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대금리 축소 등 규제 강화에 서민 실수요자들 아우성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폭증을 이유로 정책모기지 '디딤돌대출' 및 '버팀목전세자금'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대표 정책모기지 상품인 디딤돌대출은 우대금리 중복적용 금지 등 혜택을 대거 줄이고 있는데, 서민 실수요자들은 정부에 제도의 신뢰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라며 비판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수요자 대출(정책모기지) 상품인 디딤돌대출과 버팀목전세자금에도 DSR 규제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일반 은행 주담대 상품에 DSR 규제를 적용하는 것과 달리 수요자 대출에는 다소 느슨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만 적용하고 있다. 이에 첫 내 집 마련에 나서는 무주택 청년층·신혼부부를 비롯 서민층이 수요자 대출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폭증을 이유로 정책모기지 '디딤돌대출' 및 '버팀목전세자금'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대표 정책모기지 상품인 디딤돌대출은 우대금리 중복적용 금지 등 혜택을 대거 줄이고 있는데, 서민 실수요자들은 정부에 제도의 신뢰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라며 비판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하지만 최근 가계부채 폭증의 주 요인으로 수요자 대출이 꼽히면서 금융당국도 이들 상품에 제동을 걸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국정기획위원회 경제1분과는 금융위원회에게 업무보고를 받았는데, 이 자리에서 금융위는 전세대출과 정책성대출도 DSR 규제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DSR 규제는 연간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주담대, 카드론, 신용대출 등을 모두 반영한다. 현재 대출자의 연소득 대비 대출 원리금 상환액 비율은 은행 기준 4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그동안 전세대출과 정책모기지에는 DSR를 적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세대출은 전셋값 상승, 갭투자 증가, 집값 상승 등을 부추기고 있어, 당국이 DSR 규제 대상으로 편입을 고려하고 있다. 아울러 DSR 규제 강화로 실수요자들이 은행 주담대를 받지 못하자, LTV·DTI를 적용하는 디딤돌대출 잔액이 폭증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실제 지난 2년 간 전세대출 및 디딤돌대출로 공급된 자금은 1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23년과 2024년 수요자대출(정책대출)로 각각 46조 9976억원, 54조 7187억원 공급됐다. 2년간 주택시장에 약 101조 7163억원의 자금이 풀린 것인데, 2023년에는 매월 약 3조 9000억원, 지난해에는 매월 약 4조 6000억원의 자금이 각각 공급된 셈이다. 올해도 지난 4월까지 총 14조 5535억원의 정책대출이 주택시장에 풀렸는데, 이는 매월 약 4조원 가량 공급된 실적이다. 
 
이처럼 정책대출이 대거 풀린 건 느슨한 대출규제 덕분이다. 주택도시기금 기금e든든에 따르면 디딤돌대출은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생애최초 주택구입자, 2자녀 이상 가구는 합산 연소득 7000만원, 신혼가구는 8500만원), 순자산가액 4억 8800만원 이하의 무주택 세대주가 받을 수 있다. 

대출금리는 연 2.85~4.15%이며, 최대 4억원(LTV 70%, DTI 60% 적용) 이내에서 최장 30년까지 받을 수 있다. 특히 우대금리를 중복 적용할 수 있어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데, 현 기준으로 최저 연 1.50%까지 낮출 수 있다. 소득기준이 낮아 대출 받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 있지만, 대상자가 된다면 저리로 LTV의 최대 70%까지 자금을 빌릴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가계부채 폭증의 주범으로 정책모기지가 거론되면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부터 디딤돌대출의 혜택을 대거 축소했다. △수도권지역 신축 아파트 잔금대출 제한 △우대금리 중복적용 금지 △우대금리 상한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일부 실수요자들은 '국민소통 플랫폼'을 통해 제도의 신뢰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라며 거듭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해당 플랫폼에는 총 8건의 디딤돌대출 제도 개선을 청원하는 글이 게재돼 있다. 이들 내용을 요약하면 △소급적용의 불확실성 △우대금리 축소 및 중복 제한 △수도권 신축아파트 후취담보 제한 △방공제 제도 폐지 △세대수 기준 제한 불합리성 등이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우대금리에 대해서는 제도 변경 이전처럼 일반 우대금리 항목(생애최초·신혼부부·다자녀·한부모 등)의 중복 적용을 허용하고, 우대금리 상한을 폐지하거나 상향 조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후취담보(잔금대출)에 대해서는 수도권지역 신축 아파트 계약자라도, 지난해 12월 이전 청약 당첨 또는 계약을 체결한 경우 잔금대출을 허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주택 가격 산정 시 전용면적이나 방 수에 따라 일정 금액을 공제하던 기존의 '방 공제 제도'도 복원할 것을 주문했다. 이 외에도 300세대 미만 소규모 단지에도 디딤돌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세대수 기준을 폐지하거나 예외를 적용하라고 강조했다.

한 게시글 작성자는 "디딤돌정책은 국민을 위한 것이며, 일관성과 신뢰가 생명"이라며 "디딤돌 대출 제도의 일방적 개악으로 실수요자들은 심각한 주거불안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도 계약자나 분양을 앞두고 있었던 수많은 국민들은 사전 예측 없이 금리 인상이라는 경제적 피해를 떠안고 있다"며 "실질적 주거 복지 실현을 위해 디딤돌대출의 기존 우대금리 정책을 원상 회복해 주시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남겼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명분으로 일률적인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정부가 사실상 대출 사다리를 걷어차는 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디딤돌대출 혜택이 대폭 축소됐는데, 여기에 금융당국이 실제 DSR를 도입하면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지는 까닭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디딤돌대출은 까다로운 소득요건 때문에 웬만한 근로자 부부들이 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저금리에 LTV의 70%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장점을 갖추고 있다"며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주거사다리로서 갑작스러운 규제 강화가 자칫 풍선효과 및 패닉바잉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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