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 3거래일 만에 반등…S&P·나스닥은 반도체 타격에 하락
월러 "7월 금리 인하 가능성" vs 바킨 "서두를 이유 없다"
미국, 삼성·SK 중국 공장 장비 공급 규제 시사…투자심리 위축
[미디어펜=김연지 기자]뉴욕증시가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인사들의 엇갈린 발언 속에 혼조세로 마감했다. 반도체 업종은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 가능성에 타격을 입으며 기술주 중심의 하락을 이끌었다.

2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5.16포인트(0.08%) 오른 4만2206.82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3.03포인트(0.22%) 내린 5967.84, 나스닥종합지수는 98.86포인트(0.51%) 하락한 1만9447.41로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3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기술주 중심의 S&P 500과 나스닥은 반도체 약세 영향으로 사흘 연속 하락했다.

   
▲ 뉴욕증권거래소./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날 장 초반에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가 "이르면 7월 금리 인하도 가능하다"고 밝히면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월러 이사는 개장 전 C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데이터를 따른다. 지금까지 인플레이션에 큰 충격은 없었다"며 조기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발언 직후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 출발했고, 나스닥은 한때 0.8% 가까이 올랐다.

그러나 반도체 업종이 급락세로 돌아서면서 분위기는 빠르게 반전됐다. 나스닥이 먼저 하락 전환했고, S&P 500도 동반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장중 등락을 반복한 끝에 소폭 상승 마감했다.

반도체 약세는 미국의 수출 규제 확대 가능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에 대해 중국 내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 공급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기존의 포괄 허가제를 철회하고, 향후 장비 반출 시마다 개별 허가를 받도록 변경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보도에 주요 반도체주는 일제히 하락했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TSMC 주식예탁증서는 1.87% 급락했고, 엔비디아는 1.12%, 브로드컴은 0.27% 내렸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0.75% 떨어졌다.

연준 내부에서는 금리 인하 시점을 두고 의견 차이가 드러났다. 월러 이사의 발언 이후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금리를 인하할 만큼의 데이터를 보지 못했다"며 "근원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치를 웃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제약적인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핵 대응과 관련해 "2주 안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긴장감을 높였다. 이날은 개별 옵션, 주가지수 선물, 옵션이 동시에 만기되는 이른바 '세 마녀의 날'을 맞아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업종별로는 통신서비스(-1.83%)와 소재(-0.66%)가 두드러진 약세를 보였고, 에너지는 1.05% 오르며 유일하게 1% 이상 상승했다.

한편,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관할 지역의 6월 제조업 활동 지수는 -4.0으로, 석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1.0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가 누적 0.51%포인트 인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월러 이사의 발언 영향으로 직전 거래일보다 0.03%포인트 높게 반영됐지만, 7월 금리 동결 가능성은 여전히 80% 중반대로 유지됐다.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는 6.99% 내린 20.62를 기록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