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경기 시흥에서 중국동포 형제 2명을 살해하고 편의점 점주와 건물주를 흉기로 찌른 혐의로 체포된 차철남이 경찰 조사에서 "12년 전 빌려준 3000만원을 받지 못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경기 시흥경찰서는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한 차철남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진술을 확보했다고 20일 밝혔다. 차철남은 2013년부터 지인인 중국동포 A씨 형제에게 수차례 걸쳐 총 3000만원을 빌려줬으나 돌려받지 못했고, 이달 초부터 흉기를 준비하며 범행을 계획했다고 주장했다.

차철남은 지난 17일 오후 4시 A씨를 자신의 시흥시 정왕동 자택으로 불러 둔기로 살해했다. 한 시간 뒤엔 A씨의 동생 B씨가 머물던 인근 자택으로 이동해 같은 방식으로 살인을 저질렀다. 두 주거지는 불과 200여 미터 떨어진 거리였다.

   
▲ 시흥 흉기사건의 용의자인 차철남./사진=연합뉴스 제공


이후 차철남은 A씨 형제의 아우디 SUV를 훔쳐 차 안에서 이틀을 보냈다. 별다른 거처 없이 생활하던 그는 피해자들과 오랜 기간 의형제처럼 지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범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틀 뒤인 19일 오전 9시 30분께 그는 평소 다니던 편의점의 점주인 60대 여성 C씨를 흉기로 찔렀고, 같은 날 오후 1시 20분께 자신의 건물주인 70대 남성 D씨도 공격했다. 두 피해자는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차철남은 C씨는 자신에 대해 험담을 했고, D씨는 자신을 무시했다고 주장하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살인 이후 추가 범행까지 저지른 점에 비춰 그의 진술에 모순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차철남은 D씨를 찌른 뒤 자전거를 타고 약 5㎞ 떨어진 시화호 인근으로 이동해 도피하다가 19일 오후 7시 24분께 긴급 체포됐다. 경찰은 앞서 편의점 사건 현장에서 확보한 CCTV를 바탕으로 수사에 착수했고, 같은 날 A씨 형제의 주거지와 차철남 자택에서 시신을 발견한 뒤 수사본부를 꾸려 대대적인 추적에 나섰다.

결국 공개수사 전환 10시간 만에 차철남은 별다른 저항 없이 붙잡혔고, 경찰은 이날 중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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