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5년 6개월만에 최대치…유동성 확대로 부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올해 1분기 은행권 부실채권 규모가 16조원을 돌파하며 5년 6개월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고물가와 내수 부진에 따른 경기 침체 영향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기업·가계대출에서 모두 부실이 부각됐다. 이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29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했는데, 일각에서는 유동성 확대로 부실채권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3월 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현황(잠정치)'에 따르면 1분기 은행권 부실채권 규모는 16조 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대비 약 1조 6000억원 급증한 셈인데, 지난 2019년 3분기 16조 8000억원 이후 최대치다. 구체적으로 기업대출이 11조 7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가계대출 2조 8000억원, 신용카드채권 300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부실채권은 3개월 이상 연체된 원금이나 이자 상환이 연체된 채권을 뜻한다.

   
▲ 올해 1분기 은행권 부실채권 규모가 16조원을 돌파하며 5년 6개월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고물가와 내수 부진에 따른 경기 침체 영향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기업·가계대출에서 모두 부실이 부각됐다. 이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29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했는데, 일각에서는 유동성 확대로 부실채권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신규발생 부실채권은 6조원을 기록해 직전분기 대비 소폭 개선됐다. 다만 지난해 1분기 4조 5000억원에 견주면 약 1조 5000억원 급증했다. 구체적으로 기업대출 신규부실 규모는 4조 5000억원을 기록해 직전 분기 대비 약 1000억원 감소했다. 대기업대출이 5000억원을 기록해 소폭 감소한 반면, 중소기업대출은 3조 9000억원으로 직전분기와 대동소이했다. 가계대출 신규부실은 전분기 대비 소폭 증가한 1조 4000억원을 기록했다.

부실채권이 확대됐지만 은행들은 부실 청산에 소홀했다. 부실채권 정리규모는 4조 4000억원을 기록해 전분기 5조 5000억원 대비 약 1조 1000억원 급감했다. 구체적으로 상·매각 2조 6000억원(대손상각 1조 2000억원, 매각 1조 4000억원), 담보처분을 통한 여신회수 1조 3000억원, 여신 정상화 4000억원 순이었다.

이에 부실채권 비율도 악화됐다. 1분기 은행권 부실채권비율은 0.59%로 직전 분기 0.54% 대비 약 0.05%p 상승했다. 기업대출 부실채권비율은 0.72%로 전분기 0.66% 대비 0.06%p 상승했다. 대기업대출이 0.03%p 상승한 0.45%를 기록했고, 중소기업대출이 0.09%p 악화된 0.8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부실채권비율은 0.32%로 지난해 말 0.29% 대비 약 0.03%p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부실채권비율은 약 0.02%p 상승한 0.22%, 기타 신용대출은 약 0.06%p 상승한 0.62%를 각각 기록했다. 신용카드채권 부실채권비율도 약 0.20%p 악화된 2.01%를 기록했다.

   
▲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규모 및 비율 추이./자료=금융감독원 제공


부실채권 확대에 발맞춰 은행권 대손충당금 잔액은 직전분기 대비 약 3000억원 증가한 28조 400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부실채권 확대 규모가 대손충당금 신규 적립액을 능가하면서 대손충당적립률(총대손충당금잔액/부실채권)은 187.0%에서 170.5%로 약 16.5% 급락했다.

한편 한은 금통위는 지난 29일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한 2.50%로 하향조정했다. 민간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부진이 두드러진 까닭이다. 하지만 금리인하가 대출(유동성) 확대를 부추겨 부실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나온다. 


실제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으로 좁혀보면 부실은 심각한 실정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1분기 말 4대 은행의 신용 손상 대출 규모는 8조 7395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7조 6181억원 대비 약 14.7% 급증했다. 손상대출은 3개월 이상 연체됐거나 부도가 발생해 회수가 불가능한 대출을 뜻한다. 
 
연체율도 여전히 높은 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3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은 0.53%를 기록했다. 3월 기준으로 놓고 보면 지난 2016년 0.63% 이후 최고치다. 구체적으로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0.76%로 9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개인사업자대출이 0.71%로 지난 2013년 3월 0.76% 대비 1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3월 가계대출 연체율도 0.41%로 2015년 3월 0.48%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은행권에 대손충당금 적립 및 부실채권 상·매각을 당부한 상태다. 이 원장은 전날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내수부진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산업부진 영향이 큰 저신용 기업의 애로사항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며 "연체율 증가세가 높은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대손충당금 적립과 자본확충을 지도하고 적극적인 부실채권 상·매각, 채무조정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라 신용손실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부실채권 상·매각 등 은행권의 자산건전성 관리 강화를 지도하는 한편,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등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지속 유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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