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술·생산 투자 중요성 강조…주담대 규제 확대 시사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정부 산하 국정기획위원회가 저성장 국면을 타파하기 위한 방책으로 '기술발전 및 생산부문으로의 자금 공급 확대'에 주목하고, 기업금융 확대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를 위해 은행권이 주력하는 주택담보대출에 규제를 대폭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은행들이 주담대를 확대하는 만큼 이중으로 자본적립을 요구하고, 그에 따른 위험가중치도 높이겠다는 심산이다. 일명 '부동산 재테크'가 성장은 커녕 가계부채 확대만 키우고 있는 만큼, 대출규제로 왜곡을 바로잡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이 같은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현재 주담대 잔액의 40%(약 240조원)를 줄이는 셈이라 현실화가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 정부 산하 국정기획위원회가 저성장 국면을 타파하기 위한 방책으로 '기술발전 및 생산부문으로의 자금 공급 확대'에 주목하고, 기업금융 확대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를 위해 은행권이 주력하는 주택담보대출에 규제를 대폭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정기획위는 저성장 국면에 직면한 국가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은행권이 부동산금융에 치중하면서 기업금융을 도외시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앞서 국정기획위는 자체 발간한 '대한민국 진짜 성장을 위한 전략' 보고서를 통해 "박근혜 정부의 '빚내서 집 사라' 정책은 기술 투자에 사용될 자원을 부동산으로 몰았고 가계부채와 청년부채 문제를 심화시켰다"고 진단했다. 

또 "현재 은행권 등의 민간자금이 부동산 및 가계대출 부문에 과도하게 몰려 있어 기술 발전이나 생산 부문으로의 자금 공급이 제한되고 있다"며 "진짜성장은 부동산 재테크가 아니라 AI, 에너지, 딥테크와 같은 미래 기술, K-문화 등에 대한 투자에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결과론적으로 부동산금융 확대가 은행들의 기업·기술금융을 축소하고, 가계부채만 늘렸다는 시각이다.   

그러면서 국정기획위는 "부동산 및 가계대출으로의 자금 집중은 금융시스템 위험으로도 작용하면서 소비 침체로 연결되고 있어 이에 대한 안정적 관리가 요구된다"며 가계부채 총량의 안정적 관리 기조를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국정기획위는 현재 △완충자본 부과 등 자본 규제 도입 검토 △주담대 규제비용 확대를 통한 은행권의 기업대출 확대 유도 등 크게 두 가지 방안을 고려 중이다.

구체적으로 완충자본의 경우 부문별 경기대응완충자본(SCCyB), 부문별 시스템리스크 완충자본(SSyRB)을 예로 들어 도입을 검토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두 자본규제는 부동산을 비롯 특정 부문의 대출이 확대되면 은행권이 그만큼 추가 자본을 적립해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IMF도 지난 2020년 금융부문평가프로그램(FASP) 결과보고서에 가계부문 담보·무담보 대출에 대한 부문별 경기대응완충자본을 1~2년 내로 도입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국정기획위는 주담대를 확대하는 은행에게 이 같은 자본 적립 확충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완충자본 적립요구와 더불어 위험가중치 하한도 상향 조정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가령 내부모형을 이용해 주담대 위험가중자산(RWA)을 산출할 경우 위험가중치 하한을 상향 조정할 수 있다. 또 표준방법의 주담대 위험가중치도 상향 조정할 수 있다. 국내은행의 주담대 평균 위험 가중치는 약 15%에 불과한데, 홍콩, 스웨덴의 경우 위험가중치 하한을 25%로 설정하고 있다. 

현재 국정기획위는 위험가중치 조정을 신규 주담대에 적용할 지 기존 대출에 적용할 지 고민하고 있다. 만약 신규 가계대출 확대를 막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경우 은행들의 부담이 커지는 만큼 신규 주담대 받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정기획위는 이 같은 주담대 규제 강화를 통해 확보한 대출여력을 기업금융 확대로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중소 금융회사들을 위한 공급망금융 플랫폼 구축 노력 △초대형 투자은행(IB)의 중소벤처기업 투자 확대 방안 모색 △자본시장, 은행·종투사 등 금융사의 관계형 금융 활성화 △정책금융기관의 중소기업 지분 보유 활성화 등이 주요 방안으로 거론된다.  

아울러 대선공약집에도 소개된 '중소기업 상생금융지수'가 도입될 예정이다. 은행권의 중소기업 동반성장 노력을 수치화한 것인데, 이를 통해 은행의 담보 위주 대출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대신 담보가 부족하더라도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소기업에게 대출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국정기획위의 구상이 현실화될 지 미지수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주담대 위험가중치를 상향 조정할 경우 대출여력이 급격하게 줄어들 수 있는 까닭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전세자금 포함) 잔액 595조 1000억원을 토대로 위험가중치를 기존 15%에서 25%로 확대할 경우, 은행들은 기존 자본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최대 238조원 규모의 대출을 줄여야 한다. 이는 현재 주담대 잔액의 40%에 육박한다. 여기에 국정기획위가 구상하는 추가 자본적립 규제까지 도입되면 은행들의 대출 여력은 더욱 위축될 수 있다.

실제 국정기획위는 지난 17일 해당 보고서를 국정기획위 위원들에게 배포한 데 이어, 18일에는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경제1분과의 첫 업무보고를 개시했다. 하지만 보고서에 언급된 내용과 관련해 특별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정기획위가 추진하는 추가 자본적립 요구를 비롯 위험가중치 하한 상향조정 등의 조치가 모두 현실화될 지는 미지수"라면서 "일부 조정이 있겠지만 제도가 부분적으로 도입될 경우 은행들의 주담대 여력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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