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37표 차로 한남2 시공사 지위 '재재신임'
시공사 해지 시 조합 2000억 빚 폭탄 떠안을 위기
대우건설 "6월 관리처분계획인가·하반기 이주 개시"
[미디어펜=김준희 기자]서울 용산구 일대 한남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이 대우건설과 시공사 계약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약 2000억 원에 달하는 빚더미를 피하게 됐다. ‘재재신임’을 통과한 대우건설은 향후 신속한 사업 진행에 초점을 맞춰 하반기 이주 개시를 목표로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 한남2구역 사업지 내 골목./사진=미디어펜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남2구역 재개발 조합은 전날 대우건설 시공사 재신임 여부를 묻는 임시총회에서 전체 조합원 852명 중 439명의 찬성으로 대우건설과 공사 계약을 유지하게 됐다. 반대 402명, 기권 11명으로 ‘37표 차’ 박빙 승부였다.

대우건설은 지난 2022년 11월 당시 경쟁사였던 롯데건설을 제치고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 당시 고도제한 완화, 블록 통합, 용적률 상향 등 5가지 조건이 포함된 ‘118프로젝트’를 내세워 수주에 성공했다.

그러나 2023년 9월 조합은 고도제한 완화 무산을 이유로 대우건설 시공사 지위에 대한 재신임 절차에 돌입했다. 당시 열린 총회에서 대우건설은 찬성 414표, 반대 317표를 얻어 97표 차로 시공권을 유지하게 됐다.

이번 재재신임 절차는 사업지 내를 관통하는 도로를 없애고 블록을 합치는 블록 통합이 서울시 반대로 무산되면서 이에 대한 책임을 대우건설에 묻기 위해 열렸다. 이번에도 대우건설은 37표 차로 시공권을 유지하면서 재재신임 절차까지 통과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한남2구역 재개발 조합의 시공사 재신임 절차 돌입을 두고 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해왔다. 조합이 대우건설과 시공사 계약을 해지하게 될 경우 약 20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앞서 조합은 지난달 초 사업 진행을 위한 목적으로 국공유지를 매입하면서 1676억 원 자금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조달했다. 대우건설이 연대보증을 약정했다.

그러나 조합이 대우건설에 대한 재신임 절차를 밟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PF 대주단은 공문을 통해 “공사도급 계약 해지는 대주단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계약을 해지할 경우 이는 기한이익상실(EOD) 선언 요건을 충족시키게 돼 대우건설이 대출금에 대해 대위변제를 하고 조합은 연 20% 이율에 의한 지연손해금도 함께 지급해야 했다. 대출금 1676억 원의 연 20% 이자는 약 335억 원으로 도합 2011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조합이 갚아야 하는 셈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 한남2구역 재개발 조합원들은 ‘시공사 교체’라는 리스크 대신 대우건설에 대한 재신임으로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택했다.

최고경영자(CEO)인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 조합원들에게 진심을 호소한 점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지난 16일 영상을 통해 “대우건설 신임 여부에 대한 임시총회를 앞둔 현 상황에 대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조합원님께 심려를 끼치게 된 점 대우건설 모든 임직원을 대표해 사과드리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대우건설은 지난 2023년 말 공사도급계약 체결 후 어려운 부동산 경기 속에서도 한남2구역 촉진계획 변경 및 사업 추진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며 “지난 3월에는 국공유지 매입비 조달을 위해 대우건설의 연대보증으로 브릿지 PF를 실행했으며 2·3블록 지하공간을 통합해 커뮤니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대우건설은 서울의 중심 한남동에 대한민국 최고의 랜드마크를 짓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믿고 맡겨주신다면 최고의 결과로 조합원님께 보답드릴 것을 저 대표이사 김보현 이름을 걸고 약속드리겠다”고 강조했다.

CEO까지 직접 나선 끝에 재재신임에 성공한 대우건설은 이제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정비사업 진행에 있어 8부 능선으로 볼 수 있는 관리처분계획인가가 6월에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하반기 이주 개시를 시작으로 착공·분양까지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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