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국민의힘 외면에 “무안하니 박수 안 치셔도 돼”
민주당 의원들,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연호하며 환호·박수 보내
권성동 "총리 임명 안 된다"고 2번 말하자 이 대통령 "알았다"며 팔 '툭'
[미디어펜=권동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제2차 본회의에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관련해 취임 후 첫 시정연설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연설 내내 박수로 분위기를 주도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냉담한 태도로 일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김병기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박찬대 의원 등 민주당 핵심 인사들과 악수를 나누며 본회의장에 천천히 입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이 대통령의 모습은 마치 민주당 의원들의 사열을 받는 듯 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어나서 이 대통령을 맞이했지만, 대부분 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대통령이 연설에서 “외교에는 색깔이 없다.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국익이냐, 아니냐가 유일한 선택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을 마친 순간 민주당 의원들은 박수로 호응했다.

   
▲ 이재명 대통령이 6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장에서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수 대신 냉담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님들이 박수 안 치셔서 무안하니 (박수는) 안 치셔도 된다”고 하면서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 중간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민주당, 조국혁신당을 포함한 국회의원 여러분”이라고 말하며 국민의힘을 따로 언급하지 않자 국민의힘 의원들도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는 등 외면하는 자세를 보였다.

이 대통령이 추경안 내용에 대해 말하며 “국민의힘 의원님들께서도 필요한 예산 항목이 있거나, 삭감에 주력하시겠지만 추가할 것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의견 내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하자 회의장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힘 의원석으로 걸어가며 국민의힘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웃으며 악수를 나눴고, 이 대통령 역시 환한 표정으로 화답했다. 

   
▲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 제출과 관련한 첫 시정연설을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며 민주당 의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2025.6.26./사진=연합뉴스 [국회사진기자단]

권성동 의원도 자리에 앉은 채 끝까지 시선을 피하고 있었지만, 이 대통령이 직접 다가가자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나눴다. 본회의 산회 후 권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총리 임명 안 된다고 두 번 얘기하니 이 대통령이 ‘알았다’고 하면서 팔 툭 치고 가더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 의원들과 악수를 하는 동안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계속해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민형배·임오경·고민정 등 민주당 의원들은 미소를 감추지 않은 채 이 대통령의 모습을 지켜보며 끝까지 박수를 보냈다.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 의원들과 인사를 마친 뒤 민주당 의원석으로 가자 민주당 의원들은 다시 일제히 일어서 박수를 치며 “이재명”을 연호했다.

   
▲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2025.6.26./사진=연합뉴스

본회의장은 이 대통령과 민주당 의원들이 셀카를 찍고 이름을 연호하는 등 마치 팬 미팅 행사를 연상케 했다. 이에 우 의장은 마이크를 들고 "의석을 정돈해주시기 바란다"며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 전 국회의장실에서 여야 지도부와 환담을 갖고 “정치는 없는 길을 만들어내는 일”이라며 “의회가 견제와 감시를 적절히 하되, 할 수 있는 일은 함께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는 공적 영역에서 국민을 위한 길을 만드는 일이며,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여야 간 협력도 요청했다.
[미디어펜=권동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