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이전 기대 품고 매매·전세·경매·분양 모두 활황
행정수도 기대감 반영…본격 추진 전엔 "신중해야" 의견도
[미디어펜=조성준 기자]대통령 선거 특수를 타고 있는 세종시 부동산에 외지인 투기가 크게 늘면서 과열되고 있다.

매매는 물론 전세·경매 등 모든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며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 세종시 새롬동 아파트 앞 모습./사진=미디어펜DB
 

15일 법원 등기정보광장과 한국부동산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 세종 지역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빌라) 외지인 매수 건수는 총 650건으로, 전체(1575건) 매입 건수 중 41.3%를 차지했다. 22.6%에 불과했던 지난 1월 외지인 매수 비율과 비교하면 무려 18.7%포인트 급증한 수치다.

지난달 외지인의 세종시 부동산 매수가 3월에 비해 두 배 가량 늘어난 이유는 조기대선이 확정되면서 세종시의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심리가 증폭됐기 때문이다.

세종시는 대통령실과 국회 이전이 추진되고 있다. 세종시로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방안이 해묵은 국가적 과제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최근 유력 대선후보들이 대선 공약으로 대통령실 이전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기대감 속에 세종시 집값은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첫째 주(5월 5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2% 하락한 가운데 세종시는 0.40% 상승했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로, 서울(0.08%)은 물론 강남 3구의 가격 상승률을 웃돈다. 이에 올해 세종시의 누적 상승률도 0.04%를 기록하며 플러스 전환했다.

부동산원은 "주거 여건이 양호한 도담·새롬·종촌동의 선호 단지 위주로 집값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전세 가격도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전세수급동향 자료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5월 5일 기준) 세종시 전세수급지수는 102.1을 기록했다. 이 지수가 기준선 100을 넘어설수록 전세 물건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세종은 그간 80~90선을 오가며 공급에 여유가 있었지만, 최근 흐름이 바뀌며 3년 6개월 만에 100선을 돌파했다.

부동산 시장을 가늠하는 또 다른 지표인 경매 또한 활황이다. 지난달 세종시 주거시설의 경매 낙찰률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47%로 전달보다 20%포인트나 증가했다.

분양 또한 기대감을 머금고 활성화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이달 전국 아파트 분양전망지수에서 세종은 전월 대비 29.7포인트 증가한 114.3을 기록, 2021년 1월(117.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통령실 이전이 아직 본격 추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선 후보들이 관련 공약을 내놓았지만 논의가 본격화하지 않았고, 대선 이후 차기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추진 의지를 현재 파악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지난 2020년 세종 폭등 당시 전국 부동산 시장이 상승장이었던 것에 반해 현재 지방 부동산 시장은 침체된 상황으로, 외지인이 주축이 된 투기 수요가 많아 추세 상승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지방 부동산 침체도 계속되고 있어 대통령실 이전 추진 호재만 보고 세종시 부동산 상황을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대통령실과 국회의 이전이 추진되면 본격적인 상승 흐름을 탈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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