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자동차 시장은 냉정하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아무리 이름난 모델도 단종을 피할 수 없다. 혼다의 대표 세단 '어코드'는 반세기 넘는 시간 동안 시장의 검증을 견디며, 혼다 브랜드의 중심을 지켜온 핵심 모델이다.
최근 '올 뉴 어코드'를 타고 서울 강서구에서 충북 청주시까지 왕복 약 300km를 달렸다. 시승을 통해 느낀 어코드는 화려함보다 기본기, 과시보다 완성도에 집중한 정통 세단의 본질을 보여주는 차였다.
전장이 더 길어지고, 날렵한 패스트백 스타일이 적용된 어코드는 단번에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전면부의 블랙 컬러 포인트와 직선적인 요소들이 어우러져 모던하면서도 견고한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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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뉴 어코드 정면./사진=김연지 기자 |
측면은 이번 세대 어코드 디자인의 핵심이다. 전장 4970mm에 이르는 차체는 이전보다 더 길어졌고, 루프라인은 뒷유리부터 트렁크 끝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패스트백 실루엣을 따른다. 수평적이고 매끄럽게 뻗은 차체는 전체적으로 차분한 긴장감을 형성하며, 복잡함 대신 정제된 볼륨감으로 안정된 인상을 남긴다.
후면부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좌우로 길게 뻗은 테일램프는 차체의 너비를 시각적으로 확장시키며, Full LED 광원은 시인성과 세련됨을 동시에 충족시킨다. 트렁크 라인은 부드럽게 떨어지고, 범퍼 하단은 과한 장식 없이 단정하게 마감돼 절제된 고급스러움을 완성한다.
실내는 깔끔하고 단정하다. 센터패시아는 수평 구조로 배치돼 시야가 탁 트이고, 버튼과 다이얼은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조작이 명확하다. 12.3인치 디스플레이 오디오는 반응 속도와 해상도 모두 만족스럽고, 10.2인치 디지털 계기판은 필수 정보를 또렷하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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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뉴 어코드 실내./사진=혼다코리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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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뉴 어코드 실내./사진=김연지 기자 |
스티어링 휠은 적당한 두께감과 그립감을 갖췄고, 좌우 버튼은 꼭 필요한 기능 위주로 구성돼 있다. 운전자의 손이 닿는 촉감과 전반적인 조작감이 안정적이다. 시트는 단단하면서도 허벅지를 안정적으로 받쳐줘 장거리 주행 시에도 피로감이 적다.
1.5리터 VTEC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26.5kg·m의 성능을 낸다. 저속에선 민첩하게, 중속에선 꾸준하게 속도를 쌓아 올린다. 페달 반응은 즉각적이며 급가속이나 급제동 상황에서도 차량의 움직임은 부드럽고 안정적이다. 충격을 적절히 흡수하면서 과도하게 출렁이지 않아 전반적으로 편안한 주행감을 유지한다.
변속기는 혼다의 향상된 CVT가 적용됐다. 구동 벨트 소음을 줄이고 변속 응답성을 높여, 낮은 RPM 영역에서도 빠르게 최대 토크에 도달한다. 급출발이나 고속도로에서의 추월 가속도 매끄럽게 이뤄졌고, 노면 소음과 엔진음의 유입도 효과적으로 억제돼 고속주행 중 정숙성이 특히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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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뉴 어코드 트렁크./사진=김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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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뉴 어코드 후면./사진=김연지 기자 |
과속방지턱이나 요철을 지날 때 바닥을 타고 흐르듯 넘기며, 충격을 흡수하는 감각이 매끄럽다. 핸들링은 날렵함보다는 직관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중형 세단다운 균형감 있고 묵직한 주행 성향을 유지한다.
혼다 어코드 터보는 한마디로 '기본기가 탄탄한 차'다. 단정한 디자인, 조용한 실내, 부드럽고 안정적인 주행감까지. 불필요하게 튀지 않지만, 꼭 필요한 기능은 충실하게 갖췄고, 디테일은 절제돼 있으면서도 세련됐다.
화려한 사양 경쟁보다 본질에 집중한 이 차는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믿음직한 중형 세단'을 찾는 이들이 고려해 볼만한 좋은 선택지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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