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우주 핵무기라는 용도로 의혹을 샀던 러시아 인공위성이 발사 3년만에 기능 상실에 가까운 고장이 난 것 으로 보이는 정황이 발견됐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우주 물체를 추적하는 리오랩스와 슬링샷 에어로스페이스는 러시아 위성 코스모스(코스모스 2553)가 최근 1년간 여러 번 비정상적인 회전하는 것으로 포착됐다고 밝혔다.

리오랩스는 작년 11월 레이더에 코스모스 2553이 불규칙한 움직임을 보이는 정황이 포착됐으며 추가적으로 확보한 광학 자료에 비춰볼 때 '텀블링'(불안정하게 회전하는 상태)에 빠진 것이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에도 해당 위성은 지표면에서 보이는 밝기가 바뀔 뿐 아니라 텀블링으로 보이는 정황을 보이다가 상태가 안정됐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날 발간한 우주위협평가 연례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관측 결과는 해당 위성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됐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2022년 2월 5일 발사된 코스모스 2553은 우주 방사선 영향이 강해 통상 쓰이지 않는 지구 상공 2000㎞ 궤도에 머물렀다.

러시아 정보기관의 레이더 위성 역할과 방사선 관련 실험용으로 알려진 위성은 지난해 중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우주 공간에서 핵무기를 사용해 미국와 서방의 저궤도 위성 네트워크를 단숨에 무력화하려는 러시아 군사 프로그램과 연관돼 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다.

다만 코스모스 2553 자체에는 무기가 탑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언급해왔다. 또한 러시아 측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코스모스 2553은 연구용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코스모스 2553이 기능을 상실했다면 러시아의 우주 무기 개발 노력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해당 보도와 관련해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미국 우주사령부는 코스모스 2553의 고도가 변화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상태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한편 1967년 체결된 유엔 우주조약은 우주공간의 평화적 탐사와 이용을 규정하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우주 군사 역량을 강화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해 우주 군비경쟁을 막기 위한 결의안을 각각 만들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했으나 서로 거부권을 행사해 모두 부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