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공화당, 전기차 세액공제 조기 폐지 추진
누적 20만대 초과 브랜드 내년부터 혜택 제외
리스·중고차 공제도 폐지…IRA 기반 북미 전략 수정 불가피
공화당 내부서도 엇갈린 시선…입법 전망은 유동적
[미디어펜=김연지 기자]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하원 공화당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기차 세액공제를 조기 종료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자동차 업계가 이중 악재에 직면했다. 북미 전기차 시장을 공략해온 국내 완성차 업계는 관세 부담과 세제 혜택 축소라는 복합 변수 속에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IRA의 핵심 조항인 전기차 세액공제를 2026년 말까지 종료하는 내용의 세제 법안 초안을 공개했다. 당초 세액공제는 2032년 12월까지 유지될 예정이었지만 공화당은 종료 시점을 6년 앞당기고, 2026년부터는 누적 전기차 판매량이 20만 대를 초과한 브랜드의 차량은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항도 함께 포함했다.

이미 기준을 초과한 테슬라, 포드, GM 등은 물론 국내 주요 완성차 브랜드 역시 기준선에 근접한 상황이어서 내년부터 일부 브랜드는 사실상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 전기차 충전하는 모습./사진=김연지 기자


법안에는 상업용 전기차 리스에 적용되던 '45W 세액공제'를 올해 말까지만 인정하고, 중고차에 적용되던 세액공제와, 상업용·법인용 차량에 적용되던 세액공제도 연내 종료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45W 조항'은 차량의 조립지나 배터리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리스 형태로 판매되는 상업용 차량에는 공제를 적용해주는 예외 규정으로,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이 북미 판매 전략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온 방식이다. 하지만 이 조항마저 폐지되면 IRA를 활용한 리스 중심 우회 전략도 더 이상 활용이 어려워지며 현지 판매 전략 전반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업계는 세액공제 축소가 곧 소비자 가격 부담 증가와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J.D.파워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전기차 평균 거래 가격은 4만5600달러이며 세액공제가 사라질 경우 평균 5만12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 이는 소비자 진입 장벽을 높이고 전기차 보급 확대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앞서 완성차 업계는 IRA 인센티브에 맞춰 미국 내 전기차 생산 확대에 수조 원대 투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핵심 조항이 사실상 폐지 수순에 접어들면서 투자 회수 기간이 늘어나고 북미 공장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의 수익성도 악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전방위적 보조금 철회는 가격 문제를 넘어 인프라 투자, 재고 운영, 지역 판매 전략까지 자동차 업계의 공급망 전반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보조금 체계 자체가 흔들린다면 자동차 제조사의 전략 수립 자체가 어려워진다"며 "정치 리스크까지 감안한 장기 시나리오 검토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세제 개편안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WSJ에 따르면 세액공제로 실질적인 혜택을 누리는 지역구를 둔 공화당 의원 상당수가 전면 폐지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에는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21명이 세입위 지도부에 IRA 청정에너지 세액공제를 유지해 달라는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공약 실현을 위한 재정 확보가 공화당의 핵심 과제로 부상한 만큼 IRA 기반의 전기차 인센티브 구조는 향후 대폭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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