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 고객과 함께 설계…세계 최초 상시 리서치 거점
1층 오픈랩·2층 어드밴스드 리서치 랩…고객 경험 공간 구축
"단순 체험 공간 아닌 고객 목소리 담아내는 공간"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서울 강남대로 한복판 차량 전시장이 아닌 '사용자 경험(UX)'을 주제로 한 이색 공간이 들어섰다. 이곳은 단순한 체험관이 아닌, 고객이 직접 모빌리티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세계 최초 '상시형' UX 리서치 거점이다.

1일 현대자동차 강남대로 사옥(서울 강남구 소재)에 위치한 현대차·기아 'UX 스튜디오 서울'을 둘러봤다.

   
▲ UX 스튜디오 서울./사진=현대차그룹 제공


'UX 스튜디오 서울'은 2021년 서초구에서 문을 연 기존 'UX 스튜디오'를 완전히 새롭게 확장·이전한 것으로, 초기 스튜디오는 사내 연구원들이 특정 고객을 초청해 비공개로 운영하던 공간이었다면 지금은 일반 고객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연구 플랫폼'으로 변모했다.

현대차그룹은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의 핵심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미래 모빌리티 UX 연구를 보다 혁신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이 공간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강남역 인근이라는 입지 특성을 활용해 다양한 사용자군의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연구에 반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효린 현대차·기아 Feature전략실 상무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지향하는 UX는 편리함을 넘어 감동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UX 스튜디오 서울은 단순 체험 공간이 아니라 실제 차량 개발 과정에 고객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1층 오픈랩 공간…UX의 '본질'을 체험하다

건물 1층에 마련된 '오픈 랩(Open Lab)' 공간은 △UX 테스트 존 △SDV 존 △UX 아카이브 존으로 구성돼 있다.

방문객은 UX 테스트 존에서 △UX 인사이트 △UX 콘셉트 △UX 검증 구역을 차례로 체험할 수 있다. 인사이트 구역에선 테이블형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UX 리서치의 전반적인 흐름을 확인할 수 있고, 도어·시트·무빙 콘솔 등 다양한 UX 콘셉트가 반영된 모형을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다.

   
▲ UX 인사이트 존./사진=김연지 기자

   
▲ UX 콘셉트 구역./사진=김연지 기자

콘셉트 구역에서는 나무로 만든 스터디 벅이 눈길을 끈다. 도어, 수납 구조, 이동식 콘솔 등이 어떻게 구성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물 모형 안에서 사용자는 실제 차량 공간의 변화 방향을 상상해볼 수 있다.

UX 검증 구역에서는 검증 벅에 탑승해 간단한 조작을 통해 UI 구성이나 조작 반응을 체험할 수 있다. 운전자의 시선 흐름은 아이트래커로 추적돼 버튼 위치나 화면 배치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데 사용된다.

오픈 랩 한편의 SDV 존에서는 현대차그룹의 미래차 설계 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분리된 'E&E 아키텍처',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기반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Pleos Connect' 등 기술 전시물이 배치돼 있고, 실제 탑승 가능한 테스트베드 차량도 운영된다.

UX 아카이브 존은 현대차 UX 철학의 축적된 결과물이다. 포니, 에쿠스, 제네시스 G80 등 시대별 콕핏 구성을 나란히 비교할 수 있게 구성됐고, 클러스터와 센터페시아의 시각 정보 구조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도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다. HUD(헤드업 디스플레이), 디지털 사이드미러 등 시선의 확장 기술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 시뮬레이션과 콘셉트 개발이 이뤄지는 'UX 백스테이지'

2층 어드밴스드 리서치 랩은 초청 사용자와 UX 연구원이 함께 몰입형 리서치를 수행하는 공간이다. △UX 캔버스 △피처 개발 룸 △시뮬레이션 룸으로 나뉘며, 실제 차량에 반영될 UX를 실험하고 검증하는 '백스테이지'다.

특히 시뮬레이션 룸이 눈길을 끌었다. 기자도 이곳에서 직접 시승을 체험했다. 차량 모양의 테스트 벅에 앉아 페달을 밟는 순간, 마치 실제 도로를 주행하는 것처럼 가속과 감속이 몸으로 느껴진다. 움직임은 예민했고 몰입도는 높았다.

   
▲ 시뮬레이션 룸 내 차량 모양의 테스트 벅 주행 후 수집된 정보./사진=김연지 기자
   
▲ 시뮬레이션 룸 내 차량 모양의 테스트 벅./사진=김연지 기자

이 시뮬레이터는 단순한 '운전 게임'이 아니다. 차량의 디스플레이 위치, 기능 작동 방식, 알림 전달 구조 등이 실제 주행 환경에서 얼마나 직관적인지를 검증하는 실험장이다. 서울, 샌프란시스코, 델리 등 글로벌 도시의 도로 환경이 반영돼 있어 지역별 UX 차이까지 실험할 수 있다.

UX 캔버스에서는 사용자와 연구원이 함께 아이디어를 나누는 워크숍이, 피처 개발 룸에서는 자율주행·고성능 UX, HMI(사람-기계 인터페이스) 등을 주제로 한 집중 개발이 이뤄진다. 이 모든 과정은 정해진 답을 향해 나아가기보다, 사용자 의견과 데이터를 반영해 ‘경험 중심 설계’를 구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UX 스튜디오 서울'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다. 사용자와 연구원이 한 공간에서 모빌리티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실험실이자, 데이터 기반 UX 혁신의 출발점이다. 자동차가 기술의 총합이라면, 그 기술이 닿는 첫 번째 접점은 결국 '사용자 경험'이다. 그리고 그 경험을 함께 만들어가는 실험이 지금 이 강남 한복판에서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