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2억여 원 대의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재인 전 대통령이 25일 국회를 찾아 "검찰의 기소가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윤석열 정부 3년에 대해서는 "국격이 무너졌다"며 "퇴행의 시간"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4·27 남북 판문점 선언’ 7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국회를 방문했다. 문 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국회를 찾은 건 2023년 퇴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전주지검은 전날(2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문 전 대통령을 불구속 기소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상직 전 의원이 실소유하고 있던 타이이스타젯이 문 전 대통령 전 사위 서모 씨를 채용하게 한 뒤 지난 2018년 8월14일부터 2020년 4월30일까지 급여·이주비 명목으로 594만5632바트(한화 약 2억1700여만원)의 뇌물을 수수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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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전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4.27 판문점선언 7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5.4.25./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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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식 참석 전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난 문 전 대통령은 검찰을 향해 "기소 자체도 부당하고 정해진 방향대로 무조건 밀고 가는 느낌이 들었다"며 "기억하는 범위 내의 답변을 이미 작성해 놓고 사실관계를 깊이 있게 확인하기 위해 검찰과 협의·조율을 하고 있었는데 전격적으로 기소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만큼 검찰이 정치화된 것이고 검찰권이 남용되는 단적인 사례 같다"며 "개인적 무고함을 밝히는 차원을 넘어서서 검찰권 남용과 정치화를 제대로 드러내고 국민께 알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념사에 나선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 3년'에 대해 "반동과 퇴행의 시간이었다"며 "대한민국의 국격은 무너져 내렸고 국민의 삶은 힘겨워졌다"고 깎아내렸다.
문 전 대통령은 "나라 곳간이 비면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와 서민들의 민생과 복지를 위한 정부 역할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윤석열 정부의 경제 실패와 무책임한 부자 감세에 기인한 것으로 세수 기반이 허물어지고 우리 경제의 대응력을 약화시킨 후과를 새로 출범하는 정부가 떠안게 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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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전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4.27 판문점선언 7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2025.4.25./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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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관계와 관련해서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는 지난 3년간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망가졌다"며 "모든 대화는 단절되었고, 평화의 안전핀이었던 9.19 군사합의마저 파기됐다. 급기야는 윤석열 정부가 계엄을 위한 위기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남북 간의 군사적 충돌을 유발하려 했다는 정황까지 드러나 수사가 주목되고 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남북 간의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군사적 충돌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9·19 군사합의를 복원하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우발적 충돌에 의해 촉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핵무장론에 대해서는 "위험한 주장"이라며 "북한의 핵 개발에 면죄부를 주고, 한반도의 비핵화를 포기하는 것이며, 동북아를 세계의 화약고로 만들 수 있는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경제 제재를 초래하며, 국가와 민족을 공멸로 이끌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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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 우원식 국회의장과 참석자들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4.27 판문점선언 7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5.4.25./사진=연합뉴스 |
한편, 이날 기념식에는 민주당 대권 주자인 김경수 후보와 김동연 후보가 함께했다. 이재명 후보는 호남 지역 방문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이재명캠프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호중 의원이 참석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도 총출동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유은혜 전 사회부총리,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권칠승·고민정·김한규·박범계·이인영·이용선·한병도·박수현·최민희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함께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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