(3D 유사장기) 등의 기술들이 부각되는 가운데 국내 제약업계도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 대웅제약 연구원들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대웅제약


24일 제약업게에 따르면 미국 FDA는 10일(현지시각) 일부 생물의약품 평가에서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최신 기술을 통해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신기술 적용을 통해 R&D(연구개발)의 비용적인 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환자들이 투약한 약물이라면 동물실험을 요구하지 않고 앞서 진행한 임상 결과를 참고한다.

미국에서 시작한 동물 실험 폐지가 확산될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국내 제약업계도 준비해야할 주요 과제들이 제시되고 있다.

우선 AI 기반의 예측 기술 도입을 확대을 통해 기존 동물실험 데이터를 대체할 수 있는 AI 알고리즘을 개발해야 한다. 특히 약물 독성 예측 모델과 컴퓨터 시뮹레이션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제약사와 AI 전문 기업 간의 협력 체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유한양행과 한미약품, 대웅제약, JW중외제약, SK바이오팜 등 제약사들이 AI 기반 연구개발 업체와 협력하는 등 자체 플랫폼 개발을 통해 AI 신약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018년 국내 최초로 AI기술을 통한 약물 구조 설계가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했다. SK바이오팜의 AI 약물설계 플랫폼 기술은 △AI 모델(약물특성예측·약물설계) △화합물 데이터 보관소 △AI 모델 보관소로 구성된다.

JW중외제약은 자체 데이터 사이언스 플랫폼인 ‘주얼리’와 ‘클로버’를 구축해 10여개의 혁신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엔 AI 기반 신약 연구개발 통합 플랫폼 ‘제이웨이브’(JWave)를 내놨다. 제이웨이브는 JW중외제약이 자체 구축한 AI 신약 개발 플랫폼이다. 주얼리와 클로버를 통합하고 AI 모델의 적용 범위를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대웅제약도 자체 AI 플랫폼인 ‘AIVS’와 AI 신약개발 시스템 ‘데이지’ 등 자체 AI 신약개발 시스템을 지난해 구축했다. 

대웅제약은 자체적으로 구축한 8억 종의 화합물 분자 모델 데이터베이스(DAVID)를 기반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있다. 해당 데이터베이스는 40여 년간 자체 연구와 외부에서 확보한 화합물을 전처리해 AI가 신약 후보물질 탐색에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대웅제약은 업계 최초로 AI신약팀을 설립하고 신기술을 활용한 신약 개발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 2020년 1월 자체 개발한 AI 신약 설계 플랫폼 SCULPT를 보유한 미국 바이오기업 A2A파마슈티컬스와 파트너십을 맺어 현재 공동으로 항암 신약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인간 세포에서 배양한 3D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실험 인프라 투자도 중요도가 높아졌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상용화 수준이 낮아 해외 기술 도입 또는 스타트업과의 공동 연구 개발이 중요해졌다.

올해를 기점으로 국내 오가노이드 기업들은 코스닥 상장(IPO) 등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연구 및 생산 인프라 투자가 빠르게 진척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넥셀, 넥스트앤바이오 등 주요 기업들이 임상시험, 신약평가, 재생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소·생산시설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마틴 마카리 FDA 국장은 "동물 실험 단계적 철폐는 의약품 평가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라며 "약물의 안전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연구 개발 비용과 약값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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