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최근 환율 상황 고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하고, 올해 경제성장률을 큰 폭으로 낮췄다. 한국경제는 올해 1분기 역성장(-0.2%)을 기록했고, 4분기 연속 0.1% 이하 성장에 그치는 등 저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반기로 갈수록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인한 수출둔화 등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될 우려가 큰 만큼, 경기 부양 차원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월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은은 29일 오전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현재 연 2.75% 수준의 기준금리를 0.25%p 내린 2.50%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0월과 11월, 올해 2월 각각 0.25%p 씩 총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한은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리인하를 한템포 쉬어가며, 금리인하와 경제성장률 하향 전망을 예고한 바 있다. 금융통화위원 6명 전원은 당시 회의에서 "3개월 내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며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달 초 이탈리아 밀라노 출장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의심하지 말라"며 "경기 상황에 따라 금리를 충분히 낮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은이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은 경기전망이 그만큼 어둡다는데 기인한다.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의 관세 충격 등으로 한국경제는 올해 1%내외의 저성장에 머물 것으로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바라보고 있다.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 하방 압력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는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은 전 분기보다 0.2% 감소했다. 이는 한은의 지난 2월 전망치(0.2%)보다 0.4%p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2분기(-0.2%) 역성장 이후 반등에 성공하지 못한 채 세 분기 만에 역성장했다. 지난달 10일 현재 주요 40여개 IB 등 시장 참가자들의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 중윗값은 1.4%, 하위 25%는 1.1%다. 기존 전망치보다 하향 조정됐으며, 높은 불확실성 속에 전망 분포도 넓어졌다.

국내외 주요기관은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을 0%로 하향 조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과 금융연구원은 이달 초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전망(1.7%, 2.0%)에서 각각 0.7%, 0.8%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0%,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각각 1.6%, 1.5%로 전망했다. 한은은 이날수정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추정치를 기존 1.5%에서 0.8%로 하향 조정했다.

최근의 환율 상황도 금리인하 결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동안 금리인하 결정에 부담으로 작용했던 환율은 최근 1400원 밑으로 떨어지며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한때 1480원대까지 치솟으며, 1500원대를 위협했다. 지난달 9일 상호관세가 본격적으로 발효되자 금융위기 이후 16년여 만에 최고치인 1484.1원을 찍었던 환율은 지난주 1370원대까지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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