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권동현 기자] 외국인 관광객 수는 팬데믹 이전 94%까지 회복됐지만, 면세점은 여전히 부진하다. 올리브영을 비롯한 국내 로컬 채널이 외국인 소비를 흡수하고 있는 데다, 환율 부담과 소비 트렌드 변화로 면세점의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14조2249억 원으로, 팬데믹 이전 25조 원이었던 2019년의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면세점업계 영업손실은 롯데 1432억 원, 신라 697억 원, 신세계 359억 원, 현대 288억 원으로 총 2776억 원으로 4대 면세점은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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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에 패션·뷰티 특화 ‘신세계존’을 조성했다./사진=신세계면세점 제공 |
외국인 관광객 수는 코로나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지난해 기준 1637만 명으로 2019년 대비 94%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면세점의 외국인 관광객 매출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객단가 하락이다. 관광객 수는 회복됐지만, 환율 상승 등을 이유로 소비 규모가 크게 줄어들어 매출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거 면세점은 고급 명품과 대량 구매 중심으로 외국인 소비를 독점했지만, 최근 개인·자유 여행객이 증가하고, MZ세대를 중심으로 쇼핑 트렌드와 소비 패턴의 변화로 상황이 달라졌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단체 관광객이 줄고 개인이나 자유 관광객이 늘면서 소비 패턴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외국인들은 여전히 프리미엄 화장품이나 럭셔리 브랜드에 주목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K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올리브영 같은 H&B(헬스앤뷰티) 전문점이 부상하며 면세점과 일부 고객층이 겹치는 상황이다. 올리브영은 변화하는 외국인 소비 패턴에 집중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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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브영 명동 플래그십 전경./사진=CJ올리브영 제공 |
지난해 올리브영은 189개국 출신 외국인들이 전국 1371개 매장 중 1264개 매장을 방문했다.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140% 증가했으며, 올해 1분기도 전년 대비 263% 증가했다.
올리브영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을 강점으로, 부가세 즉시 환급·무료 셔틀·글로벌 제휴 등 외국인 맞춤 전략도 강화하면서, 명동·홍대·강남 등 주요 상권 매장에서는 외국인 매출 비중이 90%를 넘어섰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올리브영이 외국인 관광객을 많이 끌어모으고 있어 경쟁자로 볼 수도 있지만, 실제 판매 품목과 카테고리가 다르다”며 “면세점은 명품과 고급 브랜드 중심이라 직접적인 경쟁 관계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올리브영에서 판매하는 일부 품목을 면세점에서도 취급하고는 있지만, 럭셔리 브랜드와 프리미엄 상품군이 주축”이라며 “서양권 관광객들도 K컬처를 체험하기 위해 방문하기 때문에 K브랜드 유치에도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면세점업계는 생존을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따이궁 거래를 중단하고 수익성 중심 전략으로 전환했으며, 신세계면세점은 부산점 영업을 종료했으며, 현대면세점은 동대문점 폐점 및 무역센터점 운용 축소 계획을 밝혔다.
또한 지난해 롯데, 신세계에 이어 올해 현대, 신라까지 4대 면세점 모두 업황 부진과 수익성 악화로 인해 희망퇴직도 단행했다. 대상은 주로 근속 연수와 연령 기준으로 선정됐으며, 특별위로금 지급 등 조건이 제시됐다. 각 면세점들은 매장 축소, 사업 구조조정과 함께 인력 감축을 통한 경영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다.
[미디어펜=권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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