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화, 안정기반 확보, 고객 맞춤 등 다양한 전략 전개해 캐즘 대응
고객사 재고조정에는 AMPC 혜택 통해 실적 충격 상쇄 전망
[미디어펜=박재훈 기자]국내 배터리 3사가 미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와 보호무역 강화 우려 속에서도 현지 생산 전략을 차별화하며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각사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생산세액공제(AMPC) 혜택과 관세 리스크 회피라는 공통 목표 아래 사업 구조와 고객 포트폴리오에 맞춘 맞춤형 전략을 펼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은 전방산업의 수요 정체와 더불어 커지는 경영 불확실성에 대응책을 뚜렷이 하고 있다. 각 사는 △효율화 △안정 기반 확보 △고객 맞춤 등으로 2분기에 이어서 캐즘 장기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 ‘리밸런싱’ 전략 필두의 투자 효율화

   
▲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배터리공장 전경./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말 기준 미국 내 7개 생산거점을 운영하며 기존 인프라의 재편을 통한 ‘리밸런싱’ 전략을 핵심으로 삼았다. 신규 공장 건설보다 기존 시설의 용도 전환에 집중해 투자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으로 애리조나주 ESS 전용 공장 건설을 중단하고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 ESS 라인을 추가 설치해 현지 생산 시기를 1년 앞당겼다. 이는 2026년부터 예상되는 중국산 ESS 배터리 관세 인상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또한 8일 미시건 랜싱에 위치한 GM(제너럴모터스)와의 합작공장 얼티엄셀즈 3기를 최종 인수하면서 세 번째 단독공장을 확보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최근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북미 지역 인프라 비용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이번 투자 효율화 전략은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기술적으로는 원통형(2170 규격)과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병행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애리조나 퀸크릭 공장에서는 2026년부터 연간 43GWh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와 ESS용 LFP 제품을 동시에 양산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AMPC 수혜도 두드러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1분기 4577억 원의 세액공제를 기록하며 실적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AMPC를 제외하면 실제 영업손실이 830억 원에 달하기 때문에 현지 생산 확대와 원가 절감 노력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삼성SDI, ‘합작투자’ 통해 안정적 수요 기반 확보

   
▲ 삼성SDI 기흥사업장 본사 전경./사진=삼성SDI

삼성SDI는 완성차사와의 합작법인(JV)에 전략적 초점을 맞추며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스텔란티스와의 첫 합작공장(인디애나주 코코모) 가동을 시작으로 2027년까지 GM·스텔란티스와 추가 JV 공장 2곳을 준비 중이다. 

특히 GM과의 뉴칼라일 공장은 36GWh 규모로 조성되며 NCA(니켈, 코발트, 알루미늄) 각형 배터리를 양산해 기술 리더십을 입증할 곳으로 주목된다. 

삼성SDI는 미시간주 오번힐스 공장에서 국내산 셀을 활용한 팩 조립을 진행해 관세 부과 시 셀 수입 비용 상승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이는 현지 셀 생산 비중이 낮은 삼성SDI의 구조적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이다.

아울러 공장 가동에 따른 올해 AMPC 수혜도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2027년 JV 공장 전체 가동 시 연간 수조 원 규모의 세액공제가 예상되며 미래 실적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SK온, '라인 전환' 및 '고객 맞춤형 전략' 키로 삼는다

   
▲ SK온-포드 합작 블루오벌SK 켄터키 1공장./사진=SK온

SK온은 단일 공장에서 여러 고객사의 수요를 처리하는 ‘라인 전환 전략’으로 생산 유연성을 극대화했다.

조지아주 단독 공장 2개소 중 일부 라인을 현대차 전용으로 전환했으며 포드와의 합작공장(블루오벌SK) 16개 라인 중 8개를 닛산용 배터리 생산으로 재편했다. 이를 통해 시장 수요 변동에 신속하게 대응하며 설비 가동률을 85% 이상 유지하고 있다.

신규 고객 발굴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6년부터 미국 스타트업 슬레이트에 20GWh 규모의 하이니켈 NCM 배터리를 공급하며 기존 프리미엄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중저가 차종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또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음극재의 북미 생산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미국 우르빅스와 협력하고 2025년까지 2만8500톤 규모의 생산라인을 구축 중이다. 이는 IRA의 핵심광물(FEOC) 규제를 선제적으로 회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2분기 이후 배터리 3사의 성과는 고객사 재고 조정 속도와 IRA 세부 규정 이행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GM·포드 등 주요 고객사가 전기차 생산 목표를 축소하면서 단기적 수요 감소가 불가피하지만 AMPC 혜택과 현지 생산 확대가 실적 충격을 상쇄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2025년 말 FEOC 규제 본격화 시 중국 의존도가 높은 부품의 조달 경로 다변화가 중요한 과제로 잔재해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재개되는 2026년 이후에는 선제적 인프라 투자와 유연한 라인 운영이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각 사의 차별화된 전략이 미국 시장에서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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