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안철수 혁신위'가 공식 출범도 하기 전에 파국을 맞았다. 혁신위원장을 맡은 안 의원이 지도부를 향해 김문수-한덕수 대선 후보 교체를 추진했던 당 지도부(권영세·권성동)에 대한 인적 쇄신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다. 또 일부 혁신위원 인선을 두고도 서로 생각이 달랐다.
국민의힘 비대위는 이날 오전 7명의 혁신위원회 멤버 중 위원장 안 의원을 비롯해 재선의 최형두 의원과 호준석 대변인, 이재성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송경택 서울시의원, 김효은 전 교육부 장관 정책 보좌관 등 6명의 인선을 발표했다.
하지만 안 의원은 비대위 의결 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되지 않은 날치기 혁신위원회를 거부한다"며 혁신위원장직을 던졌다. 또 그는 "메스가 아니라 직접 칼을 들기 위해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고 당권 도전을 공식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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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위원장을 사퇴하고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7.7./사진=연합뉴스 |
이어 안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국민의힘에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인적 쇄신"이라며 "그런데 인적 쇄신도 거부하고, 혁신과 거리가 먼 사람을 위원으로 채워야 한다면 혁신위에 무엇을 기대한 것인가"라고 당 지도부를 거듭 비판했다.
안 의원은 "삼삼오오 모여서 한가한 주제로 시간만 때우라는 것인가"라며 "그렇게 거수기 역할만 하다가 대통령도 망했고 당도 위태로워졌다. 이번 혁신위가 출범하더라도 실패한다면 우리 당은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안 의원으로부터 혁신위원직을 제안 받았다고 밝힌 이재영 서울시 강동을 당협위원장은 이날 SNS를 통해 "비대위가 안철수 혁신위에서 첫목회(30~40대 수도권 낙선자들이 주축이 돼 매월 첫 번째 목요일에 모이는 모임) 소속인 저와 박은식 전 비상대책위원을 콕 집어서 빼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은 이번 혁신위를 통해 당을 혁신 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지금 당은 알량한 자리들을 지키느라 혁신은 안중에도 없는, 그저 '혁신 호소인'일 뿐이다. 친윤(친윤석열) 중진들은 더 이상 대한민국 역사에 죄를 짓지 않기를 바란다"고 직격했다.
국민의힘 전 당대표 출신인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날 안 의원의 혁신위원장 사퇴와 관련해 "돌발상황이지만 한편으로는 만성적인 문제이기도 하다"며 "안 의원이 나름의 책임 의식을 가지고 혁신위원장을 수락했겠지만 아마 큰 운동장에 30평짜리 운동장을 따로 긋고 그 안에서만 혁신하라는 주문을 계속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혁신위 좌초와 관련해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비대위원장이 전폭적으로 밀어줘도 혁신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할까 말까 하는 상황인데, 비대위원 인선도 받아 들이지 않는데 무슨 혁신이 되겠나"라며 "그리고 혁신위원 인선은 원래 혁신위원장이 하는 건데 그것도 지켜지지 않지 않나"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혁신위가 출범도 하기 전에 좌초되면서 당 지도부는 당황하는 모습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타깝고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김대식 비대위원은 페이스북에 "혁신위에서마저 철수하지 말아달라"며 "혁신을 말하던 분이 혁신의 자리에서 가장 먼저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모습을 국민께서 어떻게 바라보시겠나"라고 비판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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