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소희 기자] 국산 풀사료 산업이 전환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국내 풀사료 산업계의 약점으로 작용했던 품질 불균일, 수입 의존, 가격 변동 문제가 동시에 해결되는 성과를 내면서 국내 자급율을 2027년까지 35%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수입대체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국내 풀사료 전체 시장 규모는 약 5000억 원이며, 겨울철 보급종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시장은 300억 원에 달한다. 매년 100만 톤 전후로 수입을 하다보니, 목표대로라면 많게는 2000억 원에서 적게는 100억 원 가량의 수입 대체 효과를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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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국내 개발 신품종 ‘스파이더’./사진=농진청 |
그동안 국내 조사료 시장은 종자 개발과 건조 기술 등이 부족해 축산농가들은 대부분의 건초를 수입에 의존해 왔다.
수입의존도가 높다 보니 기상이변이나 물류에 차질이 생기면 공급 불안 우려가 컸다. 또한 수입 품종은 국내 재배 환경에 완전히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있어, 생산성과 안정성을 높인 국산 품종 개발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종자 품종 개발부터 종자 생산, 건초 가공, 유통에 이르는 ‘전주기 국산화 기술 체계’를 구축, 국산 풀사료 산업의 자립 기반을 마련했다.
이 같은 성과에 대해 농진청은 농업 연구개발(R&D) 혁신 과제로 추진한 ‘융복합 협업 프로젝트(축산농가 생산비 절감)’ 결과로, 국산 풀사료 생산 전 과정을 국산 기술로 완성한 최초의 사례라고 28일 발표했다.
품종 개발은 국내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는 겨울철 사료작물인 ‘이탈리안 라이그라스’의 신품종 ‘스파이더(RDA Spider)’를 지난해 개발해, 올해 처음 공개했다.
신품종 ‘스파이더’는 건물수량이 ha당 10.1톤으로, 수입 품종 ‘플로리다 80’ 대비 약 14% 생산성이 높으며, 벼 수확 후 재배가 가능한 답리작 체계에도 적합하다. 현재 전남 영암·경남 진주·경남 고성·전북 남원·충남 논산 등 전국 5개 지역 총 42ha 면적에서 실증 재배 중이다. 종자 업체 2곳에 기술이전을 완료해 보급 기반도 마련했다.
종자 생산은 이번에 개발한 ‘이탈리안 라이그라스(IRG) 종자 건조기’가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드럼 회전과 열풍을 이용해 국내에서도 1기당 하루 2톤 이상의 종자를 균일하게 건조할 수 있고, ‘알팔파’, ‘톨 페스큐’, ‘사료피’ 등 다양한 사료작물의 종자도 건조할 수 있어 활용 범위가 넓다. 채종 시기가 장마철과 맞물리고 건조 시설이 없어 어려웠던 종자 건조가 수월해질 전망이다.
건초 가공은 기술력이 좌우했다. 자연 건조로는 저장성 등 품질관리가 어려워 매년 100만 톤을 수입했는데, 건초 기술은 국내 풀사료 종자 자급률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는 핵심 수단이 될 전망이다.
특히 2021년 개발된 열풍건초 기술은 국내 기후 조건에서도 균일한 품질의 건초를 안정적으로 제조할 수 있는 기술로, 이탈리안 라이그라스를 수분 15% 내외로 빠르게 건조시켜 품질이 균일하고 저장성 높은 건초를 생산할 수 있다.
또한 수입 건초 대비 품질이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가격은 약 36% 저렴해, 축산농가의 사료비 절감 효과가 있다. 축산농가의 사료비 안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농식품부 정책사업과 연계해 이번에 대규모 공장형 열풍건초 생산 시스템 구축을 준비하고 있어, 대량 생산의 길도 열린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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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전식 열풍 종자 건조기 개발 및 종자생산 자체 실증./자료=농진청 |
유통은 현재 한국마사회와 협업, 공공 승마장에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열풍건초를 공급하고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향후 정책사업과 연계해 대규모 열풍건초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지역 농축협과 협력해 축산농가 전반으로 확대, 유통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종자의 약 7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국산 품종도 대부분 해외에서 채종돼 기후나 물류 불안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한 구조다. 이번 기술 체계는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국산 종자와 건초의 자급화를 실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임기순 국립축산과학원 원장은 “국산 풀사료 품종 ‘스파이더’를 중심으로 국내 종자 생산 기반을 갖추고, 수입 건초를 대체할 국산 열풍건초 생산 기반을 함께 강화하면 안정적인 풀사료 자급 기반을 앞당겨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품종 개발부터 유통까지 연결된 기술 체계가 완성되면서 수입 의존과 가격 불안정이라는 고질적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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