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 위한 금리인하 필요성 확대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 확대 등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또 동결했다. 연준의 금리 관망 기조에도 한국은행은 이달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 유력시된다. 

한국경제는 내수부진의 영향으로 세 분기 만에 또다시 뒷걸음질치면서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고강도 관세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올해 성장률 전망이 상당폭 낮아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 필요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이달 29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관세폭탄' 부과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수출피해와 부진한 경기 등을 고려했을 때 금리 인하 필요성에는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2.75%에서 한 템포 쉬어가기를 택하며 올해 경제성장률이 2월에 낮춘 예상치(1.5%)에 크게 못 미칠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5월에는 큰 폭의 성장률 하향 전망과 사실상 금리인하를 예고했다.

이창용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모두가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5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큰 상황이므로 전망 수정치와 금융·외환시장 상황 등을 보면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은 전 분기보다 0.2% 감소했다. 이는 한은의 지난 2월 전망치(0.2%)보다 0.4%포인트(p)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2분기(-0.2%) 역성장 이후 반등에 성공하지 못한 채 세 분기 만에 역성장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현재 주요 40여개 IB 등 시장 참가자들의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 중윗값은 1.4%, 하위 25%는 1.1%다. 기존 전망치보다 하향 조정됐으며, 높은 불확실성 속에 전망 분포도 넓어졌다.

이 총재는 이달 초 밀라노 출장 중 기자 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의심하지 말라"며 "경기 상황에 따라 금리를 충분히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빅 컷(한 번에 0.5%p 인하)' 여부나 인하 횟수에 대해서는 "5월 경제전망 결과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연준은 지난 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4.25∼4.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과 3월에 이어 세 번째 동결이다. 이번 동결로 한국(2.75%)과의 금리 차는 상단 기준으로 1.75%포인트(p)로 유지됐다.

FOMC 정책결정문에는 경제전망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됐고, 실업률 및 인플레이션 상승 리스크가 증가했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경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서 통화정책 결정을 서두르지 않고 당분간 인플레이션 추이와 정부 협상 결과 등을 지켜보며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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