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환경부가 폐기물 재활용 실태 파악을 위해 보낸 지침이 지방자치단체들의 자의적 해석으로 이어져 논란을 빚고 있다.
환경부의 공문을 받은 일부 지자체가 폐기물 재활용률을 임의로 설정해 재활용 업체들에게 강제했다는 것이다. 현실을 모른 채 펼친 탁상공론에 애꿎은 재활용 업체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원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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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재활용 업체에서 폐기물을 쌓아두고 있는 모습./사진=재활용업계 |
30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1월 전국 지자체에 '폐합성수지 재활용업체 실태조사'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환경부는 일부 폐기물 처리장에서 폐합성수지 등 폐기물이 재활용되지 않고 무분별하게 소각된다고 판단해 조치를 실행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폐합성수지 처리와 관련된 외부 지적이나 애로 사항이 있어서 전국에서 실제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일괄 조사하기 위해 각 지자체의 관할 처리 업체에 대해서 관련 조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부 공문을 일부 지자체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논란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지자체는 관내 재활용 업체들이 재활용률을 높이기를 원한다. 높은 재활용률을 기록하면 친환경 정책의 주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일부 지자체는 재활용률을 임의로 90% 이상으로 설정하고 관내 업체들에게 이행을 강제하는 한편, 기준을 맞추지 못한 업체에게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해당 업체들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을 이유로 소송에 나서고 있다.
재활용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을 뺸 나머지는 소각이나 매립 쪽으로 보냈는데, 지자체에서 90% 등 높은 임의 재활용률을 부여하다보니 실제론 재활용 할 수 없는 폐기물도 재활용으로 잡아놓고 쌓아두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폐기물이라는 것이 때마다 상황이 다른데 비현실적 재활용률을 지키느라 쌓아만 두고 소각·매립 등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나중에 '의성 쓰레기산'같은 방치 폐기물 문제가 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성 쓰레기산은 지난 2019년 미국 보도전문채널 CNN이 경북 의성군에 위치한 불법폐기물 20만8000톤, 5층 건물 수준인 높이 15m의 초대형 쓰레기 더미를 보도한 것을 계기로 세상에 알려진 바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환경부는 지난 18일 추가 공문을 통해 '재활용 공정 중 발생한 잔재물도 최대한 재활용하되, 곤란한 경우 소각할 수 있다'. '수탁량 대비 잔재물 소각비율이 과도하지 않은지 확인'이라는 내용을 전달했다.
하지만 표현의 모호성으로 지자체에게 유권해석 여지를 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대한', '곤란한 경우 ', '과도한지' 등 표현은 명확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지자체 또한 폐기물 처리에 대한 파악 없이 재활용 실적만 고려한 무리한 해석으로 재활용 업계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활용 업계 한 관계자는 "어떤 때는 재활용 가능 폐기물이 40%밖에 유입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지자체가 매번 90%를 재활용하라고 하면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지자체가 확대 해석을 해서 의무 재활용률을 부과한 것은 법적 근거가 없는 직권남용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전국의 수많은 재활용 업체들이 있고, 이들 중 일부가 재활용률이 유독 낮아 현지 사정에 밝은 지자체에 실태 조사 협조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 한 관계자는 "단순 실태조사를 위해 요청했던 것으로, 지자체에서 임의로 재활용률을 정하는 지 환경부로선 몰랐던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애초에 재활용률이 법에 규정된 내용이 아니므로 지자체가 정한 기준을 어겼다고 처분하는 것은 당연히 위법 사항이다"라며 "(지자체가 정한) 재활용률을 어길 시 법 위반으로 처벌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환경부는) 전수조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지자체에 관련 사안을 협조 요청한 것"이라며 "일부 재활용률이 유독 낮은 업체가 파악돼 그 곳들을 우선적으로 점검하자는 취지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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