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잠재적 불안 요소로 꼽힌 IRA(인플레이션 방지법) 폐지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배터리 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연관 산업인 전기차에도 영향이 갈 것으로 전망돼 국내 배터리 업계도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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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연방의회./사진=연합뉴스 |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하원 공화당을 중심으로 IRA의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 세액공제 축소·폐지 논의가 본격화돼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와 관련 산업 생태계에 비상이 걸렸다.
IRA는 미국 내 전기차 시장 확대를 견인해온 핵심 정책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미국 현지 공장 투자와 생산 확대의 근거로 삼아온 정책이기도 하다. IRA는 미국에서 만든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의 세액을 공제해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번 공화당이 공개한 초안은 기존 2032년 12월 31일까지 제공할 예정이었던 세액 공제를 6년 앞당겨 조기 종료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세액공제가 조기 종료될 경우 전기차 가격 경쟁력 약화로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둔화가 예상된다. 특히 최근 전기차 시장이 캐즘 (수요 정체 현상)에 진입한 상황에서 세액공제는 수요 진작의 마지막 보루로 평가 받아 왔다.
조기 종료시 배터리 업체들의 수익성 측면에서도 적신호가 켜진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 현지 공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을 통해 실적을 방어해왔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분기 실적에서 AMPC 혜택을 제외하면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2분기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은 1953억 원이었으나 AMPC를 제외할 경우 2525억 원 적자였다.
올해 1분기도 LG에너지솔루션 영업이익은 3747억 원으로 AMPC 혜택 4577억 원을 제외하면 830억 원 적자였다.
이로 인해 세액공제 조기 종료는 장기적인 실적 악화와 재무 건전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전기차 수요 위축과 AMPC 축소 우려로 배터리 업체들의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모듈 기준 AMPC가 현행 45달러에서 40달러로 감축될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의 내년 영업이익은 16.4% 감소하고 삼성SDI 영업이익률은 0.8%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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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에너지솔루션 미국 애리조나공장 조감도./사진=LG에너지솔루션 |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국내 배터리 기업의 미국 내 투자 전략에도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세액공제 조기 종료가 현실화되면 미국 내 신규 공장 건설이나 생산 확대 계획이 재검토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진행 중인 투자의 회수 가능성, 사업계획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장기적인 경영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더불어 미국 내 생산 확대와 공급망 현지화 전략이 흔들릴 경우, 중국 등 타지역 공급망 의존도 조정과 원가 절감, 제품 경쟁력 강화 등 체질 개선이 요구된다.
이런 변화는 국내 배터리 산업 생태계 전반에도 부정적 파급효과를 미칠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의 미국 내 투자 위축은 현지 협력업체, 부품사, 소재사 등 연관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업계는 장기적인 정책 불확실성에 대응해 보조금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 경쟁력 확보와 기술 혁신, 글로벌 시장 다변화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액공제 조기 종료는 미국 시장에 대한 배터리 공급 확대 전략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에도 IRA 법안이 유지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번 하원에서 수정 법안이 발의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부양 정책 효과가 유명무실해졌다"며 "세액공제가 사라지면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과 한국 공급망을 차별화할 이유가 없어져 한국 이차전지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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