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 연계 그린수소 생산·보급 첫 상용화
그린수소 생태계 조성 잰걸음, 확대·확산 중
수소경제 활성화, 생산시설·충전소 추가시설 계획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제주도는 자타가 공인하는 에너지 자립도시다. 그중에서도 친환경 에너지 비중이 높은데, 풍력에 이은 수소경제로의 전환도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다.

이에 6월 4~5일 제주에서 열린 ‘세계 환경의 날’ 기념행사를 계기로 제주 함덕 그린수소 충전소와 그린수소 생산기지(3.3MW)를 찾았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풍력·태양광·수력) 전기를 이용해 순수한 물을 전기분해를 거쳐 생산한 수소로, 온실가스는 배출되지 않지만 생산비용이 다소 높다. 수소차는 외부 전원으로 배터리를 충전, 모터를 구동하는 방식이다.

함덕 그린수소 충전소는 국내 최초로 그린수소를 연료원으로 공급하는 시설이며, 인근 그린수소 생산기지 역시 국내에서 처음으로 주변의 풍력에너지를 활용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탄소중립 기지로의 역할로 제주의 미래에너지에 기여하고 있었다.

이 같은 제주의 그린수소 생태계 조성은 쉽지 않은 과정과 우여곡절을 겪었다. 현장 관계자의 “처음 가는 길이지만 하다 보니 해볼만 했고, 해놓으니 희망이 보인다”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제주 그린수소 충전소 구축 현실화…‘국내 유일’ 이어 2030까지 10곳 계획

   
▲ 제주 함덕 그린수소 충전소에 수소를 공급 받기 위해 버스들이 드나들고 있다./사진=미디어펜

   
▲ 제주 함덕 그린수소 충전소에서는 하루 평균 19대 버스에 공급, 월평균 5.5톤가량의 그린수소를 620여 대 모빌리티에 충전하고 있다. 전기버스보다 충전 시간이 훨씬 더 짧지만 이동거리는 더 길다./사진=제주에너지공사


함덕 그린수소 충전소의 경우 연료원이 그린수소로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사실 제주는 일반 수소 충전소와 수소 버스가 도입되는 데는 전국에서 가장 늦었다. 

또한 대표적 기피시설로 치부된 만큼 처음에는 주민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때문에 제주도는 주민들의 우려와 궁금증이 생길 때마다 찾아가 설명과 이해 구하기를 반복했고, 이를 받아들인 삼춘들(지역의 어른을 뜻하는 제주어)과 제주 특성의 괸당문화(서로 돕는 공동체)가 오히려 큰 힘이 돼, 도입은 어려웠지만 상용화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고윤성 제주도 미래성장과장은 “현재는 마을 주민들이 직접 공부하고 연구해 자격증을 갖추면서 충전소를 총괄하는 한국가스기술공사 충전소 소장(한국가스기술공사에 운영위탁)과 현장 책임자로도 함께 하고 있다”면서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한몫했다”고 전했다. 

충전시설은 환경부의 수소 생태계 관련 정책 일환으로 지원된 42억 원과 제주도의 18억 원 예산 부담으로 총사업비 60억 원을 들여 2022년 3월 시작해 2024년 4월에 준공했고 8월 버스 시범운행을 시작으로 11월부터 본격 운영되고 있다.

충천은 충전기 2기에서 시간당 버스 4대, 승용차 20대를 충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작년 기준 승용차 1580대, 버스 2090대에 29톤가량의 수소를 공급한 바 있다. 

그린수소 판매가격은 ㎏당 1만5000원으로 시중가 대비 약간 높은 편이다. 추후 대중화 산업화로 자리매김되면 가격 경쟁력도 생길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제주시는 내년 제주시 서부, 서귀포시에 각각 1곳의 이동형 충전소를 운영하고, 오는 2030년까지 수소충전소 10곳 구축과 수소버스 300대, 청소차 200대를 보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제주 그린수소 생산시설…인프라 확대로 수소경제 경쟁력 확보 

   
▲ 풍력발전기 연계 제주 그린수소 생산기지./사진=미디어펜

   
▲ 국내 최초의 풍력발전기 연계 제주 그린수소 생산기지의 생산설비./사진=제주에너지공사


제주도는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설비 비중만 따지면 재생에너지가 50%를 넘지만 풍력·태양광 등 순수 신재생에너지의 사실상 활용도는 20% 정도다. 나머지 30%는 육지부와 세 가닥으로 연결된 해저 연계선을 통해 공급을 주고받고 있다.

또 생산된 재생에너지는 2015년 이후 모두 사용하지 못하고 출력이 제어되는 현상들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을 이루면서 에너지원이 과잉되기도 하고 부족하기도 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국내 최초의 풍력발전기 연계 제주 그린수소 생산기지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면서 재생에너지는 계속 넓히고 화석 연료를 대체하는 등 앞으로 가야 될 목표 지점에 대한 고민을 한 결과의 산물이다. 100% 청정에너지로의 대전환을 꿈꾸는 ‘카본 프리 아일랜드’ 전략의 시작점인 셈이다. 

에너지의 효율을 위해 제주에너지공사 중심의 공공주도 해상풍력 발전을 활용해 3MW 전력으로 수소를 만들어내는 시설이 제주 구좌읍 행원이라는 작은 마을에 지난해 처음으로 들어섰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정책과제 지원으로 135억 원이 투입됐고 제주도는 17억 원, 민간 자금 70억 원이 더해져 국내 최대의 MW급 수소 생산시설이 구축, 하루 최대 1200㎏ 생산이 가능해졌다. 

이 프로젝트는 2020년 10월 시작해 2024년 9월 알칼라인(AEC)과 고분해전해질(PEM) 타입의 수전해 설비를 완료하고 현재 생산된 수소를 저장, 함덕의 그린수소 충전소로 보내 시민들의 발 역할을 하는 수소 버스·승용차와 폐기물청소차 등 교통 모빌리티에 공급·판매하는 등 산업화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제주도는 이를 시작으로 현재 10.9MW 대규모 그린수소 생산 기술개발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다. 제주와 한국남부발전 외 12개 기업이 참여해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에 570억 원을 들여 내년 9월 완료를 목표로 4가지 수전해 기술을 실증해 장점을 극대화시킨 그린수소로 경제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내년 12월에는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RE100 기반 수소 시범단지 인프라 기술개발연구 실증사업 프로젝트를 인근 행원에 국비·시비·민간자금 등 370억 원을 투입해 수소 저장과 저장장치(ESS) 활용(3MW) 안정적 전력공급과 연료전지 0.7MW급 등의 인프라를 조성하고 있다.

이 외에도 풍력기반 그린수소 생산기지 구축사업, 5MW급 PEM(Proton Exchange Membrane) 방식 수전해 기술개발 등에도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궁극적으로 제주도는 향후 2035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연간 6만톤 이상의 청정수소 생산을 목표로 수전해 기반의 대규모 풍력발전단지 연계 시설을 구축하고, 바이오가스 기반의 음식물류폐기물 지원화시설 연계시설 구축도 추진하는 중장기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 고윤성 제주도 미래성장과장이 제주의 그린수소 생산과 보급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제주에너지공사


제주는 지난 4월 14일, 딱 4시간 정도 RE100을 달성했던 하나의 역사적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고윤성 제주도 미래성장과장은 “(에너지)수요와 공급이 딱 일치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그날은 재생에너지가 110% 달성돼 초과분이 오히려 육지로 올려 보내졌다. 아마도 대한민국 지자체 에너지 역사상 최초였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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