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가 3% 초반대까지 내려오면서 신용대출 잔액이 이달에만 1조원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호조에 따른 빚투(빚내서 투자)가 대부분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오는 7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조치 시행을 앞두고 주택담보대출과 함께 최대한 많은 자금을 융통하려는 수요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19일 기준 104조 4027억원을 기록해 전달 대비 약 1조 882억원 급증했다. 이는 지난달 월간 증가폭 8214억원을 훌쩍 넘긴 수치인데, 일평균 증가액 기준 이달에만 573억원을 기록해 전달 265억원의 2배 이상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이달 말까지 수요가 지속될 경우 6월 신용대출 증가액이 지난 2021년 7월 1조 8636억원 이후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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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가 3% 초반대까지 내려오면서 신용대출 잔액이 이달에만 1조원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호조에 따른 빚투(빚내서 투자)가 대부분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오는 7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조치 시행을 앞두고 주택담보대출과 함께 최대한 많은 자금을 융통하려는 수요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이처럼 6월 신용대출이 폭증한 배경에는 '증시 호조'가 우선적으로 꼽힌다. 지난 24일 코스피는 3100선을 넘어섰고 코스닥도 800선을 돌파했다. 코스피가 3100선을 넘어선 건 약 4년 만인데, 이에 힘입어 신고가 종목도 161개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신용대출 금리도 낮아졌다. 이날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금융채 6개월물 기준)는 연 3.15~5.56%에 형성돼 있다. 은행별로 NH농협은행의 '샐러리맨우대대출'이 연 3.15~4.95%를 기록해 5대 은행 상품군 중 금리하단이 가장 낮았다. 이어 KB국민은행의 'KB스타 신용대출(신규)'는 금리 상·하단 모두 연 3.80%, 우리은행의 '우리 주거래 직장인대출(인터넷뱅킹)'이 연 4.08~5.08%, 하나은행의 '하나원큐신용대출(일반)'이 연 4.857~5.457%, 신한은행의 '쏠편한 직장인대출'이 연 5.36~5.56% 등으로 나타났다.
놀라운 건 개인 신용도를 기반으로 하는 신용대출 상품의 금리가 담보물을 기반으로 하는 주담대보다 낮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은행들은 신용대출에 주담대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산금리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가계대출 폭증의 주범으로 주담대가 거듭 거론되고 있고, 은행들도 대출총량을 관리해야 하다보니 역설적으로 주담대 금리가 더욱 높아졌다.
실제 같은 기간 이들 은행의 주담대 금리(금융채 5년물 기준)는 연 3.58~5.64%를 기록해 금리 상·하단 모두 신용대출 금리보다 높았다. 신한은행의 '신한주택대출(아파트)'이 연 3.58~4.98%를 기록해 비교군 중 금리하단이 가장 낮았다. 이어 농협은행의 'NH모바일주택담보대출'이 연 3.64~5.64%, 국민은행의 'KB 주택담보대출_혼합(주택구입자금)'이 연 3.69~5.09%, 하나은행의 '하나원큐 주택담보대출'이 연 3.782~4.582%, 우리은행의 '우리WON주택대출'이 연 4.06%부터로 각각 집계됐다.
이와 함께 다음달 스트레스 DSR 3단계 조치 시행을 앞두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나서는 수요도 상당한 모습이다. 현행 스트레스 DSR 2단계 조치에서는 은행권의 주담대·신용대출 및 2금융권 주담대에 수도권 1.2%p, 비수도권 0.75%p의 스트레스 가산금리를 각각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7월부터는 3단계로 상향되면서 은행권과 2금융권의 주담대, 신용대출, 기타대출 금리에 스트레스 금리를 각각 1.5%p 부여한다. 실 대출금리에는 적용되지 않지만 대출한도를 산정할 때 스트레스 금리를 반영해 대출한도를 보수적으로 책정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다음달부터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만큼, '내 집 마련'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는 수요자들이 최대한 많은 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신용대출에도 손을 대는 것이다. 사실상 '막차수요'인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꾸준하고, 주가지수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빚투·영끌 수요가 상당하다"며 "곧 스트레스 DSR 3단계 조치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신용대출 금리도 낮다보니 빚투를 더욱 자극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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