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9조 빠질 때 파킹통장 30조 폭증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최근 증시 훈풍에 힘입어 시중 대기자금이 대거 주식시장으로 몰리는 가운데, 지난달 시중은행권의 총수신 잔액이 5월 대비 약 11조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신상품에 따라 잔액이 증감했는데 정기예금은 한 달 새 9조원 가량 급감했고, 투자 대기자금인 수시입출금자금은 약 30조원 폭증했다. 수신금리가 하락 중인 가운데 수익률에 따라 유동자금도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6월 말 기준 2096조 472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 2085조 4885억원 대비 약 10조 9840억원 증가한 실적이다. 

   
▲ 최근 증시 훈풍에 힘입어 시중 대기자금이 대거 주식시장으로 몰리는 가운데, 지난달 시중은행권의 총수신 잔액이 5월 대비 약 11조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신상품에 따라 잔액이 증감했는데 정기예금은 한 달 새 9조원 가량 급감했고, 투자 대기자금인 수시입출금자금은 약 30조원 폭증했다. 수신금리가 하락 중인 가운데 수익률에 따라 유동자금도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다만 수신상품군별로 증감이 명확히 갈렸다. 우선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6월 말 기준 931조 9343억원을 기록해 전달 940조 8675억원 대비 약 8조 9332억원 급감했다. 

반면 정기적금 잔액은 42조 8169억원을 기록해 전달 41조 6654억원 대비 약 1조 1515억원 늘었다.

특히 저원가성 예금인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 등 요구불예금(파킹통장)은 6월 말 기준 656조 6806억원을 기록해 전달 626조 7489억원 대비 약 29조 9317억원 폭증했다.

상품군별로 잔액 증감이 뚜렷하게 나뉜 건 증시 훈풍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날 코스피 지수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41.21포인트(1.34%) 오른 3116.27로 기존 연고점인 3108.25(6월 25일)를 경신했다. 코스피 종가가 3110선을 돌파한 건 지난 2021년 9월 27일 3133.64 이후 약 3년 9개월여만이다. 특히 시총 1위 종목인 삼성전자는 전날 4.93% 급등한 6만 3800원을 찍었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코스피 5000 시대'를 천명하고, 상법 개정안도 통과하면서 증시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이에 주식·가상자산 등을 투자하기 위한 대기성 자금이 요구불예금으로 대거 몰린 모습이다. 

반면 기본적으로 1년간 자금을 묵혀야 하는 정기예금의 경우 갈수록 기대수익률이 낮아지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이 판매 중인 대표 정기예금 상품의 1년 만기 금리는 연 2.50~2.58%에 형성돼 있다.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이 연 2.58%를 기록해 5대 은행 상품 중 가장 높은 금리를 자랑했다. 이어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과 우리은행의 'WON플러스 예금'이 각각 연 2.55%를,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과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이 각각 연 2.50%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취급 평균금리 연 2.55~2.68%(은행연합회 동일 상품 고시기준)에 견주면 최저·최고금리 모두 하락한 수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요구불예금이 급증하고 있는데, 주식시장의 훈풍이 계속되면서 증시에 투입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하락하다보니 신규 자금 유입도 줄어드는 것 같다"고 평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