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도 완만히 내려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오는 7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앞두고 막판 대출수요가 몰리면서 가계부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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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9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0%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 이번 금리인하는 금통위원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올해 1분기 역성장(-0.2%)에 미국의 관세정책에 따른 수출둔화 등을 감안할 때, 경기 부양을 더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창용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초 예상보다 성장세가 크가 약화됐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가 기존 1.5%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된 만큼, "향후 기준금리 인하폭도 더 커질 여지가 있다"고 했다. 지난 2월 금리인하 이후 연내 1~2차례 추가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이보다 인하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금통위 내부적으로 염두에 둔 최종 금리 수준은 공개하지 않았다.
최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금리는 3%대까지 내려왔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로 대출금리도 시차를 두고 내려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DSR 규제 강화 전 미리 대출을 받아놓으려는 막차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금융당국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3단계 적용 시 1억원 차주가 5년 혼합형 금리로 대출을 받을 경우, 대출한도는 규제 전 대비 약 3300만원 줄어든다.
이달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5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일부 해제 등으로 수도권 주택 거래가 늘어난 데다,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커지며 신용대출을 활용한 '빚투(빚내서 투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26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47조7033억원으로, 전월 말(743조848억원) 대비 4조6185억원 증가했다. 가계대출 증가폭은 3월 1조7992억원, 4월 3조7742억원, 5월 4조5337억원으로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 총재도 통화정책 완화에 따른 가계부채 급증과 집값 상승을 우려하며, 추후 데이터를 보면서 추가 인하 속도와 폭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유동성 공급이 기업 투자나 실질 경기 회복보다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금통위원들은 서울 지역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서 금리를 결정해야 한다는 데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번에 금리를 0.5%p 낮추는 '빅컷'을 단행하지 않은 데 대해선 "기준금리를 너무 빨리 낮추면 주택가격이 오르는 등 코로나19때 했던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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