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 상환 어려워 연체율 폭증, 소비여력도 침체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이 5조 3000억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달 7000억원 증가에 견주면 증가폭이 대폭 늘어난 셈인데, 지난 2월 정부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완화에 따른 주택거래 확대, 주식 변동성 확대 등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족의 투자심리를 자극한 모습이다.

14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4월 중 가계대출 동향(잠정)'에 따르면 4월 금융권 가계대출은 5조 3000억원 증가로 전달 7000억원 증가 대비 증가폭이 대폭 늘어났다. 증가폭으로 따지면 지난해 10월 6조 5000억원 증가 이후 6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가계대출 증가폭은 지난해 10월을 정점으로 11월 5조원 증가, 12월 2조원 증가 등 증가폭이 대폭 축소됐고, 올해 1월에는 9000억원 순감소로 전환했다. 하지만 한 달 뒤인 2월 4조 2000억원 순증가로 급반등했다가 3월에는 7000억원 증가로 다시 축소됐다. 

   
▲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이 5조 3000억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달 7000억원 증가에 견주면 증가폭이 대폭 늘어난 셈인데, 지난 2월 정부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완화에 따른 주택거래 확대, 주식 변동성 확대 등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족의 투자심리를 자극한 모습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지난달 가계대출 확대를 이끈 건 주택담보대출이다. 금융권 주담대는 4월에만 4조 8000억원 증가해 전달 3조 7000억원 증가 대비 증가폭이 대폭 확대됐다. 업권별로 은행권이 3조 7000억원 증가를 기록해 전달 2조 5000억원 증가 대비 증가폭이 확대된 반면, 제2금융권은 1조 1000억원 증가로 전달보다 1000억원 줄었다.  

특히 은행권 가계대출에서 주담대 확대 폭이 두드러다. 4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4조 8000억원 증가했는데, 이 중 주담대 증가폭만 3조 7000억원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은행 자체 주담대 증가폭이 전월 7000억원 증가에서 1조 9000억원 증가로 확대됐고, 디딤돌·버팀목·보금자리론 등 정책성대출도 전달 대비 1000억원 증가한 1조 9000억원 증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월 서울 일부 지역의 토허제가 완화되면서 수도권 부동산 거래가 증가했고, 이 여파로 주담대도 확대된 까닭으로 해석된다. 금융당국은 이날 "지난 2~3월 증가한 주택거래 관련 대출이 본격적으로 실행되면서 4월의 주담대 증가세 확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당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6만 7000건으로 전달 5만 1000건 대비 1만 6000건 급증했다. 수도권 거래량 확대가 전체 거래량 확대로 이어졌는데, 수도권은 3월에만 3만 6000건의 매매건수를 기록해 전달 2만 4000건 대비 약 1만 2000건 증가했다. 

당국은 지난달 열린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지난 2월 서울 일부 지역의 규제 완화 이후 부동산 거래 증가로 인한 주담대 승인물량은 아직 통계에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강남3구 등 서울 주요 주거선호지역을 비롯해 일부 지역의 부동산 시장 동향 및 지역별 4~5월 중 가계대출 증감 추이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 대출항목별 가계대출 증감 추이./자료=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제공

주담대와 더불어 감소세를 이어가던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4월에는 증가세로 돌아섰다. 4월 기타대출은 5000억원 증가를 기록해 전달 3조원 감소에서 분위기가 크게 전환됐다. 이는 신용대출이 1조 2000억원 감소에서 1조 2000억원 증가로 전환한 까닭인데, 은행권 기타대출의 경우 신용대출 확대로 전달 9000억원 감소에서 1조원 증가로 전환했다. 

이에 대해 당국 관계자는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한 기타대출의 증가는 4월중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 등에 따른 자금수요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외 지난 3월 9000억원 감소로 주춤하던 2금융권 가계대출도 4월에는 5000억원 증가로 전환했다. 저축은행과 보험이 각각 2000억원 감소에서 4000억원 증가, 1000억원 증가로 전환했고, 여전사 가계대출 감소폭도 9000억원 감소에서 1000억원 감소로 감소폭이 크게 축소됐다. 다만 상호금융권 증가폭은 2000억원 증가에 그쳐 다소 둔화됐다.

이처럼 금융권 가계대출이 거듭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영끌족들의 연체율 증가가 두드러지는 점은 우려된다. 이날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서울 지역 주담대 연체율은 0.35%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가 나온 2019년 12월 이후 최고치로, 고금리 영향이 크게 작용한 모습이다. 

수년 전부터 은행권 주담대는 '변동금리형'보다 5년 후 금리가 재산정되는 '고정형·혼합형'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에 2020년 당시 고정·혼합형 주담대를 선택했던 대출자들이 올해 재산정된 대출금리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주담대 연체율은 전체 주담대 중 1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이 이뤄지지 않은 대출의 비율로 집계된다. 

이와 더불어 많은 대출자들이 근로소득의 상당액을 대출원리금에 상환하면서 소비여력 개선도 어려워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최근 '내수소비 추세 및 국제 비교 연구' 보고서를 통해 내수소비 부진의 중장기 요인으로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 △고령층 소비성향의 감소를 꼽았다. 

실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00년 7%에서 2024년 20%까지 빠르게 증가한 반면, 60세 이상의 평균소비성향은 2006년 4분기 81.3%에서 지난해 4분기 64.6%까지 떨어졌다. 상의는 가계 자산 상당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점도 큰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우리나라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0.5%에 달하며, 임대보증금을 포함할 경우 77.3%까지 치솟는다. 여기에 가계부채와 그에 따른 이자부담도 고금리 여파로 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3월에 비해 4월 가계대출이 다소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연간 가계대출 관리목표 등을 감안 시 현재까지는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면서도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 5월 가정의 달 자금 수요,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7월) 영향 등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 아래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월별·분기별·지역별 가계대출 모니터링 강화, 금융회사의 선제적 자율관리 시행 유도 등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조치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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