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간 농업생산액의 약 20% 담당, 양적 성장
경영성과는 장기정체, 영업이익·당기순이익 변동 커
농경연 “양적·질적성장 위해 지원 차별화, 관리 개선 필요”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정부의 구조개선 정책에 의해 1990년 도입된 농업법인이 20여 년간 법인 수, 매출, 고용이 빠르게 증가해 2022년 기준 농업생산액의 약 20%를 담당할 만큼 성장했지만, 지속적인 양적·질적 성장을 위한 농업법인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적 성장에 반해, 농업법인의 경영 성과인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은 장기간 정체돼 있으며, 특히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의 경우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 농업법인당 경영 성과(2000~2022년)./자료=농경연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농업법인 운영 실태와 시사점’을 통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내놓고, 농업법인의 양적·질적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경영 역량 향상을 위한 지원확대’, ‘농업법인 유형에 따른 차별화된 지원’, ‘농업법인 경영실태조사 강화를 통한 관리 개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제시했다.

농업법인 제도는 법인격을 가진 조직 경영체를 경쟁력 있는 농업경영 단위로 육성하기 위해 1990년 ‘농어촌발전특별조치법’에 근거해 도입됐으며, 2009년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농업법인의 농지소유와 출자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농업법인의 성장 속도가 가속화됐다.

이후 농업법인 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2000~2009년 4.3%의 3.2배 수준인 13.7%를 기록했으며, 매출액의 연평균 증가율은 2000~2009년 17.5%와 비슷한 수준인 16.5%를 보였고, 같은 기간 농업법인의 상시종사자 수도 2000~2009년 연평균 2.4% 감소에서 연평균 13.1% 증가로 전환돼 고용이 크게 개선되기도 했다.

농업법인이 국내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증가했다. 

농업법인의 농업생산이 국내 전체 농업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간접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농업법인의 농업생산수입과 전국 농업생산액을 비교한 결과, 2000년에는 2.3%에 불과했으나, 2022년에는 20.0% 수준으로 증가했다.

2000~2009년 동안 연평균 8.5% 증가하다가 2009~2022년에는 연평균 11.7% 증가해 경영체법 제정 이후 더욱 가파르게 증가했고, 이는 경영체법 제정이 농업법인의 성장에 일정 부분 기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농업생산액의 경우 일정 기간 하락 또는 정체 후 큰 폭으로 상승하는 양상을 보인 반면, 농업법인의 농업생산수입은 2006년과 2016년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냈다. 즉, 농업생산이 감소하거나 정체됐을 때 농업법인이 일정부분 완충 역할을 해왔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농업법인의 매출액,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 등 경영성과는 장기간 정체를 보였다. 2000년대 들어 농업법인의 경영 상태는 개선됐으나 2009년을 기점으로 정체를 겪고 있다. 제도 도입 이후 법인 수는 빠르게 증가했으나 경영상태는 열악해진 것을 의미한다. 

농업법인당 매출액은 2000년 약 9억 원에서 2009년 약 20억4000만 원으로 연평균 9.5%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으나, 2010년부터 하락 및 정체돼 2009~2022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이 0.2%에 그쳤다. 농업법인 전체 매출액이 큰 폭으로 성장한 것과 대조된다.

농업법인당 영업이익은 2000~2009년 연평균 8.3%, 농업법인당 당기순이익은 29.2% 증가한 반면, 2009~2022년에는 농업법인당 영업이익이 연평균 1.8%, 농업법인당 당기순이익이 연평균 2.3% 감소해 경영성과가 2009년에 비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대비 당기순이익을 나타내는 당기순이익률 역시 2000~2009년에는 연평균 17.9% 성장한 반면, 2009~2022년에는 연평균 2.5% 감소했다.

규모화된 농업법인도 상당수 있지만, 다수의 농업법인이 경영 역량 미흡, 농업경영 이외의 설립 목적, 지속적 투자 부족, 형식적 출자자 구성, 개별 농가 경영과 농업법인 경영의 미분리 등으로 인해 경영 효율성과 성과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됐다.

이에 농경연은 대내외 여건에 대응하고 농업법인의 양적·질적 동반성장을 위한 정책 강화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농업법인의 경영성장과 향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영주와 종사자의 역량이 강화돼야 하고, 농업법인의 내실화를 위해서는 법인 유형별 특성을 이해하고, 각 유형에 적합한 차별화된 지원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출자자 소득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영농조합법인과는 달리 기업적 측면이 강한 농업회사법인은 경영 성과가 우수한 법인을 대상으로 과감하고 효율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인증제도 하에서의 농지소유와 이용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정기적인 농업법인 경영실태조사를 통해 관련 부처와 연구자에게 정책 수립과 연구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농업법인 내실화를 위한 장기적 기반 마련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매년 실시되고 있는 농업법인조사의 경우, 2014년까지는 제공됐던 개별 농업법인 단위의 재무성과 자료가 2015년부터는 제공되고 있지 않아, 이전 자료를 사용하거나 개별 연구자가 별도로 관련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으로, 정책연구뿐만 아니라 정부의 농업법인 관리 개선과 정책 추진에도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농경연은 농업법인 경영실태조사 강화를 통해 관련 연구를 활성화하고, 정부의 농업법인 관리 개선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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